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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이 1일 현대캐피탈과 챔프전 1차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토미 틸리카이넨(38) 인천 대한항공 감독은 1차전 패배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만만했고 오히려 경기력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듯한 반응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천안 현대캐피탈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20-25, 26-24, 22-25, 19-25)로 졌다.
역대 19차례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팀의 우승은 14차례 나왔다. 확률로는 73.6%. 현대캐피탈이 확실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30승(6패), 승점 88로 단일 시즌 최다 승점 신기록을 세웠고 일찌감치 챔프전 진출을 확정했다. 대한항공과 상대 전적에서도 5승 1패로 앞서 있다.
그럼에도 적진에서 정작 더 오랜 시간 리드를 잡았던 건 대한항공이었다. 4세트 경기였지만 2시간 7분에 걸친 혈투가 펼쳐졌고 매 순간이 손에 땀을 쥐게 할만큼 치열했다. 보는 맛이 확실했던 챔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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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카일 러셀(오른쪽)이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그만큼 대한항공이 승부처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경기 후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대캐피탈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 분명 기회가 있었지만 못 잡았고 3세트에서도 앞서가기도 했지만 졌다"며 "그런데도 긍정적인 건 리드하다가 역전을 당해서 지면 기분이 나쁠 텐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분위기는 굉장히 좋다. 이게 결승다운 분위기다. 이틀 뒤 경기가 있으니 그때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내주고 리버스 스윕을 거두고 올라온 챔프전이다. 체력적 소모가 클 법하지만 사령탑은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무너진 경향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렇긴 하지만 누가 범실하고 싶어서 하겠다. 서브를 때리고 공격도 때려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물론 맞다. 분명 그 범실을 득점으로 전환시켰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조금 더 나은 처리와 해결방안이 있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역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에서 1차전을 지고 뒤집은 경우는 딱 2번 있었는데 모두 대한항공이었다. 확률에 신경쓰지 않는다던 틸리카이넨 감독은 앞서 이 사실 듣고는 반색했고 결국 다시 한번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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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한 정지석(왼쪽)이 벤치의 코칭스태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
고무적인 건 챔프전에서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두 차례나 수상한 챔프전의 사나이 정지석이 서브 에이스를 4개나 성공시키는 등 16득점, 공격 성공률 52.17%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것이다. 사령탑도 "오늘로만 보면 서브는 좋았다. 여러 가지 변칙적인 서브로 정지석의 서브는 칭찬 밖에 할 게 없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범실을 제외하면 틸리카이넨 감독이 원하는 배구를 코트 위에서 실현해준 대한항공이었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전술적으로는 봤을 땐 (바뀌었으면 하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줄건 주고 해야할 건 해야 하는데 하려는 플레이 안에서는 괜찮았다"고 선수단을 독려했다.
반면 필립 블랑(65) 현대캐피탈 감독은 "예상한대로 흘러갔다.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서 이긴 긍정적 영향력을 이어서 왔고 우리는 리시브가 흔들리기도 했고 블로킹도 덜 견고했다"고 지적하며 "서브가 더 보완돼야 한다. 블로킹도 투맨 블로킹이 좀 더 확실하게 붙어줬으면 좋겠다. 플로터 서브에 대한 리시브도 잘 이뤄져야 한다"고 보완해야 할 점을 떠올렸다.
분명 더 유리한 건 현대캐피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통합 4연패를 달성했던 대한항공은 묘한 자신감이 있었고 현대캐피탈은 절대 방심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과연 대한항공이 2018년의 기적의 승부를 다시 한번 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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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도중 서로를 독려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사진=KOVO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