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서 다녀요", "40대 이상은 7%뿐" 기록강습회서 소외된 팬심, KBO도 함께 고민한다

화양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1.19 07:45
  • 글자크기조절
image
약 200명의 수강생이 18일 2025년 KBO 기록강습회에 참여해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나날이 높아지는 야구의 인기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매년 개최하던 기록강습회의 분위기도 바꿔놓았다. 사상 최초로 수강생의 성비가 역전되고, 연령대도 확 내려간 가운데 KBO는 뜨거웠던 열기 속 소외된 팬심도 생각했다.

18일 서울특별시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새천년관에서 지난 16일부터 3일간 열린 2025년 KBO 기록강습회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KBO 1, 2군 공식 기록위원 십여 명이 참관해 약 200여 명의 팬에게 공식 기록지 작성법, 경기 기록 및 규칙 등을 직접 지도했다.


강습회 종료일인 18일에는 전체 강습 과정의 이해도를 가늠할 기록지 작성 테스트가 실시됐다. 기록지의 종합적인 완성도를 놓고 4개의 등급으로 분류, 성적 우수자에게는 수료증이 발급됐다. 수료증은 추후 KBO 기록위원으로 취업을 희망할 경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난해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단일 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KBO 리그 인기는 기록강습회에서도 느껴졌다. 기록강습회는 야구 공식기록법의 보급과 이해를 통한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지된 2021~2022년을 제외하고는 리그 원년인 1982년부터 꾸준히 개최됐다.

남성 청장년층의 참여가 두드러졌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여성 수강생이 105명으로 남성 수강생(95명)의 숫자를 역전했다. 이는 44년 KBO 기록강습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한 연령대도 확연히 낮아져 20대가 전체 수강생의 70%가 넘는 145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연소 참가자는 2010년생, 최고령 참가자는 1973년생으로 40대 이상 수강생의 비율은 전체 7%에 불과했다.


image
약 200명의 수강생이 18일 2025년 KBO 기록강습회에 참여해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현장에서 만난 한 KBO 기록위원회 관계자 A는 "예전에는 남성이 수강생 80%를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여성 수강생의 숫자가 늘어 올해는 거의 성비가 5대5로 맞춰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록위원회 관계자 B도 "매년 연령대가 낮아지는 느낌이다. 점점 중·장년층이 없어지고 올해의 경우 80~90%가 첫 수강생이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한층 젊어진 기록강습회는 흡사 대학교 계절학기를 방불케 했다. 방대하고 어려운 야구 기록과 사례를 단기간에 이해하기 위해 수강생들은 과목이 끝날 때마다 주어진 10분의 쉬는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강의실 뒤편에서 대기 중인 기록위원회 관계자들에게 질문이 이어졌고, 기록위원들은 상황에 맞는 영상과 정확한 설명으로 학구열을 충족시켰다.

현장에서 만난 참가자 상당수는 기록강습회의 퀄리티에는 만족하면서도 기간과 빈도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서울 사는 롯데 자이언츠팬 손은서(25) 씨는 "하루에 6시간씩 진행해 길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이 금방 갔다. 친구들에게 많이 추천했다"면서도 "1년에 두 번 정도 더 하면 좋을 것 같다. 또 기록 작성하는 걸 배우다 보니 재미를 느껴 인터넷을 찾아본다. 하지만 생각보다 정보가 잘 없어 혼자 공부하기 어렵겠다고 느꼈다. 기간도 길었으면 좋겠고 전문 과정도 따로 있었으면 한다. 열리면 정말 참여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주말에 하면 더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중학교 때부터 매년 꾸준히 기록강습회를 참여하고 있는 두산 베어스 팬 이희주(26) 씨는 "야구는 알면 알수록 어려운 스포츠라는 걸 느낀다. 하지만 또 그만큼 재미있고 배우고 싶어 중학교 때인 2014년부터 시간만 되면 거의 매년 참여하고 있다"며 "배울 수 있는 기간(3일)이 짧은 것이 아쉽다. 야구 기록은 방대하고 케이스가 다양한데 엄청 많은 걸 압축해 놓은 느낌이다. 더 알고 싶은 것도 많은데 전문 과정도 다시 열리면 괜찮을 것 같다"고 의견을 보탰다.

image
약 200명의 수강생이 18일 2025년 KBO 기록강습회에 참여해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소외된 팬심에 대한 의견도 뒤따랐다. 한동안 KBO 기록강습회는 서울 외에도 광주, 부산, 창원, 대전, 대구, 지난해 세종 등 지방을 순회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서울에서만 한 차례 여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젊어진 수강생 구성 이면에는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배려도 없었다는 지적도 있었다. KBO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개된 3년간 수강생 모집이 2023년 38초, 2024년 33초, 2025년 36초로 대부분 40초 안에 선착순 마감됐다. 아무래도 각종 티케팅과 수강 신청 등으로 익숙한 젊은 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대구에서 올라온 삼성 라이온즈 팬 김가현(22) 씨는 "야구를 보다 보니 궁금한 게 많이 생겼다. 와서 해보니까 더 재미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2박 3일간 찜질방에서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걱정하셨다. 다음에는 대구나 다른 지방에서도 해줬으면 한다. 또 길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수강생들의 요청을 모두 받아들이기엔 애로사항이 있다. 수강생의 인원을 200명에서 더 늘리기엔 15명의 기록위원이 맡는 데 한계가 있고, 참여도 면에서도 집중도가 떨어진다. 강습회도 KBO 각 팀의 스프링캠프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월부터 사실상 힘들어 빈도와 기간을 늘리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지방 분산 개최는 KBO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논의가 필요하다.

KBO도 팬들의 열망을 모르지 않는다. 더욱이 야구의 진입 장벽 중 하나로 느껴지는 기록과 규칙에 팬들이 적극적인 배움의 의지를 나타내는 만큼 조금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다가가려 한다. 현재 KBO는 팬들이 궁금해 하는 각종 기록과 규칙에 대한 영상이나 관련 콘텐츠 개발을 고민 중이다. 공개 방식에 대해서도 기록강습회 강연 영상을 일부 담거나, 기록위원들이 직접 대담 형식으로 소개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