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성적 16강→우상들 격파' 조건휘, 또 설날의 기적 '1억 챙겼다'... PBA 통산 2회 우승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1.3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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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휘가 30일 웰컴저축은행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승리 후 한복을 입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PBA 제공
'디펜딩 챔피언' 조건휘(33·SK렌터카 다이렉트)가 다시 한 번 설날의 기적을 써냈다. 시즌 중 부진을 떨쳐내고 우상들을 연이어 격파하며 통산 2번째 트로피도 설날 대회에서 들어올렸다.

조건휘는 30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PBA-LPBA 챔피언십' PBA 결승전서 조건휘는 조재호를 세트스코어 4-2(15-10, 15-11, 2-15, 9-15, 15-13, 15-7)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서 통산 첫 우승을 달성한 조건휘는 이번 대회서도 우승해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통산 2번째 우승을 거둔 조건휘는 우승 상금 1억원을 획득, 누적 상금 3억원(3억 1050만원·8위)을 돌파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 이후 월드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 탈락했고 올 시즌에도 16강 진출이 최고 성적일 만큼 연속성 있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설날 대회를 맞아 다시 한 번 무서운 기세를 보였다.

128경에서 윤순재를 3-0, 64강에서 박흥식1을 3-1로 제압한 조건휘는 32강에선 김종완을 셧아웃시킨 뒤 16강에서 응오(베트남)마저 제압했다. 8강에서 팔라손(스페인)을 3-2로 힘겹게 꺾었고 준결승에선 팀 동료 '헐크' 강동궁을 4-3으로 제압한 뒤 같은 날 최강자 조재호마저 4-2로 꺾고 생애 2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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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휘가 결승전에서 스트로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PBA 제공
두드러진 활약이 없었던 그는 이번 시즌 상금 랭킹 34위(950만원)에 그치며 상위 32위만 진출하는 월드챔피언십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 우승으로 5위(1억 950만원)로 수직 상승하며 월드챔피언십 진출 티켓도 얻어냈다.

결승 초반은 조건휘가 분위기를 가져갔다. 조건휘는 1세트 2이닝부터 3-4-2-2-1 연속 득점으로 12-3으로 훌쩍 앞서갔다. 8이닝째 조재호가 하이런 7점으로 10-12까지 따라붙었지만, 조건휘는 8이닝째 2점, 9이닝째 1점을 더해 15-10(9이닝)으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조건휘는 2세트도 4-11로 끌려가던 5,6이닝에 장타 두 방(6,5득점)으로 15-11로 역전, 2세트까지 손에 넣었다.

부진하게 출발한 조재호도 몸이 풀린 듯 곧장 반격에 나섰다. 3세트 1이닝째 13점 하이런을 만든 조재호는 2이닝 만에 15-2로 승리, 한 세트를 만회했다. 이어진 4세트서도 6이닝까지 8-6으로 리드, 하이런 6점과 9이닝째 1점을 채워 15-9(9이닝)로 승리,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조재호는 기세를 이어 5세트 초반도 분위기를 잡았다. 3이닝째 7점 하이런에 이어 2-3-1 연속 득점까지 내며 13-4로 앞서갔다. 그러나 이후 두 이닝을 공타로 돌아서자 조건휘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조건휘는 7이닝째 3득점, 8이닝째 2득점으로 9-13까지 따라붙었고, 7이닝째 남은 6점을 몰아치며 15-14(9이닝)로 역전승을 거두고 흐름을 뒤집었다.

조건휘는 여세를 몰아 6세트 2이닝째 4득점으로 리드를 잡은 후 11이닝부터 3-2 연속 득점으로 14-7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고 13이닝째 깔끔한 앞돌리기로 마지막 득점을 채워 15-7로 경기를 매듭지었다. 세트스코어 4-2 조건휘의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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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샷을 성공한 뒤 포효하는 조건휘. /사진=PBA 제공
PBA에 따르면 조건휘는 우승 이후 기자회견에서 "정말 기쁘다. 2시즌 연속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는 게 더욱 기분 좋다. 첫 우승보다 두 번째 우승이 더 긴장된다(웃음). 투어 첫날 주차를 하는데 까치 한 마리를 발견했다. '이번 투어도 뭔가 좋은 기운을 받겠구나' 하고 생각했다"며 "하루에 조재호 선수와 강동궁 선수를 모두 꺾는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당구 선수를 시작할 때부터 우상이었던 선배들이다. 내게 운도 따라줬다. 초반에 공이 잘 안 풀리다가도 후반으로 갈수록 공이 잘 풀렸다"고 밝혔다.

이전까지 PBA 최강자 조재호와 4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했던 조건휘였다. "부담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언젠가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날이 바로 이날이었다"며 "5세트가 컸다. 한 큐에 충분히 10점 이상 낼 수 있다. 뱅크샷 2점도 노릴 수 있다. 찾아오는 기회를 살리려고 했다. 지난 시즌 같은 대회 우승할 때도 마지막 큐에 9점을 냈다"고 결승전을 돌아봤다.

조재호 또한 조건휘에 대해 "뱅크샷도 잘 치고 전체적으로 성장했다. 이게 다 강동궁 선수 덕분이다(웃음). 조건휘 선수와 강동궁 선수 4강 경기를 지켜봤다"며 "조건휘 선수가 정말 단단하게 발전했다. 예전에 조건휘 선수와 맞붙었을 때와는 시간이 많이 지났다. 그때보다는 감각이나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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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후 시상식에서 큰절을 올리는 조건휘.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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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는 조건휘(왼쪽)와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진=PBA 제공
시즌 최고 성적은 16강에 불과했지만 1년 만에 다시 설날의 제왕으로 등극했다. 조건휘는 "이번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 상황이 우승했던 2023~2024시즌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강동궁 선수에 승리했고 8강에서 0-2로 밀리던 경기를 3-2로 뒤집었다. 어쩌다 보니 옷도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일부러 같은 곳을 고른 것은 아니다. 평소 옷을 많이 사는 편이 아니다"며 "이번 대회에서는 아내가 아침마다 밥을 챙겨줬다. 아내도 일을 하기 때문에 연휴에만 챙겨주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아내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애틋함을 전했다.

이번엔 상승세를 탈 수 있을까. 조건휘는 오히려 초연했다. 그는 "근래에는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당구뿐만 아니라 삶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마음 가는 대로 모든 일을 하니까 잘 풀리고 있다. 부담도 없고, 긴장도 줄었다"며 월드챔피언십에 대해서도 "지난 시즌도 우승 전에 33위였다. 우승 한 번으로 월드챔피언십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이번 시즌 월드챔피언십서는 조금 더 오래 살아보겠다"고 말했다.

반면 2년 연속 PBA 대상에 빛나던 조재호는 올 시즌 마지막 정규투어서 시즌 첫 우승에 도전했으나 우승 문턱서 고배를 마셨다.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원)은 64강에서 최재동을 상대로 애버리지 3.214를 기록한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가 수상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시즌 8개 정규투어를 모두 마무리한 PBA는 다음달 1일부터 4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2024~2025 드림투어(2부) 파이널'을 개최한다. 이어 7일부터 15일까지는 '웰컴저축은행 PBA 팀리그' 5라운드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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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장상진 PBA 부총재(왼쪽부터), 조재호, 조건휘,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이사. /사진=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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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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