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욕 못해요" 친화력도 갖춘 '귀여운 욕쟁이', 21세 이란産 외인 "우리카드 남고 싶어요"

장충=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1.1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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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 알리가 18일 삼성화재전 승리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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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스파이크를 날릴 준비를 하는 알리. /사진=KOVO 제공
"욕을 어디서 배워오는지..."

서울 우리카드 동료 김지한(26)과 한태준(21)은 이란에서 온 알리 하그파라스트(21·등록명 알리)에 대해 이렇게 촌평했다. 그만큼 소통에 적극적이고 동료들에게 스스럼없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친화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알리는 18일 서울시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삼성화재와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홈경기에서 팀내 최다인 27점을 올리며 팀의 3-1(27-25, 25-22, 28-30, 25-17) 승리를 이끌었다.

아직 경험이 적은 막내급 선수지만 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319득점으로 이 부문 전체 6위이자 팀 내 1위에 올라 있고 공격 성공률은 57.20%로 전체 최상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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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후 알리(왼쪽에서 2번째)가 한태준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두산 니콜리치(등록명 니콜리치)가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아직은 역할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알리는 팀 공격의 32.74%를 책임지며 공격 성공률 64.86%를 기록했다. 블로킹 득점도 3차례나 나왔다.


경기 후 만난 알리는 "모두가 같이 이기고 싶어했기에 이길 수 있었다. 항상 이 다음에도 이기고 싶은 마음을 갖고 이겨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니콜리치를 대신해 더 많은 공격을 책임져야 했지만 알리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이전 경기에서도 점유율이 높아서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에 대해 압박을 갖기 보다는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럴 때 다른 선수들도 저를 도와주려고 하기에 많은 토스를 받을 때 점수를 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이 주는 것도 고맙고 도울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배구는 6명이서 하는 것이지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팀 동료들과의 융합을 매우 중시하는 알리다. 첫 한국 생활에 소통을 잘하고 있는지 묻자 동료들의 반응이 폭소를 자아냈다. 알리는 "영어도 하고 배구용어도 있기에 소통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그게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고 밝혔는데 그 중 하나가 친근함의 표시인 욕설이었다. 김지한은 "욕을 알아와서 자꾸 써먹는다"며 "어디서 새로운 욕을 하나씩 배워오는데 (이)상현이한테 배우는 것 같다"고 증언했다. 알리가 당황하며 "저 욕 못한다"고 한국말로 부인했는데 김지한은 한 발 더 나아가 "제가 서브 에이스를 하면 다가와서 '지한이 미친 XX'라고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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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가운데)가 승리 후 동료들에게 격한 축하를 받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둘 사이의 관계가 얼마나 편한지 알 수 있는 일화였다. 김지한과 한태준은 알리가 인터뷰실에 들어올 때부터 "좀 빨리와"라며 타박을 할 정도로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알리는 "이 팀에 있는 게 행복하고 인간적으로도 모두 좋은 선수들이라서 우리카드에 남고 싶다"며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한국에 남는다면 무조건 우리카드에 있고 싶다"고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아직 성장할 것도 많은 어린 선수라는 점에서도 더욱 기대를 키우는 알리다. 한태준은 "딱히 부족한 것 없이 잘하는데 점점 잘할 것 같다"며 "분위기도 잘 끌어올린다. 코트에선 순한 성격이면서도 파이터 기질이 있다. 다음 시즌에도 같이 하고 싶은 선수"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같은 이란 선수인 알리 파즐리에 대한 질문이 나왔는데 통역 과정에서 시간이 좀 지체되자 한국말로 "괜찮아요. 천천히"라며 남다른 배려심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파즐리와는) 정말 친한 사이이고 이란에서도 비슷한 지역에서 지냈다"며 "같은 언어를 쓰는 같은 국적 가진 선수이기에 힘을 얻고 동기부여도 된다"고 말했다.

팬들에 대한 애정도 크다. 경기 후 팬들의 응원가에 맞춰 춤을 췄던 알리는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행복했고 팬분들과 소통하는 건 항상 중요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응원가는 선수에게 힘을 주기 위한 것이다. 나도, 관중도 서로 힘을 얻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팬들에 대한 감사함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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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이란 동포 파즐리(왼쪽)와 인사를 나누는 알리.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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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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