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포수 전설' 모교 서울고에 7년 만에 우승 안겼다 "인성 갖춘 선수들 키운 게 성과" [이마트배 결승 현장]

인천=안호근 기자 / 입력 : 2025.04.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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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서울고 감독이 13일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김동수 서울고 감독이 13일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KBO리그에서 3차례 우승, 골든글러브 7회 수상에 빛나는 전설이지만 감독으로서는 감격의 첫우승을 안았다. 모교의 지휘봉을 잡고 1년 5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김동수(57) 감독이 이끄는 서울고는 13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마산용마고에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2018년 이마트배 전신인 대한야구협회장기 이후 7년 만에 거둔 전국대회 우승이다. 서울고의 전성시대를 알렸던 김동수 감독 체제 하에 이뤄낸 우승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2026년 개교 80주년을 맞는 서울고는 야구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2023년 11월 김 감독을 영입했다. 화려한 현역 커리어를 자랑하는 김 감독은 은퇴 후 넥센 히어로즈(키움 전신)와 LG 트윈스 코치, 야구 대표팀 배터리 코치 등을 거쳐 해설위원으로도 활약하던 그는 모교의 부름을 받고 흔쾌히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17개월 만에 우승을 이뤄냈다. 서울고 관계자는 "개교 80주년인 2026년을 목표로 김 감독을 모셔왔는데 속도 위반을 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결승에서도 탄탄한 투수진과 짜임새 있는 타선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고는 1회와 3,4회, 6회에 한 점씩을 뽑아냈는데 출루할 때마다 희생번트 혹은 도루 등 끊임없는 작전 야구를 구사했고 이를 바탕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서울고 선수들이 우승 확정 후 김동수 감독(위)를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서울고 선수들이 우승 확정 후 김동수 감독(위)를 헹가래 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우승 후 스타뉴스와 만난 김 감독은 "고등학교 야구를 1년 동안 느껴보니까 확실히 치는 것만으로도 점수 내기는 쉽지는 않은 것 같다"며 "작전을 통해서 선수들이 성공을 했을 때 팀으로서 이길 수도 있고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는다. 계속 쳐서만은 점수 나오기가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마운드의 힘은 마산용마고를 압도했다. 철저한 투수 관리의 힘이었다. 마산용마고는 2명의 에이스가 투구수 제한에 걸려 결승에 나서지 못했다. 선수들간 실력 격차가 확연한 고교 야구의 환경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러나 서울고는 달랐다. 투수진이 탄탄하다고는 해도 투구수 제한에 걸린 선수 한 명 없이 나섰다는 것부터 이미 유리함을 안고 시작한 결승이었다. 2⅓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은 박진권에 이어 등판한 박지성이 4⅔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8,9회는 이호범이 책임졌고 서울고는 완벽한 투수 운영 속에 에이스 김지우를 아끼고도 정상에 올랐다.

김 감독은 "투수들을 길게 쓰는 것보다는 짧게 써야 다음 경기에 또 활용할 수 있다. 대회 초반에 (이)호범이가 100구 가까이 던진 뒤 쉬어간 걸 빼면 무리시킨 적이 없다"며 "매 경기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어도 그렇게 운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수들도 자주 나가야 자신감을 얻고 기량도 늘어가지 않을까 싶어 그렇게 운영을 했다"고 설명했다.

고교시절 서울고에서 숱하게 우승을 경험했다. 이날까지 전국대회에서 10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는데 김 감독 재학 시절 4회 우승을 거뒀다. 2학년 시절인 1984년 봉황대기와 대통령배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고 1985년에도 청룡기와 대통령배 우승을 견인하며 MVP가 됐다. 그만큼 고교야구에 대해선 좋은 기억만 있었다.

김동수 감독(왼쪽)이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으로부터 감독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김동수 감독(왼쪽)이 양해영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으로부터 감독상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김 감독은 "1984년 대통령배 우승할 때에도 이 정도 시기였다. 경기장에 올 때부터 그때 생각이 났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저는 서울고를 굉장히 사랑한다. 학교 다닐 때 선배들로부터 혜택도 많이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명감을 갖고 모교에 오게 됐다. 다른 곳이었으면 안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MVP와 우수 투수상을 수상한 박지성(18), 수훈상과 타점상을 차지한 김지우(17) 등도 있지만 김 감독은 전설적인 포수답게 우승 포수 김태성(18)을 숨은 MVP로 꼽았다. "타격에서 공헌도를 떠나더라도 포수로서 투수들이 던지는 원바운드 공들을 잘 막아줬다"며 "그래서 오늘 이길 수 있었다"고 우수포수상을 수상한 김태성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지도자이지만 엄청난 경험을 지닌 대선배이기도 하다. 단순히 성적에 그치는 것이 아닌 보다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여기서 최대한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발전시키고 조금 처져 있는 선수들은 어떻게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며 "우승도 중요하지만 첫 번째는 인성이다. 그리고 기본기를 충실히 다져야겠다는 생각을 안고 왔다. 처음 왔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인성을 강조했다. 야구만 잘해서는 오래갈 수 없다는 걸 많이 느꼈다. 더불어 기본기 훈련을 하다보니 선수들이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게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우승 감독이란 타이틀에 대해선 자세를 낮췄다. "코치들이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이런 성적이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저는 많이 한 게 없다. 코치들이 워낙 잘 도와줬고 선수들이 코치들 말을 잘 따라줬기 때문에 우승이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며 "서울고 교장 선생님이나 관계자분들도 워낙 잘 도와주셨고 동문회에서도 많이 신경을 써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서울고 선수단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서울고 선수단이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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