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하자" 했는데... 이치로 '만장일치' 막은 단 한 명, 끝내 정체 드러나지 않았다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2.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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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치로가 미국 시애틀 T-모바일 파크에서 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시애틀 매리너스 공식 SNS
소신을 지켰지만, 공개하고 싶진 않은 걸까. 스즈키 이치로(52)의 야수 최초 명예의 전당 만장일치 헌액을 막은 '단 한 명'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 야후 스포츠는 5일(한국시간) "올해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National Baseball Hall of Fame) 투표에서 이치로를 찍지 않은 유일한 기자는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이는 같은 날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가 공개한 2025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가 연관됐다. BBWAA 회원 중 올해 투표권을 행사한 394명 중 82%인 323명의 결과가 공개됐다. 이들 중 이치로를 찍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총 10명을 선택할 수 있는 가운데, 2명만 선택한 기자들도 여럿 있었다. 하지만 이들도 이치로에게 투표한 후 나머지 한 자리는 대부분 함께 헌액된 CC 사바시아나 빌리 와그너를 찍었고, 2명은 각각 카를로스 벨트란과 알렉스 로드리게스에게 표를 던졌다. 다른 사람을 누구를 선택하더라도 이치로는 항상 들어갔던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이치로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의 행방도 알 수 없게 됐다. 앞서 지난달 22일 공개된 명예의 전당 투표 결과에서 이치로는 394표 중 393표를 획득, 무려 99.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넉넉하게 명예의 전당 입성에 성공했다. 은퇴 직후부터 입성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기에 헌액 여부 그 자체보다도 만장일치 헌액에 더 관심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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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com의 마크 파인센드가 자신의 명예의 전당 투표지를 공개했다. /사진=마크 파인센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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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의 마리아노 리베라(맨 왼쪽)와 스즈키 이치로(맨 오른쪽)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1936년 최초의 5인이 입성한 이후 89년간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건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뿐이었다. 2019년 당시 리베라는 425명 전원의 선택을 받아 득표율 100%를 기록했다. 이후 1년 뒤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 유격수 데릭 지터도 만장일치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그는 397표 중 396표를 받아 단 한 표 차로 달성하지 못했다.

이치로는 지터가 하지 못했던 역대 최초의 야수 만장일치 헌액을 위해 나섰다. 특히 절반이 넘는 180표 이상 공개 시점에서도 100%를 유지 중이었기에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한 명이 이치로에게 표를 주지 않았다.

이치로는 덤덤한 반응이었다. 헌액 직후 그는 "1표가 부족하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은 나름대로 완벽해지려고 추구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불완전한 게 더 좋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어 입성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로부터 많은 표를 받았고, 그에 감사한다. 하지만 한 명의 기자에게는 표를 받지 못했다"며 "그분을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 함께 술을 마시면서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미국 현지에서는 이치로에게 표를 주지 않은 기자에 대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이치로가 단 한 표 차로 만장일치를 놓쳤다. 앞으로 나와라. 이 멍청한 놈(numbskull)아"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런 여론 속에 이치로를 찍지 않은 투표자가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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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즈키 이치로가명예의 전당 입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시애틀 매리너스 공식 SNS
일본 야구의 살아있는 영웅 이치로는 지난 1993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블루웨이브에 입단한 뒤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하며 MLB에 진출했다. NPB에서는 9시즌 951경기 출장에 통산 타율 0.353이며 1278안타, 118홈런, 529타점, 628득점, 199도루를 마크했다. 무려 7년 연속 타격왕(1994~2000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일본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에는 타율(0.350)과 안타(242개), 도루(56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그 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쥐었다. 이치로는 데뷔 첫 해부터 특유의 타격 폼과 함께 정교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또 외야에서도 최정상급 수비 능력을 보여주며 단숨에 빅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에는 262안타로 1920년 조지 시슬러가 세웠던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257안타)을 경신했고, 2024년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이치로는 이후 뉴욕 양키스와 마이애미 말린스를 거친 뒤 시애틀로 돌아와 2019년 3월 은퇴할 때까지 메이저리그 19시즌을 활약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2653경기에 출장해 3089개의 안타를 때려냈으며, 타율 0.311, 117홈런, 780타점, 1420득점, 509도루를 기록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10년 연속 골드글러브를 품에 안는 등 전설적인 활약을 펼쳤다. 또 데뷔 첫해부터 10년 동안 200안타를 달성했다.

이미 이치로가 후보에 오른 순간부터 명예의 전당 입성은 확실시됐다. MLB.com은 지난해 1월 "2025년 7월에 이치로와 사바시아가 명예의 전당 입성 연설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매체는 "그가 경기에 미친 영향 및 3000안타는 명예의 전당 투표에서 압도적인 득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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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공식 SNS 계정이 스즈키 이치로의 업적을 소개했다. /사진=메이저리그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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