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이 21일 IBK기업은행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마르첼로 아본단자(55) 인천 흥국생명 감독은 승리 후에도 쉽게 미소짓지 못했다.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2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화성 IBK기업은행과 도드람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8, 18-25, 25-20, 25-23)로 승리했다.
힘든 경기였지만 승점 3을 수확해 17승 5패, 승점 50으로 바짝 추격하던 수원 현대건설(승점 46)로부터 달아날 수 있었기에 의미가 깊은 승리였다. 그럼에도 사령탑은 만족할 수 없었다.
공격 성공률 30.81%-34-44%, 블로킹 10-9, 범실 23-25, 리시브 효율 22.5%-28.92%, 공격 효율 18.02%-18.54%. 수치로만 보면 어떻게 이긴 것인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나마 앞선 건 서브 득점(5-2) 정도였다.
아본단자 감독도 "다 안 좋았다. 리시브, 공격, 블로킹이나 수비도 때때로 그랬다. 서브가 그나마 잘됐다"며 "공격은 우리나 상대나 잘 안 풀렸는데 상대팀을 신경 쓰기보단 우리 쪽에 신경을 쓰려고 했다"고 말했다.
장기레이스이기에 결국엔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과정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지만 결국 스포츠는 결과로 말한다. 아본단자 감독은 "승점 3을 수확한 게 굉장히 중요했던 경기였다. IBK도 1~3위에 근접해있는 팀이기에 이겨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 블로킹 벽을 앞두고 공격을 펼치는 흥국생명 마테이코(오른쪽). /사진=KOVO 제공 |
경기 후반 정윤주를 비롯한 선수들에게 강하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정윤주와 나눈 이야기에 대해선 "보다 선수들을 존중하기 위해 우리만의 얘기로 남겨두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전체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던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갖고 있는 아이디어나 철학, 그 경기에 대한 전략, 전술에 대해 선수들이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노력은 했지만 기복이 있었고 이 부분에 대해 강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결국 차이는 승부처에서의 해결 능력이었다. 그 중심엔 김연경이 있었다. 1세트 단 1점, 공격 성공률 12.5%에 그쳤던 그는 서서히 집중력을 끌어올렸고 3세트 7점, 4세트 8점을 폭발했다. 특히 4세트엔 공격 성공률이 58.33%에 달했다. 결국 경기 득점 성공률도 40%까지 끌어올리며 마감했다.
김연경은 오히려 팀원들을 독려했다. "(최근) 경기에서 졌을 때에도 과정은 괜찮았다. 아무래도 외인 선수의 자리가 크다보니 시스템 등을 맞춰가는 게 힘들었는데 계속해서 그 부분을 잘 준비하려고 노력했고 그게 지금 조금씩 나오는 것 같다"며 "앞으로 경기에서 그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나타냈다.
다가올 일정이 만만치 않다. 오는 25일 현대건설, 30일 대전 정관장과 격돌한다. 아본단자 감독은 "언제나 똑같이 준비할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맞추고 발전해야 할 문제에 집중한 다음 상대를 봐야할 것 같다"고 팀 전력을 정비하는 데 힘을 쏟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연경이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