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고 생각한 적 없다" 우승 이후 최고 시즌, NC 뉴 캡틴은 '왜' 모두의 찬사에도 실망감 드러냈나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5.02.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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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새 주장 박민우.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박민우(32·NC 다이노스)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모두의 찬사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2024시즌 61승 2무 81패(9위). 그의 머릿속 가장 크게 자리 잡은 팀 성적 때문이었다.

박민우는 올 시즌부터 NC 주장직을 수행한다. 2019년 나성범(36·KIA 타이거즈), 지난해 손아섭(37)의 부상으로 시즌 중 임시 주장을 맡은 적은 있으나, 캡틴으로 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번의 임시 주장을 했을 때도 팀을 잘 수습해 시즌을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민우는 마포초(용산구리틀)-선린중-휘문고 졸업 후 2012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9번으로 NC에 입단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팀 문화를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박민우의 신인 시절 캡틴을 맡았던(2012~2013년) 이호준(49) NC 감독도 그 점을 잘 알았기에 그에게 이호준호 첫 주장직을 맡겼다.

지난 시즌 후 주장을 맡은 순간부터 올해 초 열린 신년회에 이르기까지 박민우는 NC 팬들의 많은 기대를 받았다. 지난해 박민우는 121경기 타율 0.328(457타수 150안타), 8홈런 50타점 75득점, 32도루, 출루율 0.406 장타율 0.446, OPS(출루율+장타율) 0.852로 4년 만에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어려운 팀 사정에서도 팀을 이끌며 10개 구단 2루수 중 가장 높은 OPS를 마크했다. 그 기대를 입증하듯 신년회 당시 취재진으로부터 올해 목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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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단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에넥스 필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NC 박민우가 캐치볼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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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단이 15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에넥스 필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NC 데이비슨(맨 아래)이 스트레칭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하지만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에넥스 필드에서 펼쳐진 2025 NC 스프링캠프에서 스타 뉴스와 만난 박민우는 이 이야기에 씁쓸한 웃음을 먼저 내보였다. 박민우는 "올해 내 개인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을 신년회부터 정확히 13번 정도 들은 거 같다. 솔직히 내가 지난해에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개인적으로 내 성적과 팀 성적은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난해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데 팀 성적은 좋지 않다면, 과연 내가 팀이 정말 중요할 때 쳤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실망감을 드러내며 "그보단 내가 표면적인 지표가 좋지 않았는데 팀 성적이 좋다면, 내가 그 적은 숫자 중에서도 결정적인 타점, 도루 등으로 팀 승리에 효과적으로 기여했다는 뜻 같아서 그게 더 기쁠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자신보단 팀에 대한 이야기에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영락없는 주장이었다. 박민우는 "이번 미국 캠프 분위기가 역대급으로 좋다. 훈련 양이 정말 많아서 처질 법한 데도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그런지 에너지가 넘친다. 코치진은 에너지를 불어넣고 어린 후배들은 발산하고 고참들도 동참하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투손 캠프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투손 캠프 당시 가장 기대되는 선수를 뽑아달라는 질문에도 미소와 함께 행복한 고민을 했다. 박민우는 "음... 다 잘하는데 우리 투수 중엔 최우석 선수가 제일 기대된다. 불펜 피칭을 봤는데 그동안 내가 봤던 1군에서 뛰었던 중간 투수들 못지않게 좋은 공을 던진다. 아직 나이도 어린데 지난해 1군도 경험했고, 충분히 기대할 선수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야수는 한재환 선수가 눈에 띈다. 옆에서 보는데(한재환 1루, 박민우 2루) 수비도 공격도 다 좋다. (한)재환이도 지난해 1군에서 경험했고, 앞으로 1군에서 경기를 이끌 선수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중 하나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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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단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에넥스 필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NC 김주원과 한재환(오른쪽)이 훈련장에 출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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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다이노스 선수단이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에넥스 필드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라일리(오른쪽)가 훈련을 마친 주장 박민우에게 다가가 안마를 하고 있다.


올 시즌 NC를 5강권으로 두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타선은 탄탄하지만,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물음표투성이인 마운드가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에 박민우는 "시즌 전 평가에서 우리가 상위권에 있던 적은 많지 않은 거 같다. 사실 상위권, 우승 후보 평가도 받아봤지만, 선수들에게 부담은 되지 않는다"며 "그래도 이왕이면 상위권보단 하위권으로 평가받는 게 마음은 편하다. 우리를 낮게 봤는데 성적을 내면 반전이 된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개인보다 팀 퍼스트 정신을 강조한다. 그래서 취재 내내 박민우가 4면으로 둘러싸인 에넥스 필드 이곳저곳을 다니며 야수조, 투수조 가리지 않고 농담을 건네는 장면이 계속해서 목격됐다. 이호준 감독 못지않은 먼저 다가가는 친화력으로 애리조나 캠프가 돼서야 처음 합류한 외국인 선수들도 박민우를 "베스트 프렌드"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박민우는 "사실 그래서인지 개인적인 목표는 정말 없다. 굳이 꼽자면 도루를 지난해보다 더 많이 하는 것인데, MVP 시즌 보내더라도 스트레스받는 게 야구라는 점에서 그렇다.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고참이 돼서 더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연차가 쌓이다 보니 개인 성적보단 팀 성적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갈수록 느낀다. 물론 내가 잘하고 팀도 잘하는 게 최고다.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경우 내가 잘하고 팀이 못하는 것보다 내가 못 하고 팀이 잘하는 게 스트레스는 훨씬 덜 받는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팬분들이 가장 원하고 좋아하는 건 NC 선수들이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고 많이 이겨서 좋은 결과를 내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걸 우리가 채워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매년 팬분들께 약속드리는 거 같아 죄송한 마음이다. 지난해 너무 빨리 시즌이 끝났는데 올해는 조금 더 길게 야구해서 우리 팬들이 가을을 기다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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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민우(오른쪽)가 경기 전 팬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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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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