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많이 보냈지만, 켈리 갈 땐 눈물 났다" 모두를 울린 에이스, LG로 돌아올 수 있을까 [스코츠데일 현장]

스코츠데일(미국)=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2.2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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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케이시 켈리(맨 왼쪽)가 지난해 잠실 두산전이 우천 취소된 이후 열린 고별식에서 그의 아내, 자녀들과 함께 헌정 영상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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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LG에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왼쪽에서 3번째)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스쿨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2025 LG 스프링캠프를 찾아 동료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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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케이시 켈리(가운데)가 지난해 잠실 두산전이 우천 취소된 이후 열린 고별식에서 LG 팬들에게 큰 절을 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36)는 그야말로 구단 최고의 외인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수로서 드물게 6시즌 동안 활약한 데서 보이듯 일단 실력이 바탕이 됐다. 통산 163경기에 출전해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 989⅓이닝 753탈삼진으로 LG 구단 역사상 5번째로 많은 승리를 따냈다. KBO 역사상으로도 켈리보다 많은 승리를 거둔 외국인 투수는 102승(8시즌)의 더스틴 니퍼트, 90승(6시즌)의 다니엘 리오스, 77승(8시즌)의 헨리 소사뿐이다.


투수 켈리의 매력은 이닝 소화력에 있었다. 대부분의 팀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2019년 입단 후 2023년까지 평균 175이닝 이상을 소화해주는 켈리는 LG 마운드에 없어서는 안 될 버팀목이었다. 켈리가 있어 강력한 타선이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고, 철벽 계투진이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렇게 정점을 찍은 것이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성적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줬던 것이 켈리였다. 한국에 처음 오는 외국인 선수들이 순조롭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기본이고, 타 팀에서 이적해오거나 새로 입단한 신인까지 한국 선수들마저 아울렀다. 괜히 켈리를 두고 외국인답지 않은 외국인 투수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었다.

LG 구단 관계자는 "켈리는 안 친한 선수가 없었다. 위부터 아래까지 두루두루 챙겨 켈리를 따르지 않는 선수가 없었다. 임찬규, 이정용, 김윤식도 다 켈리를 보며 컸다. 어린 선수들이 오면 '내가 형이야'라고 한국말로 말하며 말을 붙였다"고 떠올렸다. 이어 "오스틴이 처음 왔을 때는 켈리가 뜬금없이 '내가 네 선배'라고 하더라. 한국말도 알려주고 오스틴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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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스틴 딘(왼쪽)이 지난해 켈리의 고별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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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선수단이 지난해 잠실 두산전이 우천 취소된 이후 열린 켈리 고별식에서 단체 촬영에 임하고 있다.


지난 시즌 후 재계약으로 LG 3년 차의 최고참이 된 오스틴 딘(32)도 켈리의 도움을 떠올리며, 그와 같은 길을 따르려 했다. 최근 미국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오스틴은 "켈리는 내가 한국 생활과 KBO 리그에 적응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준 친구다. 나도 그걸 이어받아 (요니) 치리노스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KBO와 LG에 편하게 적응하는 데 도움을 주려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랬던 선수인 만큼 지난해 7월 2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있었던 켈리의 고별식은 LG 선수들에게 아직도 여운이 남는 순간이었다. 당시 김현수(37), 오지환(35) 등 주장단을 비롯해 임찬규(33), 오스틴 등 너나 할 것 없이 떠나는 켈리를 눈물로 보냈다. 그 모습에 켈리도 끝내 감정을 참지 못하고 펑펑 울고야 말았다. 이때 현장에 함께 있었던 LG 구단 관계자 역시 "나도 구단에서 일하면서 외국인 선수들을 많이 보내봤지만, 정말 켈리가 갈 땐 눈물이 났다. 하필 또 비도 오고 그래서 슬픔이 더했다"고 전했다.

이때를 떠올린 임찬규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별이 아팠다기보단 좋게 잘 보내줘야 하니까 최대한 웃으면서 보내려 했다. 모두가 켈리가 떠나는 걸 알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켈리가 아무렇지 않게 경기를 준비했고 비가 오는데도 계속해서 기다렸다. 그런 걸 보면서 마음 한쪽이 이상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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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현수, 오지환이 지난해 켈리의 고별식에서 눈물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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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왼쪽)가 지난해 켈리의 고별식에서 눈물과 함께 끌어안고 있다.


화제가 됐던 눈물의 포옹에 대해서는 "고별식이 끝나고 뒤에서 같이 껴안고 너무 고생했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좋은 친구로서 잘 보내줬던 것 같다. 그 이후에도 한국에서 자주 연락하고 있고, 미국에 선발대로 와서도 봤다. 좋은 친구들이 또 생겨서 켈리를 잘 보내줄 수 있었던 거 같다"고 했다.

켈리는 지난 16일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도 가족들과 함께 LG 선수단을 방문해 우정을 나눴다. LG가 곧 한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에 구단에만 알린 채, 선수단 몰래 훈련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더욱 기쁘게 했다. LG 구단은 6년간 LG 트윈스에서 뛰어준 켈리에게 감사패와 활약상이 담긴 사진 앨범을 선물했다.

캠프 방문 후 켈리는 구단을 통해 "동료들이 많이 보고 싶었다. 오늘 야구장에 나와 다시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며 "팀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그리웠다. 동료들이 시즌 준비를 잘해서 올해 좋은 일이 생기길 기원한다"라고 말하며 또 한 번 팬들을 뭉클하게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은 켈리라면 훗날 LG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다른 KBO 구단들의 경우 오랜 교감을 나눈 외국인 선수라면 은퇴 후 어드바이저, 스카우트 등으로 다시 인연을 맺기도 한다. 더욱이 켈리처럼 외국인 선수들의 적응과 한국 선수들의 성장을 도우며 2020년대 LG 팀 문화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선수라면 충분히 가능한 상상이다.

인터뷰 종료 후 "나중에 켈리가 다시 LG로 오면 어떨 것 같나"라는 질문에 임찬규는 "켈리가 오면 너무 좋죠. 지금은 켈리가 현역 연장 의지가 강해서 어려울 것 같은데, 나중에라도 우리에게 돌아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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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LG에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맨 왼쪽)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스쿨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2025 LG 스프링캠프를 찾아 LG 김인석 대표이사와 감사패를 들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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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LG에서 활약했던 케이시 켈리(왼쪽)가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인디언스쿨파크 야구장에서 열린 2025 LG 스프링캠프를 찾아 오지환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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