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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위)이 8일 정관장과 챔프전에서 우승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 세리머니를 당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명승부를 이끌었지만 마지막 2점으로 준우승을 거둔 고희진(45) 대전 정관장 감독은 상대팀 에이스 김연경(37·인천 흥국생명)에게 경의를 표했다.
김연경은 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정관장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블로킹 7개와 서브에이스 하나 포함 34득점, 공격 성공률 42.62%를 기록, 흥국생명의 3-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이끌었다.
엄청난 집중력과 함께 투혼을 불사른 김연경이지만 득점보다 양 팀 감독이 주목한 건 마지막 수비 하나였다.
흥국생명은 1,2세트를 따내고도 3,4세트를 내리 내줬다. 1,2차전을 승리하고 3,4차전 패배한 것까지도 2년 전 뼈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5세트는 매 순간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세트 초반을 제외하고는 2점 차 이상으로 벌어진 적이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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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이 우승 확정 후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김연경은 리베로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으로 몸을 코트에 내던졌다. 공이 떠올랐고 이고은의 세트에 이어 투트쿠가 상대 코트의 빈곳에 완벽히 찔러넣었다. 결국 챔피언 포인트에 도달한 흥국생명은 한 점을 더 따내며 5번째 우승을 확정했다. 김연경의 '라스트댄스'가 가장 빛날 수 있었다.
아쉬운 패배 끝에 인터뷰실을 찾은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흥국생명에 너무 축하를 전하고 싶다. 김연경 선수가 정말 기다린 우승일텐데 마지막에 몸을 던지는 수비 하나가 우승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간절했다. 그 디그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이다. 정말 대단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시절부터 김연경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마르첼로 아본단자(55) 감독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언제나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오늘 5세트에서 보여준 대단한 수비는 이 선수가 얼마나 우승을 하고 싶었고 그럴 자격이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왜 한국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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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왼쪽)이 우승 확정 후 절친 김수지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누구보다 김연경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긴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김연경은 "사실 1차전 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3,4차전을 그렇게 내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너무 큰 어려움이었고 '은퇴를 앞두고 또 나에게 역경이 다가오는구나' 생각하면서 계속 이겨내려고 노력했다"며 "화합하려고 얘기를 많이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선수단 너무 고생했다"고 말했다.
5세트 디그 장면에 대해선 "고희진 감독님이 인사할 때 '연경아 네 수비가 우승시켰다'고 얘기하시더라. 감사하다고 말했다"며 "정관장은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챔프전에 올라와서 많은 분들게 좋은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 최선을 다하고 많은 부상도, 힘든 시기 있었는데 너무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상대를 향한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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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확정 후 아본단자 감독(앞)과 기뻐하는 선수들.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