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하정우, 진흙탕 제대로 굴렀다..재미도 '나이스 샷'②

[★리포트]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5.03.2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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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로비' 스틸컷
사진=영화 '로비' 스틸컷
힘을 뺐는데 더 묵직하고, 투박하게 툭툭 내뱉는 특유의 호흡은 더욱 빛을 발한다. '로비'의 중심에 선 감독 겸 배우 하정우가 진흙탕을 제대로 구르며 '나이스 샷'을 외치게 만든다.

영화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


하정우가 맡은 창욱은 연구밖에 모르는 스타트업 대표로, 타고난 머리가 좋아 기술 분야만큼은 자신 있지만, 냉정한 현실에서 빽도 돈도 없어 사업을 따내기란 쉽지 않다. 절친한 친구였지만 어느새 사업 라이벌로 자신의 기회를 번번이 빼앗아 가는 광우(박병은 분)의 사업 비밀이 접대라는 것을 알게 된 창욱은 스마트주차장 국책사업 입찰에 성공하기 위해 인생 첫 로비에 나선다.

그는 광우가 포섭한 조장관(강말금 분)이 아닌 실무를 쥐고 있는 남편 최실장(김의성 분)에게 접근해 더러운 싸움에 참전하게 된다.

하정우는 '허삼관' 이후 10여 년 만에 연출 복귀를 선언했고, 연출과 함께 배우로서 작품의 중심에 섰다. 창욱은 세상 물정엔 어리숙하지만, 하고자 하는 목표 앞에서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변하는 진솔한 모습이 매력적인 인물이다.


'로비'는 사업을 성공시키고 싶은 창욱이 접대 골프의 세계에 어떻게 발을 들여놓게 되는지가 시작점으로, 창욱의 시점에서 골프 로비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하정우는 관객들의 화자 역할을 하며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끼운다. 툭툭 내뱉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의도치 않은 웃음을 유발하기도.

극적인 연기는 아니지만, 오히려 힘을 뺀 하정우의 연기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온다. 물 흘러가는 듯한 유려한 연기와 디테일한 눈빛이 '로비'의 중심을 완벽하게 잡는다. 특히 '로비'는 10인의 캐릭터 플레이가 중요한 작품으로, 하정우의 차진 연기가 완벽하게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더럽게 싸움을 걸면 더럽게 맞서 싸워야 한다. 창욱은 올곧은 길을 걷다 지름길로 들어서는 과정 속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배운다. 로비 골프와 양심 사이, 진흙탕을 구르며 관객에게 인생의 의미와 여운을 안기는 것 또한 하정우의 몫이다. 이동휘가 "'롤러코스터'의 DNA가 녹아있는 작품"이라고 밝힌 만큼 하정우의 연출작을 재밌게 봤던 관객들이라면, '로비'의 티켓값은 아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 하정우의 대표작은 한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러나 감독 하정우로서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선 것과 마찬가지다.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이후 10년 만에 내놓는 '로비'는 감독 하정우의 대표작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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