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시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바이러스'의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강이관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배두나, 김윤석, 장기하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바이러스'는 이유 없이 사랑에 빠지는 치사율 100% 바이러스에 감염된 '택선'이 모쏠 연구원 '수필', 오랜 동창 '연우', 그리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 '이균'까지 세 남자와 함께하는 예기치 못한 여정을 그린 이야기. 이지민 작가의 소설 '청춘극한기'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강이관 감독은 "현실에 발붙은 이야기가 됐으면 했다. 과학적으로도 말이 되는 바이러스 이야기가 됐으면 해서 조사를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톡소 플라즈마 곤디'라는 기생충을 발견했고, 뇌에 영향을 미치는 기생충이라서, 그걸 바탕으로 톡소 바이러스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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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동훈 photoguy@ |
배두나는 '바이러스'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공기인형'이라는 말랑말랑 영화를 했는데 이후에는 장르물을 많이 했다. 사실 저도 지쳐서 이런 따뜻한 영화가 그리웠다. 좀 밝은 영화가 하고 싶었다. '다음, 소희' 같은 사회성 짙은 영화도 했지만, 영화의 미덕은 관객들을 웃을 수 있게 하는 거다. 그런 영화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이 있어서 하게 됐다. 하트 뿅뿅한 상태에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택션' 역에 대해 "원래는 부정적인 성향이 있고,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잘 안돼서 남이 쓴 글을 번역하며 산다. 본인이 생각하기엔 성취한 것도 없고, 초반에는 우울한 삶을 사는 인물"이라며 "감염 후에는 긍정적으로 밝게 변한다. 목석같은 사람도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다. 이런 바이러스가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이유가 기분 좋은 사람이 이렇게 세상을 밝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택선'이 뿜어내는 밝은 에너지가 남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게 재밌고 귀엽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감염 전과 후 모두 실제 저와 조금씩 닮았다. 사랑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처럼 오는 거다. 저도 사랑에 빠지면 긍정적으로 변하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배두나는 김윤석과 호흡에 대해 "윤석 선배님이 이 작품을 하신다고 해서 끌렸다. 그동안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던 마음에 기대감을 가지고 출연했는데 그 기대를 넘어서는 호흡이었다. 선배님이 저를 이끌어 주시는 느낌이라서 재밌게 촬영했다. '바이러스' 끝나고 저는 김윤석 선배님과 맞춘 호흡이 최고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윤석은 "왜 세계적인 감독들이 배두나 씨를 찾는지 알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참 귀한 배우"라고 극찬했다.
싱어송라이터에서 영화 음악감독, 그리고 연기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한 장기하가 '택선'의 초등학교 동창 '연우' 역을 맡았다. 그는 "자동차 딜러로 열심히 살아가는 직장인인데 늘 동창들한테 차를 영업하는 문자를 보내는 게 일상이다. 근데 '택선'이 차를 사러 오면서 그 상황에 얽히게 된다. 캐릭터 중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인데, 특수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당황하는 모습이 재밌게 보일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연기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까 저랑 거리가 먼 캐릭터를 시키실 수 없었을 것 같다. 공통점이 있으니까 찾아주시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듣고 보니까 제가 건방졌다는 생각도 들더라. 나 혼자만 잘해야 한다고 착각하지 않았나 싶더라. 이렇게 좋은 분들과 같이 호흡할 기회가 귀할 것 같고, 배운다는 생각으로 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기하는 "말하는 법에 대해 새롭게 배웠다"며 "'부럽지가 않아' 등의 노래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줬다. '바이러스'가 그런 식으로 노래를 만들게 된 시작점"이라고 덧붙여 놀라움을 안겼다.
손석구가 '택선'과 소개팅을 하게 된 모태솔로 연구원 '수필'로 특별출연한다. 강이관 감독은 "최초 감염자이자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다. '택선'의 소개팅남인데 매일 실험을 열심히 하다가 '톡소 바이러스' 때문에 '택선'에게 빠지게 된다. 인간관계가 서툰 면이 있는데 손석구 씨가 특유의 엇박자 발성으로 재치 있고, 독특한 캐릭터를 잘 연기해 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바이러스'는 크랭크업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개봉하게 됐다. 강이관 감독은 "소재가 바이러스다 보니까 코로나19 당시에는 개봉이 시기상조라는 말이 많았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개봉하게 돼서 기쁘다. 배우들의 빛나는 연기, 스태프들의 열정과 노고, 메시지가 여러분들에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러스'는 오는 5월 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