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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쿠팡플레이 |
8년의 기다림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보이 그룹 빅뱅(BIGBANG) 멤버 지드래곤(GD, 본명 권지용)이 충격에 충격을 더한 콘서트로 대중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지드래곤은 29일, 30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지드래곤 2025 월드 투어 [위버맨쉬]'(G-DRAGON 2025 WORLD TOUR [Ubermensch])(이하 '위버맨쉬')를 개최했다.
양일간 약 6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위버맨쉬'는 솔로 가수 역대 최대 규모의 투어 기록을 세운 두 번째 월드투어 '2017 WORLD TOUR ACT III: M.O.T.T.E' 이후 약 8년 만에 진행되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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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
지드래곤은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철학적 개념을 예술적으로 표현, '위버맨쉬'가 초인으로 거듭나는 3단계를 스토리텔링으로 구현하는가 하면, 투어의 상징인 '위버맨쉬'의 'U' 로고 형태 무대와 초대형 ABR(에어 벌룬 로봇)로 공연장 곳곳을 누볐다.
특히 지드래곤은 지난해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초빙 교수로 임용된 만큼 인공지능(AI) 등 테크 기술을 '위버맨쉬'에 녹여냈다. 그는 AI와 데이터 추출 기술을 접목해 젊을 때의 모습을 재현해 주는 기술인 '디에이징 기법'으로 꼬마 룰라 시절의 모습을 구현했다. 드론으로 지드래곤의 얼굴을 형상화해 고양종합운동장의 밤 하늘을 수놓기도 했다.
셋리스트에도 힘을 줬다. 지난해 10월, 약 7년 4개월 만에 발매한 싱글 '파워(POWER)'로 '위버맨쉬'의 막을 올린 지드래곤은 태양, 대성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으로 관객들의 함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이외에도 지드래곤은 전주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크레용(Crayon)'과 '그 XX', '니가 뭔데(Who You?)', '삐딱하게(Crooked)', '하트브레이커(Heartbreaker)', '디스 러브(THIS LOVE)', '무제' 등을 연달아 열창하며 빅뱅 팬들에게 추억 선물을 안겼다.
'더 리더스(The Leaders (Feat. Teddy, CL))' 무대에는 과거 YG엔터테인먼트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걸 그룹 투애니원(2NE1) 멤버 씨엘(CL)이 깜짝 등장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하트브레이커' 무대에는 최근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비트박서 윙이 지드래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해 특별함을 배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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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갤럭시코퍼레이션 |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버맨시'는 엉망 그 자체였다. 일단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29일 공연은 당초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기상 악화와 강풍 등을 이유로 공연 시작 5시간 30분 전인 오후 1시에 지연 공지가 올라왔다. 쿠팡플레이 측은 공식 SNS에 "관객 여러분의 안전과 원활한 공연 진행을 위해 너른 협조와 양해 부탁드린다. 안전하게 공연 관람을 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공연 전 사운드 체크 이벤트와 관객 입장 시작은 모두 1시간 지연됐고, 본공연 역시 30분 딜레이된 오후 7시에 시작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본공연은 오후 7시 30분이 돼도 시작할 기미 조차 보이지 않았다. 야외 공연장인 고양종합운동장의 이날 날씨는 꽃샘 추위로 영하 2도까지 떨어졌지만, 지드래곤 측은 공연 지연과 관련해 어떠한 멘트도 하지 않았다.
지각 콘서트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지드래곤 측은 오후 7시 30분부터 급한대로 '드라마(DRAMA)'와 '파워', '투 배드(TOO BAD (feat. Anderson .Paak))' 뮤직비디오를 틀었다. 그러나 이는 더 독이 됐다. 대형 스크린에 뮤직비디오가 나오자마자 공연장 곳곳에서는 관객들의 엄청난 야유가 이어졌다. 결국 29일 본공연은 정확히 오후 7시 43분에 시작됐다. 당초 공연 시작 시간으로는 1시간 13분, 지연 공지 이후로는 43분 지각 콘서트인 셈이다.
오프닝 공연을 마친 지드래곤은 "잘 지냈어요? 내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환호성을 많이 안 주시면 삐져서 들어갈 거다. 알아서 서로 노력합시다"라는 말만 할뿐, 공연 지연과 관련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는 공연이 한창 진행된 중반부 멘트 시간이 온 후에야 "오늘 날씨가 너무 추운데 이렇게 늦게 시작하게 돼 죄송하다. 늦어서 죄송하고 추워서 죄송하다"라며 사죄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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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창현 기자 |
라이브 실력도 논란이 됐다. 지드래곤은 공연 내내 가사 숙지가 덜 된 듯 AR이 없는 부분에서도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 부르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구간은 허밍으로 대체하며 공연의 퀄리티를 스스로 낮췄다.
뿐만 아니라 지드래곤은 목 관리에 실패한 듯 찢어지는 발성은 물론, 인이어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치를 전혀 잡지 못해 멜로디 라인을 무너뜨렸다. 이러한 무대로부터 전달되는 모든 불편함은 전부 관객들의 몫이었다.
실제로 공연이 끝난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티켓값이 아까웠다", "노래를 못 부르기도, 안 부르기도 했다", "이제 라이브는 안 될 것 같다", "생각보다 별로였다" 등의 실망 가득한 지드래곤 콘서트 실제 후기가 쏟아졌다.
지드래곤은 체력 관리도 제대로 못했는지 공연이 시작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벌써 힘에 부친 듯 "'다리에 힘이 풀린다'는 말을 하지 않나. 이게 풀린 건가?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갔다. 몸을 조금 풀고 왔어야 했는데 코만 풀고 왔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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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그런 와중에 지드래곤은 '위버맨쉬' 앙코르 콘서트와 빅뱅 데뷔 20주년 공연도 예고했다. 그는 공연 말미 "스쿼트, 근력 운동을 해서 한국분들을 위해 (앞으로 공연을) 많이 하겠다. 올해 한 번 더 하겠다. 나도 아쉽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드래곤은 2026년 8월 19일이면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는 빅뱅을 언급, "나한테 형제들이 있지 않나. 내년이면 우리가 스무 살이더라. 아직 어리죠? MZ다. 스무 살이 되면 성인식을 해야 되지 않나. 아직은 형제들과 다같이 하기엔 미성년자라 조금 그렇다"면서 "내년엔 셋이 뭉친 게 스무 살이 되니까 아주 섹시한 성인식을 징그럽지만 구상 중이다. 오늘 이후로 '위버맨쉬' 투어의 길을 한 바퀴 돌고 빨리 돌아오겠다"라고 빅뱅 20주년 콘서트 개최를 귀띔했다.
지드래곤은 지난달 25일 세 번째 정규앨범 'Ubermensch'를 발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