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휘문고 염승원(키움 지명)이 5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2024 KBSA 시상식 후 파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
염승원은 5일 서울특별시 강남구 도곡동에 위치한 양재 브라이드벨리에서 열린 '2024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시상식'에서 이영민 타격상을 받았다.
시상식에 나선 염승원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확실히 고교 타자 중 한 명만 받을 수 있는 상이라 정말 영광이었다"며 "나도 5할을 친 비결은 잘 모르겠다. 기록을 잘 확인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친구들이 말해줘서 알았다. 결과에 신경 쓰기보단 한 타석 한 타석을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영민 타격상은 협회가 주최한 고교야구 주말리그 및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15경기 60타석 이상 타자 중 최고 타율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진다. 염승원은 지난해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전국고교야구대회(신세계이마트배/황금사자기/청룡기/대통령배/봉황대기) 총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521(73타수 38안타)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301을 기록했다. 그를 지켜본 스카우트 대다수가 콘택트 능력 하나만큼은 히어로즈 선배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나 김혜성(26·LA 다저스)가 생각난다고 할 정도로 입모아 칭찬한다. 염승원은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25년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1번으로 키움에 입단했다.
한 KBO 구단 스카우트 A는 최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영민 타격상을 괜히 받은 게 아니다. 염승원은 방망이 컨트롤이 뛰어나다. 볼은 건드리지 않고 헛스윙 자체를 거의 안 한다. 일단 선구안이 좋고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몸쪽이든 바깥쪽이든 스트라이크 존 비슷하게 걸쳐 들어오는 공은 걷어낸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24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키움 염승원(오른쪽)이 5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2024 KBSA 시상식에서 양해영 회장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파워와 수비도 두드러지진 않았으나, 좋은 자질을 갖고 있어 향후 주전 유격수로서 성장이 기대된다. 스카우트 A는 "파워는 프로에 와서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면 늘릴 수 있는데 콘택트 능력은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염승원도 충분히 장타를 생산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수비에서도 어깨가 조금 약하긴 한데 기본적인 움직임이나 핸들링이 평균 이상이다. 발도 빨라서 유격수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키움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해 시상식 참석이 가능했다. 현재 키움은 미국과 대만에서 각각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훈련 중이지만, 염승원은 국내에서 재활 중이다. 지난해 11월 대만에서 열린 키움 루키 캠프에서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고 구단과 논의를 통해 12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다.
염승원은 "큰 수술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팔꿈치가 아픈 적은 없었는데 대만에서 공을 던질 때 약간 느낌이 왔다. 수술을 결정할 당시 조금 우울하기도 했지만, 길게 보면 지금 수술하는 게 선수 인생에 있어 더 좋을 거라 판단했다"고 수술 당시를 돌아봤다.
이어 "팔꿈치는 잘 회복되고 있다. 앞으로 두 달은 기초 근력 운동을 더 하고, 이후 3개월 정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다. 그다음에는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nterval Throwing Program)로 넘어갈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안 다칠 수 있는 몸에 초점을 맞추고 기동성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2024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키움 염승원이 5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2024 KBSA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
최근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선수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염승원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수상자 송성문(키움)이 지난해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를 정도로 잠재력을 터트렸고, 2015년 수상자 최원준(KIA 타이거즈)은 주전 중견수로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2016년 수상자 김혜성은 지난달 LA 다저스와 계약을 체결하며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염승원도 자질을 충분한 선수다. 콘택트 능력이 뛰어난 휘문고 유격수라는 점에서 같은 학교 선배 이정후(키움)와 닮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염승원은 "롤모델은 이치로 선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치로 선수의 책을 읽었는데 다른 선수들과 멘탈적으로 다른 것 같아 이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2의 이정후라는 말이 기분은 좋지만, 지금보다 더 성장해야 그에 걸맞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담보단)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잘하려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이정후 선배님도 신인 오리엔테이션 때 오셔서 잠깐 뵀는데 재활할 때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목표는 프로 최다 안타였다. 염승원은 "프로에서도 잘해서 이영민 타격상 받은 사람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야구적으로는 안타를 제일 많이 치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단일 시즌 최다 안타보단 통산 안타에 욕심이 난다"고 강조하면서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두 배로 더 많이 해서 발을 맞춰야 할 것 같다. 올해는 몸 만드는 데 신경 써서 내년부터는 더 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