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참 6명 '美 아닌 日행', 이숭용 감독 "이원화 아닌 체계화", 베테랑의 투철한 책임 의식을 믿는다 [인천공항 현장]

인천국제공항=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1.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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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용 SSG 감독이 19일 미국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이숭용(54) SSG 랜더스 감독이 한 발 먼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캠프 출국 전부터 화제가 된 '캠프 이원화' 결정에 대한 이유와 그 배경도 전했다.

이숭용 감독은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로 떠나는 비행기에 오른다. 최소한의 스태프들과 함께 캠프지로 미리 떠나 환경을 체크하고 23일 출국하는 선수들이 합류하기 전까지 최선의 조건을 만들어두겠다는 계획이다.


화제가 된 베테랑 6명의 일본행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날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이숭용 감독은 "캠프 이원화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체계화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SG는 미국 베로비치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1,2차에 걸친 전지훈련을 치른다. 미국에서 강도 높은 훈련과 부족한 점을 메우는 데 집중한다면 일본에선 연습경기를 바탕으로 실전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 데 포커스를 맞출 계획이다.

그런데 핵심 선수 6명이 빠진 채 1차 캠프에 나서게 됐다. 최정과 한유섬, 김민식(이상 36), 이지영(39), 김성현(38), 오태곤(34)은 일본 가고시마에 차려질 퓨처스(2군) 캠프로 합류하는 것이다.


우려가 뒤따른다. 경험 많은 선수들의 몸 상태를 이 감독이 직접 체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따로 캠프를 치르다보면 자칫 이 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성에서 다소 어긋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게 괜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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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 중인 최정. /사진=SSG 랜더스 제공
그러나 이 감독은 "그 부분을 많이 걱정하시는 것 같다. 우리의 방향성은 리모델링이다. 그걸 자연스럽게 하면서 어린 친구들한테 동기부여를 주고 고참들에겐 책임감을 주고 싶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지난해에도 똑같이 베테랑 선수에게 권한을 줬다. 그 선수들은 부상만 안 당하지 않고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충분히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그런 확실한 믿음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체계화라고 했다. 별개로 운영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방향성 하에 캠프를 치르면서도 그 흐름에 베테랑들이 알아서 따라와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 감독은 "그래서 체계화를 시킨 것이다. 팀의 방향성이 어린 선수들에 대해선 동기부여를 심어주고 고참들은 좋은 퍼포먼스를 내야 하는 것"이라며 "매년 장시간 비행을 하지만 작년에 가보니 베테랑들이 너무 힘들어하더라. 캠프 초반과 돌아와서도 그랬다. 그래서 최대한 좋은 컨디션에서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끔 결정을 내렸다. 프로야구 10년 이상씩 선수 생활을 했기에 전혀 우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율성을 강조하는 이 감독이다. 일본으로 향하는 베테랑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이 감독은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선택권을 주고 그 뒤에는 책임감이 뒤따른다고 선수들한테 주입을 시킨다"며 "그렇게 잘 되면 SSG만의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책임감도 갖고 있다. "저는 하던대로 하라고 했다. 오히려 최정 등 선수들이 부담이 많이 간다고 얘기를 하더라. 그러면서 '감독님 저희 잘할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에게 맡겨주신 만큼 충분히 더 좋은 성적 낼 겁니다'라고 얘기를 했다"며 "서로 1년 밖에 안 됐지만 신뢰를 쌓았고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이 돼 충분히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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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1라운드 신인 박지환(왼쪽)과 이율예. /사진=SSG 랜더스 제공
이어 "자율이라는 말이 굉장히 무섭다. 스스로의 원칙을 정한다는 뜻인데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자신은 못 속인다. 편안하게 해도 되지만 그 뒤에는 책임을 꼭 따른다라는 걸 얘기했다. (그러고 나면_ 그 뒤에 운영은 제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들이 빠진 만큼 1,2,3라운드 신인들 이율예, 천범석, 신지환을 포함해 신예들이 대거 합류했다. 이들을 더 체크하고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옥석을 가려낼 수 있는 기회다. 이 감독은 "캠프 명단 보시면 한 번도 못 가본 선수들도 있을 것이다. 감독이 직접 보는 앞에서 훈련하는 건 어린 선수들에겐 굉장히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고강도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단체훈련을 줄이고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얘기를 했고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 중"이라며 "추가 훈련을 많이 활용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연습량을 많이 늘리려고 한다. 젊은 선수들을 데려가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보통 캠프는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하는데 올해는 추가 훈련량도 늘리는 등 코치들에게도 그 부분에 대해서 당부를 했다. 연습을 안 하면 이길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리모델링 기조를 유지해야 하면서도 성적도 내려놓을 수 없다. 이숭용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이기도 하고 지난해 타이브레이커 끝에 아쉽게 진출이 무산됐던 가을야구로 한 발 더 나아가야 하는 많은 게 걸려 있는 시즌이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재계약도 중요하지만 제가 없더라도 팀이 더 견고하게 갈 수 있는 방향이 육성에 있기 때문에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 환경을 만들어주고 선수들이 뛰어놀 수 있게끔 한다면 성적과 육성은 자연적으로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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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이숭용 감독(가운데). /사진=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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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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