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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건우가 11일 한화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믿었던 도끼에 줄줄이 발등을 찍혔지만 1차 지명자 김건우(23·SSG 랜더스)는 달랐다. 첫 기회부터 존재감을 어필하며 사령탑의 눈도장을 찍었다.
SSG의 스프링캠프 기간 커다란 숙제 중 하나는 5선발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투수 미치 화이트(31)가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하며 빠졌다.
이숭용 감독에게 시범경기는 1명이 아닌 2명의 선발진을 발굴해야 하는 시간이 됐다. 이숭용 감독은 지난 1월 19일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로 떠나기에 앞서 5선발 후보로 박종훈(34)과 송영진(21), 정동윤(28), 김건우(23)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쳐 더 나은 선수를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용하겠다는 뜻이었다.
연습경기에서도 모두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시범경기에선 또 달랐다. 모두 한 번씩 기회를 가졌고 희비가 극명히 갈렸다.
지난 9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김광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한 박종훈은 2⅓이닝 동안 48구를 던지며 6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5실점(4자책)하며 크게 흔들렸다. 10일 한화 이글스전에 나선 송영진 또한 3이닝 동안 60구를 던져 5피안타 2볼넷 2탈삼진 3실점하며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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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박종훈이 9일 삼성전 등판해 아쉬워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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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한화전 투구하고 있는 송영진. /사진=SSG 랜더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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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윤이 11일 한화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제공 |
반면 10일 한화전에서 송영진에 이어 등판한 김건우는 3이닝 동안 36구만 뿌리며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사령탑을 미소짓게 했다.
2021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SSG 전신)의 유니폼을 입은 김건우는 팔꿈치 수술을 받고 일찌감치 국군체육부대(상무)를 거쳤고 지난해 9월 복귀했다.
1군에서 14이닝을 소화한 게 전부지만 김건우는 5년 65억원에 비FA 다년 계약을 맺은 박종훈, 지난해 꾸준히 선발로 나서며 5승을 수확한 송영진, 2016년 입단했으나 아직 10이닝도 던지지 않은 정동윤과 동일 선상에 이름을 올릴 만큼 이숭용 감독의 기대를 부풀게 했던 투수다.
김광현을 제외하면 전무한 SSG 선발진에 김건우는 매우 매력적인 카드다. 고교 시절 같은 좌완인 김광현을 동경하며 29번을 달고 뛰었던 김건우는 프로 입단 후 이와 비슷한 39번을 달았다. 1군 선발 로테이션 후보로 떠오른 그는 이날 최고 구속 147㎞를 뿌렸고 우타자에겐 직구와 체인지업, 좌타자에겐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까지 섞으며 깔끔한 투구를 펼쳤다.
경기 후 김건우는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시범경기를 치렀다. 정규시즌이라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모습을 마운드에서 선보이고 와서 만족스럽다"며 "경헌호 투수코치님께서 '공격적인 투구'를 강조하셨다. 최대한 주눅들지 않고 피칭하려고 노력했다. 마운드에서 상대와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게 하려고 더 과감하게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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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밴드로 어깨 운동을 하고 있는 김건우(가운데). /사진=SSG 랜더스 제공 |
몸 상태가 더 올라왔다. 김건우는 "원래 개막 전에는 140㎞ 초반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구속이 더 많이 찍혔다. 날이 더 따뜻해지면 구속은 더 올라갈 거라 생각한다. 150㎞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공이 빨라지다 보니 자신감이 더 생긴다. 아직 상대 팀에게 내 정보가 많지 않아서 더 유리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변화구를 더 다듬고 결정구를 확실히 장착한다면 더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숭용 감독도 만족스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박종훈과 송영진의 투구에 다소 아쉬움을 나타낸 이 감독은 "건우는 의외로 빠르게 올라왔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투구 후) 물어보니까 처음에는 조금 긴장했는데 던지면서 풀렸다고 했다"며 "그래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투구를 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선발 경쟁이 더 재미있어졌다. 생각을 하고 있던 선수들이 부진하고 떨어지겠다 했던 선수가 또 올라와서 계속 고민 중이다. 경헌호 코치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남은 시범경기에서 모두 한 차례 이상 더 기회를 줄 예정이다. 단기간으로는 2명, 화이트가 돌아온 뒤에는 하나의 자리를 놓고 펼쳐지는 치열한 경쟁이다. 단 한 번씩 나섰을 뿐이라고는 하지만 김건우는 다른 세 선수와 달리 유일하게 이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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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를 펼치는 김건우. /사진=SSG 랜더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