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실패, 오히려 다행" 이치로, 이런 '긍정적 사고'를 봤나... 이것이 '명예의 전당' 품격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1.22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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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치로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시애틀 매리너스 공식 SNS
단 한 표 차이로 만장일치 명예의 전당 입성에 실패했지만, 스즈키 이치로(52)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이를 바라봤다.

이치로는 22일(한국시간) 발표된 2025년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 헌액 투표 결과에서 총 394표 중 393표를 획득, 무려 99.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입성에 성공했다.


총 28명의 선수가 후보에 오른 가운데 이치로는 CC 사바시아(득표율 86.8%), 빌리 와그너(82.5%)와 함께 이번 투표에서 헌액 기준치(75%)를 넘긴 세 선수 중 한 명이 됐다. 이미 180표 이상 공개된 상황에서 100%를 이어가고 있었기에 명예의 전당 입성은 이미 기정사실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만장일치 득표는 결국 이뤄내지 못했다. 앞서 메이저리그에서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사례는 역대 최고의 마무리투수였던 마리아노 리베라 한 명뿐이었다. 그는 지난 2019년 투표인단 425명 전원의 선택을 받아 1936년 명예의 전당 설립 이후 최초로 득표율 100%를 기록했다.

이후 데릭 지터가 397표 중 396표를 받아 단 한 표 차로 실패한 가운데, 이치로가 역대 2번째이자 야수로는 최초로 달성할 수 있을지 기대가 쏠렸다. 하지만 최종 투표 결과에서 한 명이 이치로에게 표를 주지 않으면서 달성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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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치로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시애틀 매리너스 공식 SNS
그래도 이치로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일본 매체 주니치 스포츠에 따르면 이날 이치로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홈구장인 T-모바일 파크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1표가 부족하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고 말했다. 그는 왜 이런 말을 했을까.

이치로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은 나름대로 완벽하려고 추구하는 것이 인생이다"며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불완전한 게 더 좋다. 그래서 더 나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커뮤니티상에서 긍정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아이브(IVE)의 멤버 장원영의 이름에서 딴 '원영적 사고'를 보는 듯했다.

그러면서 이치로는 "인생에서 7대3 비율로 안티가 있었으면 좋겠다. 6대4면 좀 그렇지만, 8대2면 8이 너무 세다"며 "7대3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0% 무결한 삶보다는, 걸림돌이 조금 있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치로의 업적만큼은 9대1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블루웨이브 시절 무려 7년 연속 타격왕(1994~2000년)이라는 기록을 세운 그는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며 MLB에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는 타율(0.350)과 안타(242개), 도루(5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 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치로는 데뷔 첫 해부터 특유의 타격 폼과 함께 정교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또 외야에서도 최정상급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빅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에는 262안타로 1920년 조지 시슬러가 세웠던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257안타)을 경신했고, 2024년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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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공식 SNS 계정이 스즈키 이치로의 업적을 소개했다. /사진=메이저리그 공식 SNS
이치로는 이후 뉴욕 양키스와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친 뒤 시애틀로 돌아와 2019년 3월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리그 19시즌을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2653경기에 출장해 3089개의 안타를 때려냈으며, 타율 0.311,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는 등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다. 또 데뷔 첫해부터 10년 동안 200안타를 달성했다.

비록 만장일치에는 실패했으나, 이치로는 하나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바로 동양인 최초 입성이었다. 앞서 또다른 일본인 선수였던 노모 히데오와 마쓰이 히데키가 도전했으나, 75% 미만의 득표율로 실패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후보 자격을 얻지 못했고, 추신수(SSG 구단주 보좌역)가 내년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치로는 결과 발표 직후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내가 2025년 오늘 명예의 전당 입성 소감을 밝힐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감격의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을지도 몰랐기 때문에 일본인 최초 헌액은 매우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경사는 또 있었다. 이치로가 가장 오래 뛰었고, 현재도 구단 특별 보좌역을 맡고 있는 시애틀 구단은 이날 이치로의 선수 시절 등번호 5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기념식은 8월 10일에 거행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서 이치로는 "사인할 때 51번을 계속 쓸 수 있다는 건 기쁘다"며 "지금 51세라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설의 좌완투수 랜디 존슨이 그에 앞서 달았던 점을 언급하며 "51번을 더럽혀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무거운 마음이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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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치로가 22일(한국시간) 미국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시애틀 매리너스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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