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디 디아즈(왼쪽), 주니어 카미네로(오른쪽)와 함께 탬파베이 레이스 유니폼을 입은 김하성(가운데)의 모습(합성). /사진=클러치 포인트 갈무리 |
김하성. /AFPBBNews=뉴스1 |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 ESPN 등은 30일(한국 시각) 소식통을 인용, "김하성이 탬파베이와 2년 총액 2900만 달러(한화 약 420억원)의 조건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하성은 2025시즌에 1300만 달러(약 188억원)를 받은 뒤 내년 시즌에는 1600만 달러(약 231억원)를 수령한다. 김하성의 올 시즌 연봉인 1300만 달러는 팀 내 최고 연봉 금액이다. 김하성의 합류로 팀 내 연봉 2위가 된 내야수 브랜든 로우(31)의 1050만 달러(약 152억원)보다 250만 달러가 많다. 여기에 올 시즌 325타석을 소화할 경우, 김하성은 200만 달러(약 29억원)를 추가로 받는 옵션이 포함됐다.
특히 이번 계약은 김하성에게 있어서 대단히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올 시즌 김하성이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내년 시즌 다시 잭폿을 터트릴 가능성도 있다. 바로 옵트 아웃(계약 기간 도중 FA 권리 행사 등으로 인한 계약 파기)을 실행할 수 있는 조항이 계약 조건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김하성에게는 매우 유리한 조건의 계약이라고 볼 수 있으나,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공교롭게도 미국 현지에서 이를 집중 조명했다. 미국 MLB 통계 매체 팬그래프는 31일 김하성의 계약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이런 일(김하성의 탬파베이행)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운을 뗐다.
이번 글을 쓴 데이비 앤드류스는 "지난주에 김하성이 어느 팀으로 갈지 2000단어 정도의 글을 쓴 적이 있다. 심지어 '탬파베이'가 들어가는 문장은 쓰지도 않았다. 탬파베이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김하성 영입에) 전혀 돈을 쓰지 않을 거라 봤다. 물론 이렇게 예상한 건 저의 잘못이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왜 김하성은 색다르다고 할 수 있는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에서 적어도 한 시즌을 뛰려고 하는가.(Why is Kim set to spend at least one season at exotic George Steinbrenner Field?)"라고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매체가 언급한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는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위치해 있다. 1996년 개장한 이곳은 지난 2008년까지 레전드(Legends) 필드로 불리다가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로 이름을 바꿨다. '더 보스'로 잘 알려진 조지 스타인브레너(1930년 7월 4일 출생~2010년 7월 13일 사망)는 뉴욕 양키스를 '악의 제국'으로 만든 명 구단주다. 그의 이름을 딴 이곳은 약 1만 10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하다.
원래 탬파베이의 홈구장은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에 위치한 트로피카나 필드(1990년 개장, 약 25000명 수용)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밀턴의 영향으로 트로피카나 필드의 지붕이 뜯기면서 크게 손상됐다. 현재로서는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라 일단 올 시즌 사용은 어려운 상황. 이에 탬파베이는 뉴욕 양키스의 캠프지이자, 뉴욕 양키스 루키(FCL 양키스) 및 싱글A(탬파 타폰스) 팀이 홈구장으로 쓰고 있던 조지 스타인브레너 필드를 올 시즌 홈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밀턴의 영향으로 지붕이 뜯긴 트로피카나 필드의 모습. /AFPBBNews=뉴스1 |
조지 M. 스타인브레너 필드의 모습. /AFPBBNews=뉴스1 |
여기서 매체가 언급한 '베개 같은 계약'은 직전 시즌에 부상이나 부진 등으로 기대에 못 미친 '예비 FA(프리에이전트)' 등의 선수들이 맺는 1년 혹은 1+1년 등의 단기 계약을 말한다. 베개에 누우면 편하지만 오래지 않아 일어나야 하기에, 이런 일시적인 계약을 의미한다. 구단은 활약이 확실치 않은 선수와 장기 계약을 맺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또 선수 입장에서는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둔 뒤 다시 시장에 나가 장기 계약 등의 잭폿을 터트릴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다. MLB에서는 흔한 일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로 이적한 블레이크 스넬(33)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3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년 총액 6200만 달러에 계약한 뒤 시즌 종료 후 옵트 아웃 권리를 행사했다. 그리고 FA 상태에서 다저스와 5년 총액 1억 8200만 달러라는 잭폿을 터트렸다.
팬그래프는 "지난 세 시즌 동안 10.5 WAR(Wins Above Replacement·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를 기록한 김하성에게 이런 규모의 계약은 매우 작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스몰마켓인) 탬파베이로서는 매우 큰 금액이다. 어떻게 그 격차를 메울지는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김하성의 수술 이력 및 복귀 시점을 언급했다.
김하성은 지난해 8월 19일 콜로라도 로키스와 경기 도중 어깨에 통증을 느끼며 교체 아웃됐다. 당초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경기가 2024시즌 김하성의 마지막 경기로 남았다. 김하성은 약 두 달 만인 지난해 10월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 수술을 받았다.
현재로서는 김하성의 메이저리그 개막전 정상 출전은 불투명해 보인다. 4월 복귀도 쉽지 않은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는 5월 복귀를 예상하고 있다. 중요한 건 김하성이 5월에 정상적으로 복귀한 뒤 좋은 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최근 김하성은 보란 듯이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실내에서 티 배팅을 하고, 수영장에서 회복 운동을 하는 등의 영상을 공개하며 '좋은 시작(Good start)'이라는 메시지를 남기도 했다. 반대로 만약 김하성의 복귀가 늦어진다면 팀 내 최고 연봉 금액을 투자한 탬파베이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을 터. 그런데도 탬파베이는 김하성을 믿고 적지 않은 금액을 안긴 것이다. 이번 계약이 김하성에게 있어서 대성공이라 볼 수 있는 이유다.
팬그래프는 "탬파베이는 거액의 돈을 투자하는 등 도박을 하는 식으로 계약을 맺지 않는 팀(the Rays aren’t known for gambling with (relatively) big-money contracts)"이라면서 "그들은 김하성이 복귀해 생산적인 활약을 펼칠 거라 반드시 믿을 것이다. 그렇지 않나. 어쨌든 매우 흥미롭다. 김하성은 경기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선수 중 한 명이다. 분명 팀의 전력을 향상시키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전적으로 그의 오른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전하며 2025시즌 김하성의 활약을 주목했다.
김하성이 지난해 2월 17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마친 뒤 벤치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김우종 기자 |
김하성. /AFPBBNews=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