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병 입대→트레이드→무려 4년 5개월 만에 1군 출전 "오랜만이라 생기 돌았다" 감격, 첫 득점에 모두가 환호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5.03.18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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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전태영. /사진=KBL 제공
KCC 전태영. /사진=KBL 제공
무려 1611일 만에 1군 경기에 출전한 전태영(30·부산 KCC 이지스)이 오랜만에 득점까지 올렸고, 팀의 12연패를 끊는 순간에도 함께했다. 그에게는 잊지 못할 하루였다.

전태영은 16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 2024~2025 KCC 프로농구 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4쿼터 종료 2분 44초를 남긴 상황에서 코트에 들어섰다.


이미 94-66으로 KCC가 크게 이기고 있어 승패에는 영향이 없던 상황. 그래도 전태영은 들어오자마자 득점을 올렸다. 현대모비스 미구엘 옥존의 볼을 루키 이찬영이 스틸한 후 도노반 스미스에게 넘어갔고, 스미스는 전태영에게 곧바로 패스했다. 코트를 넘어간 전태영은 속공 레이업을 성공시키며 2득점을 기록했다.

전태영의 득점이 터지자 벤치에 있던 주장 정창영을 비롯해 선수들이 모두 기뻐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이후로도 전태영은 스미스의 슛이 골망을 흔들지 못하자 리바운드를 따내며 공격기회를 이어갔고, 이찬영이 2차례 시도 끝에 성공시키며 100점째를 마크했다.

KCC 전태영. /사진=KBL 제공
KCC 전태영. /사진=KBL 제공
이날 전태영은 총 2분 44초를 뛰며 2득점 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평범한 기록이었고, 이날 경기의 가장 큰 이슈도 KCC의 창단 최다 12연패 탈출이었다. 그래도 이날 게임은 전태영 개인에게는 큰 의미가 있었다.


전태영의 1군 경기 출전은 전 소속팀 안양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시절인 2020년 10월 17일 DB전(2분 55초, 0득점) 이후 1611일 만이다. 또한 득점 기록은 2019년 12월 21일 전자랜드전(1분 34초, 2득점) 이후 1912일에 나왔다.

다음날 스타뉴스와 연락이 닿은 전태영은 "축하를 많이 받았다"며 "그래도 형들이 제일 기뻐해 준 게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랜만이라서 확실히 생기가 돌아온 느낌이었다"며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득점 상황에 대해서는 "요즘 스미스랑 장난도 많이 치고 해서 뭔가 믿고 줄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그래서 공을 달라고 더 크게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 경기를 이겼다는 자체가 이미 많이 업된 상황에서 들어와 득점 땐 오히려 무덤덤했다"고 말한 전태영은 "워낙 긴 시간 동안 승리하지 못해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마음이 걸렸다. 그래도 연패를 끊을 수 있어 더 기뻤다"고 했다.

KCC 전태영. /사진=KBL 제공
KCC 전태영. /사진=KBL 제공
전주고-단국대 출신인 전태영은 대학 시절 득점상을 수상하는 등 활약을 보였고,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GC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허훈 드래프트'로 주목받았던 이해 신인들 사이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KGC에서 4시즌 동안 1군 단 20경기에 뛴 전태영은 2021년 8월 육군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전역 후 전태영은 2023년 6월 김상규와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고향 팀인 전주 KCC에 입단했다. 하지만 2023~24시즌을 앞두고 부산으로 연고지를 옮겼고, 전태영은 올 시즌 중반까지도 1군에서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D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슈퍼팀' KCC에서 전태영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는 "D리그 경기가 계속 있었기에 계속 준비하고 있었다"며 "큰 역할이 주어지기는 힘들 거라 생각하고, 들어와서 이질감이 들지 않게 하려 준비를 많이 했다"며 그동안의 시간을 돌아봤다.

어려운 시간이지만 전태영은 묵묵히 생활을 이어갔다. KCC 관계자는 "성실하고 말썽 안 일으키면서 선수들과 잘 지낸다. 그렇기에 이번에 첫 골 때도 선·후배들이 다 좋아해 준 게 아니겠나"고 전했다.

KCC 전태영(오른쪽)이 팬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KCC 전태영(오른쪽)이 팬과 셀카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그러던 전태영은 지난달 26일 고양 소노와 경기를 앞두고 1군 출전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준용과 송교창, 김동현 등 부상선수가 쏟아졌고, 백업 멤버인 여준형마저 다치면서 가용인원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전창진 KCC 감독은 "D리그 때 좋은 활약을 해서 올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후 5경기에서 전태영은 코트에 나서지 못했다. 그는 "아쉽기도 했지만, 연패 중이라 그런 건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KGC 시절 원정팀으로는 부산을 찾았지만, 홈팀 선수로 온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전태영은 "워낙 KCC 팬들이 열정적이지 않나. 많이들 응원해주시고 함성을 보낼 땐 소름이 돋을 것 같았다"고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분위기가 안 좋은 상태로 (1군에) 올라왔지만 그래도 함성이 컸다. 그런 응원 덕분에 우리가 해낼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팀도 연패를 끊었고, 본인도 오랜만에 코트에 섰지만 전태영은 들뜨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다음 경기를 차분히 준비하겠다"면서 "분위기가 처지지 않으면서도 너무 들뜨지 않게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KCC 전태영. /사진=KBL 제공
KCC 전태영.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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