흥국생명 김연경(가운데)이 28일 GS칼텍스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김연경은 2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GS칼텍스와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17득점하며 팀의 3-0 셧아웃 승리(27-25, 25-19, 25-18)를 이끌었다.
개막 후 14연승을 달리던 흥국생명은 최근 아시아쿼터 투트쿠 부르주 유즈겡크(등록명 투트쿠) 부상 등으로 3연패에 빠졌지만 이날 김연경의 활약에 힘입어 2024년을 의미 있게 마무리했다. 15승 3패, 승점 43을 기록한 흥국생명은 2위 수원 현대건설(승점 40)과 격차를 벌리며 전반기를 선두로 마감했다.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블로킹 2개와 서브 에이스 하나를 비롯해 팀 공격의 33%를 책임지면서도 성공률 42.42%를 기록했다. 리시브 효율 또한 66.67%로 역시나 수준 높은 수비를 보여줬다.
듀스 끝에 승리를 따낸 1세트부터 김연경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적재적소에 득점하며 홀로 8점을 몰아쳤고 정윤주(7점)와 쌍포를 가동하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김연경(오른쪽)이 GS칼텍스의 블로킹 벽을 앞에 두고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경기 후 수훈선수로서 취재진과 만난 김연경은 "오늘 졌다면 1위를 놓칠 수 있었는데 자력으로 전반기를 1위로 마감할 수 있어 기쁘다"며 "다니엘레 코치님의 일도 있었고 부상 선수들도 생기는 등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오늘 승리로 분위기 전환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털어놨다.
국내 복귀 후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던 김연경은 올 시즌을 앞두고 스스로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고 전했다. 은퇴를 고민할 만큼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리그 최고 수준의 기량을 뽐내고 있지만 젊은 선수들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해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14연승은 더욱 의미 깊은 기록이었다. 최다 연승 신기록을 앞두고 아쉬움을 남겼고 이후 선수들의 부상 등 여파로 3연패에 빠졌다.
김연경은 지난 패배의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았다. 그는 "3연패 한 경기를 돌아보면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웠다"며 "팀이 어려울 때 내가 이끌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더 힘들었다"고 전했다.
20일 선두 경쟁을 벌이는 수원 현대건설전에서 6득점, 성공률 25%에 그쳤기는 했지만 대전 정관장전에선 26점, 공격 성공률 50%를, 최근 김천 한국도로공사전에선 3세트 동안 17점, 성공률 41.67%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김연경은 스스로에 대해선 누구보다 엄격했고 만족의 기대치 자체가 달랐다.
김연경(왼쪽에서 2번째)이 득점 후 동료들의 축하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이날은 다행스럽게도 정윤주와 김다은 등이 고른 활약을 펼쳤고 김연경도 다소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김연경은 자신에겐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면서도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정윤주와 김다은 등이 잘해줬다"며 "배구는 팀 스포츠이기에 한 명이 잘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거의 없다. 모든 선수의 활약이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올스타 브레이크 후 새 외국인 선수가 올 수도 있는데 그 때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기면 좋겠다"고 전했다.
선두로 전반기를 마친 흥국생명은 내년 1월 7일 원정에서 다시 GS칼텍스를 만나기 전까지 휴식에 돌입한다. 투트쿠가 회복하길 기다리거나 혹은 새 외국인 선수를 구해올 지는 불확실하지만 현재로선 시간을 벌었다는 점만으로도 큰 호재다. 더불어 연패 기간 아쉬웠던 팀을 재정비하고 지친 선수들에겐 꿀맛 같은 휴식도 부여할 계획이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선수들에게 3일 동안 휴가를 주고 복귀 후에는 컨디션 회복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연패 기간) 주장 (김)수지를 필두로 선수들끼리 질릴 정도로 많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내일부터 휴가인데 하루 빨리 덜 보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해외 무대 진출 후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김연경은 3시즌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목표는 단 하나다. 새해 소망을 묻자 김연경은 "개인적인 목표도 있지만 일단은 통합 우승을 얘기하겠다. 우승이 절실하다"고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연경(오른쪽)이 주장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김수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