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외인 류현진' 구종이 무려 6개→구속은 벌써 153㎞→제구는 더 놀랍다! '100만불 안 아깝네'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3.11 00:07
  • 글자크기조절
image
한화 코디 폰세가 10일 SSG와 시범경기에서 투구를 마치고 미소를 지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서고 있다.
image
폰세(왼쪽)가 임무를 마치고 자신을 반기는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단기 대체 외국인으로 등장해 정규직 전환에 이어 사실상 1선발급 투구를 펼치며 재계약을 맺은 라이언 와이스(29)보다도 더 확실한 대우를 안겼다. 코디 폰세(31)는 시범경기 단 한 번의 등판으로 왜 자신이 '100만 달러 사나이'가 됐는지를 증명했다.

폰세는 1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5 KBO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63구를 던져 3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엄상백(3⅔이닝 3실점 2자책), 2번째 경기에서 이상규(2⅓이닝 4실점 3자책), 일본 오키나와에서 치른 연습경기에서 류현진(2⅔이닝 7실점 4자책)으로 선발 투수들이 연이어 부침을 겪던 터라 더 반갑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호투였다. 팀은 3-1로 승리하며 시범경기 첫 승리를 거뒀고 폰세는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해 한화는 4명의 외국인 투수를 거쳤으나 단기 대체로 영입된 뒤 정식 계약을 맺고 올 시즌에도 다시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와이스를 제외하면 만족스러운 투수가 없었다.

image
SSG전 역투를 펼치는 폰세.
지난해 16경기에서 91⅔이닝을 소화하며 5승 5패 평균자책점(ERA) 3.73,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맹활약한 와이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95만 달러(13억 8300만원)에 재계약했다. 지난해 확실히 증명한 게 있었음에도 인센티브 20만 달러까지 포함된 조건에 사인을 했다.


그러나 폰세에겐 1년 차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00만 달러(14억 5600만원)를 안겼다.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로 전액 보장이었다.

그만큼 기대감이 남달랐다. 198㎝ 큰 키의 우투수 폰세는 평균 구속이 150㎞를 웃도는 패스트볼을 바탕으로 다양한 구종과 제구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과 2021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으로 메이저리그(MLB)에서 20경기(선발 5경기)에 등판해 55⅓이닝을 소화하며 1승 7패 48탈삼진, ERA 5.86을 기록했고 2022년부터 3년 동안 일본프로야구(NPB)에서도 활약하며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다.

한화와 계약한 폰세는 "매우 열정적인 한화 팬들 앞에 서게 돼 설렌다. 새로운 구장이 개장한다고 들었는데 빨리 마운드에 서보고 싶다"며 "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한화가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투구분석표상엔 무려 7가지 구종이 찍혔다. 최고 구속 153㎞의 포심 패스트볼(27구)과 최고 151㎞의 투심(8구)을 비롯해 커브와 체인지업(이상 10구), 슬라이더(5구), 커터(2구), 포크볼(1구)을 고루 섞었다.

image
2회말 2사 1루에서 고명준과 승부 투구 기록. /사진=네이버 중계화면 갈무리
image
3회 1사 1,2루에서 정준재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투구 기록. /사진=네이버 중계화면 갈무리
다양한 구종보다, 벌써 153㎞를 던졌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건 완벽한 제구와 영리한 볼배합이었다. 폰세는 처음 경험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을 테스트라도 하듯 공 하나, 두 개 빠지는 공을 던져가며 보더라인을 두고 줄타기를 펼쳤다.

감탄을 자아내는 몇몇 장면이 있었다. 2회말 2사 1루에서 고명준 타석에선 바깥쪽으로 던진 직구가 볼이 되자 2구를 조금 더 안쪽으로 넣어 스트라이크를 얻어냈고 3구를 몸쪽으로 붙여 볼이 됐지만 4구 바깥쪽 코스의 직구로 헛스윙을 유도한 뒤 5구는 하나 더 빠지는 슬라이더로 삼진을 잡아냈다.

3회 무사 1,2루 위기에 몰리고도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1구가 볼이 됐지만 이후 낮은 코스에 공을 뿌리면서도 커브,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은 뒤 바깥쪽 꽉차는 코스에 빠른 공을 꽂아넣어 최지훈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이어 정준재에겐 1구 높은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은 뒤 2구 몸쪽 낮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했고 3,4구 더 낮은 공으로 시선을 분산시킨 뒤 5구 존에 걸치는 체인지업으로 다시 한 번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4회 1사 1루에서 박성한에게 병살타를 이끌어낸 승부도 기가 막혔다. 1구 투심과 2구 커브를 모두 낮게 던져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폰세는 3구 아슬아슬하게 낮은 코스에 걸릴 듯한 커브를 뿌렸고 박성한은 방망이를 참지 못했다. 타구는 빗맞을 수밖에 없었고 2루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는 병살타가 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폰세는 "기분도 좋고 몸 상태도 굉장히 좋다"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그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부분이고 하루 하루 훈련을 통해서 부족한 부분을 다시 한 번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image
승리 투수가 된 폰세가 /사진=안호근 기자
다양한 구종만큼이나 완벽한 제구가 돋보였다. 2개의 볼넷도 제구가 크게 벗어나며 내준 것이 아닌 철저한 수싸움 끝에 나온 것들이었다. 다양한 구종이 코너 곳곳에 꽂혔다.

그럼에도 폰세는 만족하지 않았다. "투심을 더 연마해야 할 것 같다. 투심이 원하는 곳에 제구가 되지 않았던 게 아쉬웠다"는 폰세는 포크볼로 기록된 공은 체인지업이었다며 "6개 구종 중에서 제구로 보면 직구가 잘 먹혔던 것 같다"고 전했다.

구속에 대해선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153㎞를 던진 것도 좋지만 경기를 하면서 아웃카운트를 잡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준 야수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야구라는 스포츠는 팀 경기다.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보니까 팀 동료들에게 감사한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움까지 나타냈다.

처음 경험하는 피치클락에 대해서도 "싫지는 않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더니 오히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까지 밝혔다. 폰세는 "피치클락이 도움이 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피치클락의 도입 이유는 경기 진행을 빨리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게임을 하면서 피치클락을 최대한 잘 이용하겠다"고 말했다.

완성형 투수의 느낌을 주는 폰세는 팬들을 열광케 할 열정도 지니고 있다고 어필했다. "약간 감정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표출하는 걸 좋아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마운드에 나가서 경쟁력 있게 싸우는 모습을 팬들께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image
투구를 마친 폰세가 야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기자 프로필
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