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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 /사진=김진경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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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의 레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마치 드라마 각본이라도 짠 것처럼 남자부가 한발 앞서 현대캐피탈의 우승으로 끝났다. 이어진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은 '5차전 5세트 15-13'이라는 스코어에서 보이듯 세계 최고의 선수조차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던 역대급 명승부로 끝났다.
하지만 정규리그 분위기는 막판까지 알 수 없던 챔피언 결정전과 사뭇 달랐다. 일찌감치 흥국생명과 현대캐피탈이 1라운드부터 앞서 나갔다. 여자부는 3라운드 정관장, 남자부는 5라운드 KB손해보험의 약진이 있었으나, 시즌 전체를 두고 보면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했다. 흥국생명과 현대캐피탈은 시즌부터 끝까지 시즌 내내 1위로 매 라운드를 마쳤고, 이는 정규리그 MVP 예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자부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김연경의 리그 MVP 수상이 유력하다. 대항마로는 챔피언 결정전 명승부를 펼친 정관장의 메가왓티 퍼티위(26·등록명 메가)와 GS칼텍스의 지젤 실바(34·등록명 실바)가 꼽힌다. 메가는 득점 3위(802점), 공격 성공률 1위(48.06%)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아시아 쿼터 제도 도입의 순기능을 보였다.
실바는 최하위에서 허덕이는 GS칼텍스를 이끌고 득점 1위(1008점), 공격 성공률 1위(45.77%), 서브 1위(0.484개)를 해냈다. 또한 V리그 여자부 최초 2년 연속 1000득점이란 대기록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은퇴를 앞둔 37세의 나이에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득점력과 파괴력으로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로 이끈 김연경의 아성을 넘긴 어려워 보인다. 만약 김연경이 이번에 MVP를 받는다면 2005~2006시즌부터 2007~2008시즌까지 3시즌 연속 수상에 이어 4번째다. 앞서 챔피언 결정전 MVP도 만장일치 수상한 바 있어, 2006~2007시즌 이후 18년 만의 통합 MVP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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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정관장의 메가, 현대캐피탈의 허수봉, GS칼텍스의 실바.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
허수봉 역시 득점 4위(574점), 공격 성공률 3위(54.13%), 서브 3위(0.349개)로 외국인 선수 못지않은 활약으로 현대캐피탈 통합 우승의 주역이 됐다. 챔피언 결정전 MVP를 수상한 레오도 인정한 허수봉의 존재감이다. 얼마 전 우승 후 레오는 "오랜만에 다시 챔피언 결정전 MVP 선정됐는데 마음에 무척 드는 결과다. 챔피언 결정전 MVP는 정말 기다려온 상이지만, 시즌은 욕심 없다. 시즌 MVP는 허수봉이 가져가도 된다"고 추켜세웠다.
한편, 올 시즌에 앞서 영플레이어상으로 명칭을 바꾼 신인선수상(신인왕)도 흐름이 비슷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영플레이어상을 재정비하면서 수상 기준을 기존의 입단 1년 차 선수에서 직전 두 시즌에 신인선수로 등록된 선수까지 확대했다. 여자부 영플레이어상은 2024~2025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이자, 데뷔 첫해 주전 세터로 올라선 김다은(19)이 확실시된다. 김다은은 올 시즌 36경기 전 경기에 출장하면서 세트당 8.849개(7위)의 세트를 성공시켰다. 김다은이 받게 된다면 도로공사는 배유나, 강소휘, 이윤정, 김세빈에 이어 5번째 신인왕 수상자를 보유하게 된다.
남자부 영플레이어상은 독주 체제가 아니다. 2022~2023시즌 신인드래프트 동기인 한태준(21·우리카드)과 신호진(24·OK저축은행)이 그들로 각각의 팀에서 주전 세터와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 중이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 모두 한태준이 앞선다. 한태준은 올해 정규리그 36경기(149세트) 전 경기에 출장해 세트 성공 1675회(1위), 세트당 평균 세트 11.242개(2위)로 우리카드의 막판 4위 도약을 이끌었다. 반면 신호진은 저조한 팀 성적에도 35경기(113세트)에 나와 448득점(10위), 공격 성공률 50.24%(6위)로 리그 정상급 국내 아웃사이드 히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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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한국도로공사 김다은, 우리카드 한태준, OK저축은행 신호진.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