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헬멧, 슈퍼볼 우승 트로피,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헬멧. /AFPBBNews=뉴스1 |
NFL의 인기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물론 아메리칸 풋볼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관심과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지배했던 영국의 럭비를 개조한 아메리칸 풋볼 경기가 내셔널리즘에 기반해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했던 과정도 NFL의 도약에 큰 힘이 됐다.
여기에 야구 이상으로 포지션 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아메리칸 풋볼은 미국 산업화의 축소판으로 간주됐다. 각 포지션이 공장 제조 라인의 분업 체계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 리그로서 NFL의 최대 매력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모토에 근간을 두고 있다. NFL은 리그에 참여하는 팀들이 우승을 최대한 골고루 차지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만들었다.
오는 10일(한국시간) 슈퍼볼이 열리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시저스 슈퍼돔의 내부 전경. /AFPBBNews=뉴스1 |
NBA는 소속 팀에서 3년차 이상 선수들과 재계약을 맺을 경우에는 샐러리 캡에 적용 받지 않는 '래리 버드 조항' 등을 두고 있지만 NFL에는 이런 예외 조항이 전혀 없다. 이와 같은 NFL의 강력한 샐러리 캡은 팀간 전력 균형을 이루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한 마디로 NFL은 소수의 부자 구단들이 우승을 나눠 갖는 구조가 아닌 셈이다.
NFL은 신인 유망주를 선발하는 드래프트 방식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팀 순위에 따른다. 리그 최하위인 32위 팀이 1번 지명권을 받고 반대로 1위 팀은 32번째 지명권을 받는 형태다.
NBA는 이와 다르다. 리그 최하위 팀(30위)부터 17위 팀까지 로터리 픽(추첨)을 통해 1라운드 14번까지의 신인 선수 지명권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물론 성적이 낮은 팀일수록 1번 지명권을 받을 확률이 높게 설정돼 있지만 성적과 지명권 순위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
NFL 정규시즌의 대진 방식도 최종 순위에 변수로 작용한다. 모든 NFL 팀은 한 시즌에 17경기씩을 치른다. 이렇다 보니 나머지 14개 팀과는 정규시즌에서 만나지 않는다. 그래서 NFL 팀들은 매 시즌 상대 팀에 따라 정규시즌 성적에 변수가 생길 여지가 있다.
시저스 슈퍼돔에 게시된 제59회 슈퍼볼 안내판. /AFPBBNews=뉴스1 |
이렇듯 하드 샐러리 캡, 리그 성적에 따른 신인 선수 지명권 배분과 특유의 대진 방식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NFL은 슈퍼볼(Super Bowl)이 창설된 1967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3연패를 차지한 팀이 없었다.
지난해 제58회 슈퍼볼까지 우승의 영광을 안은 팀은 전체 32개 팀 가운데 20개 팀이었다. NFL의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에 출전한 팀은 무려 28개다. 단 한 번도 슈퍼볼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4개 팀밖에 없다.
반면 1992~1993시즌에 출범한 EPL은 2023~2024시즌까지 오직 7개 팀만이 우승의 영예를 누렸다. 그나마도 4개 팀(맨유, 맨시티, 첼시, 아스널)이 단 3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우승을 나눠가졌다.
캔자스시티(빨간색 유니폼)와 필라델피아의 2023년 11월 경기 모습. /AFPBBNews=뉴스1 |
캔자스시티는 2023년 필라델피아, 2024년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를 꺾고 챔피언에 올랐다. 지금까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팀이 그 다음 해에 슈퍼볼에 진출한 경우조차 없었기 때문에 이번 경기 결과는 더욱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캔자스시티의 3연패 도전은 미국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스포츠 리그임에도 팀간 전력 균형이라는 사회주의적 요소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NFL의 독특한 운영 철학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이종성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