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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이 28일 KT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
한국 야구의 장밋빛 미래가 지속될 것으로 보였지만 이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대표팀은 3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1000만 관중을 맞이한 프로야구의 인기 유지를 위해서라도 호성적이 필요한 순간. 다시금 최정예 멤버들이 힘을 합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최근 국제대회에서 세대교체를 중요한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번번이 아쉬운 결과가 이어졌고 과거 영광의 장면들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내년 3월에 열릴 2026 WBC에선 변화의 바람이 감지된다. 나이를 불문하고 최고의 선수들이 총출동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2024시즌을 앞두고 KBO리그로 복귀한 류현진(38·한화 이글스)은 조심스레 다시 한 번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뜻을 나타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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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캠프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류현진. /사진=뉴스1 |
김광현은 "난 안 한다. 벌써 (국가대표 은퇴를) 선포했다"고 했는데 류현진은 "정예멤버라면 하고 싶지 않느냐"고 묻자 김광현은 "2009년과 같은 느낌이라면 하고 싶다"고 가능성을 남겼다.
이들이 대표팀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선 가운데 가장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인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목소리를 냈다. 대표팀 구성과 관련해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배와 파이팅 넘치는 젊은 선수가 융화돼야 좋은 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또 대표팀은 경험을 쌓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 어린 선수와 베테랑 모두 가게 되면 좋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려왔으나 성적을 내기 위해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병역 문제가 걸린 아시안게임이나 빅리거들이 쉽게 참여하기 힘든 프리미어12라면 어느 정도 그럴 수 있지만 세계 최고 선수들이 집결하는 WBC를 앞두고 그동안 소외됐던 베테랑 선배들이 함께 세계 무대를 누비길 원하는 뜻이 담겨 있었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류지현(54) 대표팀 감독도 비슷한 뜻을 나타냈다. 그는 "내년 3월까지 대회를 준비하면서 최상의 전력으로 최정예 대표팀을 구성하겠다"며 "메이저리거는 물론이고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유망주와 한국계 미국 선수들도 체크할 것이다. 오로지 2025시즌 성적을 토대로 대표팀을 꾸릴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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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사진=김진경 대기자 |
다시 한 번 WBC 출전 의지를 나타냈다 류현진은 "당연히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저도 인정할 만큼 올 시즌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 때 뽑아주신다면 당연히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광현이 그 배턴을 넘겨받았다. 28일 KT 위즈와 연습경기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가와 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김광현은 WBC 출전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잘해야 한다. 언급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야구를 잘 했으면 좋겠다"며 "'얘 안 데리고 가면 안돼'라는 생각이 들게끔 성적을 내는 게 첫 번째"라고 전했다.
다만 아직까진 조심스럽기만 하다. 김광현은 "(이)정후도 맞는 말을 했다. 잘하는 선수, 야구를 보는 눈이 다들 다르다. 클래식 스탯을 중시하기도 세이버 매트릭스 수치를 높게 치기도 한다"며 "이런 말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선수들도 (대표팀 발탁이) 부담스럽고 선정 위원님들도 부담스럽다. 참 민감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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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왼쪽)과 김광현이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WBC 출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윤석민 유튜브채널 영상 갈무리 |
지금껏 대표팀에 오랜 기간 동안 헌신했고 몸 상태 유지를 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대표팀 선발과 성적에 대한 싸늘한 시선과 그로 인한 비판 문화 등에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인정할 정도가 돼야만 고민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류현진은 "성적이 좋았는데 안 나가려고 하는 친구들을 열심히 꼬드기겠다"라며 베테랑들과 동반 승선을 희망했는데 이에 대해 김광현은 "(제가) 시즌 끝났을 때 잘하는 베테랑이었으면 좋겠다. 올해 꼭 성적을 내고 나면 기분 좋은 고민이지 않을까"라며 "꼭 잘해서 현진이 형에게 전화가 올 수 있도록 하겠다.
김광현은 지난해 아쉬움을 남겼다. 류현진도 지난해 성적대로라면 여론은 엇갈릴 수 있다. 전제는 성적이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많은 경험이 있는 김광현, 류현진 등에 가산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김광현, 류현진, 양의지(두산) 등에 이정후, 김하성(탬파베이), 김혜성(LA 다저스), 한국계 선수들인 토미 에드먼(다저스), 미치 화이트(SSG) 등의 합류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에드먼은 이미 2023년 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이러한 드림팀을 내년에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야구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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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현. /사진=SSG 랜더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