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수비가 우승 만들었다" 김연경은 누구보다 간절했다, "왜 韓 최고 선수인지..." 두 감독은 찬탄했다 [인천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4.08 23:40
  • 글자크기조절
흥국생명 김연경(위)이 8일 정관장과 챔프전에서 우승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 세리머니를 당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흥국생명 김연경(위)이 8일 정관장과 챔프전에서 우승 후 선수들에게 헹가래 세리머니를 당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의 몸을 던지는 수비 하나가 우승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명승부를 이끌었지만 마지막 2점으로 준우승을 거둔 고희진(45) 대전 정관장 감독은 상대팀 에이스 김연경(37·인천 흥국생명)에게 경의를 표했다.


김연경은 8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대전 정관장과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5차전에서 블로킹 7개와 서브에이스 하나 포함 34득점, 공격 성공률 42.62%를 기록, 흥국생명의 3-2(26-24, 26-24, 24-26, 23-25, 15-13) 승리를 이끌었다.

엄청난 집중력과 함께 투혼을 불사른 김연경이지만 득점보다 양 팀 감독이 주목한 건 마지막 수비 하나였다.

흥국생명은 1,2세트를 따내고도 3,4세트를 내리 내줬다. 1,2차전을 승리하고 3,4차전 패배한 것까지도 2년 전 뼈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5세트는 매 순간이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세트 초반을 제외하고는 2점 차 이상으로 벌어진 적이 없을 정도였다.


김연경이 우승 확정 후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이 우승 확정 후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의 수비가 팀을 살렸다. 5세트 12-12에서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의 득점으로 리드를 잡은 흥국생명. 김연경이 서버로 나섰고 상대 에이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가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렸다.

김연경은 리베로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으로 몸을 코트에 내던졌다. 공이 떠올랐고 이고은의 세트에 이어 투트쿠가 상대 코트의 빈곳에 완벽히 찔러넣었다. 결국 챔피언 포인트에 도달한 흥국생명은 한 점을 더 따내며 5번째 우승을 확정했다. 김연경의 '라스트댄스'가 가장 빛날 수 있었다.

아쉬운 패배 끝에 인터뷰실을 찾은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흥국생명에 너무 축하를 전하고 싶다. 김연경 선수가 정말 기다린 우승일텐데 마지막에 몸을 던지는 수비 하나가 우승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간절했다. 그 디그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것이다. 정말 대단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시절부터 김연경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마르첼로 아본단자(55) 감독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언제나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오늘 5세트에서 보여준 대단한 수비는 이 선수가 얼마나 우승을 하고 싶었고 그럴 자격이 있는지를 보여줬다"며 "왜 한국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연경(왼쪽)이 우승 확정 후 절친 김수지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왼쪽)이 우승 확정 후 절친 김수지와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연경과 함께 한국에서 3시즌을 보냈다. 앞선 두 시즌은 마지막에 뼈아픈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잊을 수 없는 엔딩을 맞았다.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이 없었으면 균형 잡힌 팀을 만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구보다 김연경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긴 우승 세리머니를 마친 김연경은 "사실 1차전 때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3,4차전을 그렇게 내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너무 큰 어려움이었고 '은퇴를 앞두고 또 나에게 역경이 다가오는구나' 생각하면서 계속 이겨내려고 노력했다"며 "화합하려고 얘기를 많이 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선수단 너무 고생했다"고 말했다.

5세트 디그 장면에 대해선 "고희진 감독님이 인사할 때 '연경아 네 수비가 우승시켰다'고 얘기하시더라. 감사하다고 말했다"며 "정관장은 너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챔프전에 올라와서 많은 분들게 좋은 배구를 보여드릴 수 있어 좋았다. 최선을 다하고 많은 부상도, 힘든 시기 있었는데 너무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상대를 향한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우승 확정 후 아본단자 감독(앞)과 기뻐하는 선수들. /사진=김진경 대기자
우승 확정 후 아본단자 감독(앞)과 기뻐하는 선수들. /사진=김진경 대기자
기자 프로필
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