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에도 "이게 결승다운 분위기" 만족한 사령탑, '패승승→패승승승' 2018년을 떠올린다

천안=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4.02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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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이 1일 현대캐피탈과 챔프전 1차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이 1일 현대캐피탈과 챔프전 1차전에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이게 결승다운 분위기다. (바꿀 건) 많지 않다."

토미 틸리카이넨(38) 인천 대한항공 감독은 1차전 패배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만만했고 오히려 경기력에 대해서는 만족스러운 듯한 반응을 보였다.


대한항공은 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천안 현대캐피탈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20-25, 26-24, 22-25, 19-25)로 졌다.

역대 19차례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팀의 우승은 14차례 나왔다. 확률로는 73.6%. 현대캐피탈이 확실히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현대캐피탈은 30승(6패), 승점 88로 단일 시즌 최다 승점 신기록을 세웠고 일찌감치 챔프전 진출을 확정했다. 대한항공과 상대 전적에서도 5승 1패로 앞서 있다.


그럼에도 적진에서 정작 더 오랜 시간 리드를 잡았던 건 대한항공이었다. 4세트 경기였지만 2시간 7분에 걸친 혈투가 펼쳐졌고 매 순간이 손에 땀을 쥐게 할만큼 치열했다. 보는 맛이 확실했던 챔프전이었다.

대한항공 카일 러셀(오른쪽)이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대한항공 카일 러셀(오른쪽)이 득점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블로킹에선 현대캐피탈이 9-6, 공격 성공률은 56.67%-48.25%로 앞섰고 특히나 범실에서 24-33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사실상 차이를 가른 건 범실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만큼 대한항공이 승부처에서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럼에도 경기 후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대캐피탈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 분명 기회가 있었지만 못 잡았고 3세트에서도 앞서가기도 했지만 졌다"며 "그런데도 긍정적인 건 리드하다가 역전을 당해서 지면 기분이 나쁠 텐데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분위기는 굉장히 좋다. 이게 결승다운 분위기다. 이틀 뒤 경기가 있으니 그때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내주고 리버스 스윕을 거두고 올라온 챔프전이다. 체력적 소모가 클 법하지만 사령탑은 고개를 저었다. 스스로 무너진 경향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렇긴 하지만 누가 범실하고 싶어서 하겠다. 서브를 때리고 공격도 때려야 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물론 맞다. 분명 그 범실을 득점으로 전환시켰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조금 더 나은 처리와 해결방안이 있었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역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에서 1차전을 지고 뒤집은 경우는 딱 2번 있었는데 모두 대한항공이었다. 확률에 신경쓰지 않는다던 틸리카이넨 감독은 앞서 이 사실 듣고는 반색했고 결국 다시 한번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득점한 정지석(왼쪽)이 벤치의 코칭스태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득점한 정지석(왼쪽)이 벤치의 코칭스태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KOVO 제공
챔프전에서도 좋은 기억이 있다. 대한항공은 2017~2018시즌을 떠올린다. 플레이오프에서 대전 삼성화재에 1패 후 2연승을 거두고 챔프전에 진출한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에 첫 경기를 내줬지만 이후 3연승을 거두고 우승을 차지했다. 틸리카이넨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당시에도) 이 패턴이지 않았나. 딱 이렇게 했었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고무적인 건 챔프전에서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두 차례나 수상한 챔프전의 사나이 정지석이 서브 에이스를 4개나 성공시키는 등 16득점, 공격 성공률 52.17%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것이다. 사령탑도 "오늘로만 보면 서브는 좋았다. 여러 가지 변칙적인 서브로 정지석의 서브는 칭찬 밖에 할 게 없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범실을 제외하면 틸리카이넨 감독이 원하는 배구를 코트 위에서 실현해준 대한항공이었다.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전술적으로는 봤을 땐 (바뀌었으면 하는 건)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줄건 주고 해야할 건 해야 하는데 하려는 플레이 안에서는 괜찮았다"고 선수단을 독려했다.

반면 필립 블랑(65) 현대캐피탈 감독은 "예상한대로 흘러갔다. 대한항공은 플레이오프서 이긴 긍정적 영향력을 이어서 왔고 우리는 리시브가 흔들리기도 했고 블로킹도 덜 견고했다"고 지적하며 "서브가 더 보완돼야 한다. 블로킹도 투맨 블로킹이 좀 더 확실하게 붙어줬으면 좋겠다. 플로터 서브에 대한 리시브도 잘 이뤄져야 한다"고 보완해야 할 점을 떠올렸다.

분명 더 유리한 건 현대캐피탈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통합 4연패를 달성했던 대한항공은 묘한 자신감이 있었고 현대캐피탈은 절대 방심할 수 없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과연 대한항공이 2018년의 기적의 승부를 다시 한번 써낼 수 있을까.

경기 도중 서로를 독려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사진=KOVO 제공
경기 도중 서로를 독려하는 대한항공 선수들. /사진=KOV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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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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