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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그룹 뉴진스(NJZ 하니, 민지, 혜인, 해린, 다니엘)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어도어, 뉴진스 상대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3.07. scchoo@newsis.com /사진=추상철 |
걸그룹 뉴진스가 독자 행보를 자체적으로 선언하고 NJZ로 재데뷔 아닌 재데뷔를 하나 싶더니 결국 법정 다툼에서 밀리자 이마저도 결국 없앴고, 활동 재개는커녕 다시 가요계로 돌아올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16일 뉴진스 멤버 5명이 낸 가처분 이의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지난 3월 21일 소속사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 5명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에 대해 전속계약에 따른 매니지먼트사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며 "뉴진스 멤버들은 어도어의 사전 승인·동의 없이 스스로 또는 어도어 외 제3자를 통해 연예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후 뉴진스 멤버들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재판부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결국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후 뉴진스 법률대리인은 "재판부가 원 결정을 인가하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라며 "앞으로도 진행될 법적 절차에 성실히 임하며,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본격적인 갈등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당시 뉴진스가 어도어가 자신들과의 신뢰 관계를 깼다고 주장하며 전속 계약 해지를 선언, 독자 활동을 예고하고 지난 2월 새 그룹명 NJZ를 발표한 후 홍콩에서 열린 '컴플렉스콘'에서 신곡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무대를 마친 후 뉴진스는 "법원의 결정을 준수해 모든 활동을 멈추기로 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지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택"이라며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어도어는 지난해 12월 "뉴진스와의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법원에 전속계약 유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1월에는 전속계약 소송 1심 판결 선고까지 뉴진스가 독자적으로 광고 계약 등 활동을 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 계약 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재판에서 양측의 입장은 좁혀지지 않았다. 어도어 측은 뉴진스의 주장은 모순된 것이라고 밝히며 "프로듀싱 관련해 한 가지 말씀드리면 피고 측에서는 민희진이 함께 하지 않으면 연예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함께 가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희진 전 대표가 오늘의 뉴진스가 있기까지 어느 정도 기여한 것도 틀림 없지만 '민희진 없는 뉴진스는 존재 불가능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어도어는 우리나라 산업 1위 업계, 1위인 하이브 계열사기 때문에 그 계열사에서 다른 프로듀서를 구해서 (뉴진스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홍콩 공연 역시 피고들이 민희진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공연을 준비했고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걸 보면 민희진만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피고 스스로의 언행과도 모순되는 점이 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뉴진스 측은 과거와 달리 경영진이 모두 바뀐 현재의 어도어와는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뉴진스 측은 "원고가 말하는 개별적인 해지 사유, 그 자체 하나만으로도 우린 해지 사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하나하나의 사유가 독자적으로 해지 사유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게 다 모였을 때 결국 귀결되는 결론은 원고와 피고의 신뢰가 다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거다"라고 말했다.
또한 뉴진스 측은 "경영진이 모두 교체되면 과거의 법인과 지금의 법인은 형식적으로는 동일할 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법인이다. 민희진만 얘기하는게 아니다. 민희진이 축출되고 하이브의 지시를 받은 새로운 경영진이 오면서 피고들이 과거에 계약을 체결했던 어도어와 지금의 어도어는 법률상 형식적으로만 동일하지, 현재의 어도어는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다른 법인이 됐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뉴진스 멤버들은 과거의 어도어가 아닌 현재 어도어와는 더이상 계약을 이행할 수 없다는 것. 뉴진스 측은 "기본적인 신뢰 관계가 파탄돼서 함께 할 수 없다. 단순히 민희진만 보지 마시고 민희진을 축출한 이 상황에서 과거의 어도어와 지금의 어도어가 과연 피고들이 신뢰했던 그 어도어가 맞는지, 피고들이 지금의 어도어를 신뢰하면서 계속 같이 가라고 판결하시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 건지 재판부께서 꼭 좀 살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곧바로 어도어 측도 반박에 나섰고 "우리가 민희진을 축출한 게 아니라 제 발로 나간 것"이라면서 "회사에서는 재판부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서 경영권 대표이사 교체가 적법하다고 판단된 상황에서도 (민희진에게) 이사직 연임과 프로듀싱을 제안했었다. 근데 민희진이 '대표이사를 시켜주지 않으면 있을 수 없다'라며 프로듀싱 제안도 온갖 핑계만 대고 시간만 끌다가 나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어도어 측은 "이후 (민희진과) 연락도 안 돼서 피고들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선언을 한거다. 회사로서는 제3의 대안을 모색할 시간이 없었다. 또 프로듀싱은 피고와 협의, 의견 교환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후에는 일방적으로 일체 대화와 소통의 문을 닫았기 때문에 회사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때문에 프로듀싱 중단만 탓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라며 뉴진스 측 주장에는 모순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민희진 전 대표와 하이브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2024년 4월까지만 하더라도 양측의 갈등이 만만치 않겠지만 화해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면 그럼에도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끝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안 그래도 템퍼링 논란으로 결국 원년 멤버가 찢어지고 시즌2 격으로 재데뷔한 피프티피프티 사태를 떠올리며 적잖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처분 이의 신청 기각 결론과 함께 이제 시선은 전속계약을 둘러싼 본안 소송으로 향하게 됐다. 이 소송 역시 당사자의 재판 출석 의무는 없지만 지금 분위기로 봐선 멤버들이 당장 등장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등장한다 하더라도 환한 모습은 아닐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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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진스 인스타그램 |
공교롭게도, 이날은 뉴진스가 데뷔 1000일을 맞이한 날이었다.
뉴진스는 SNS 채널 'mhdhh_friends'에 "버니즈(뉴진스 팬덤명) 우리가 만난지 1000일이 됐어요"라는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이어 "버니즈와 함께한 1000일은 행복이었어. Every day together is another adventure. Love you(우리가 함께하는 매일이 모험이야. 사랑해"라고 전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활짝 핀 해바라기 꽃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