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세이브한 것처럼..." 1이닝 막았을 뿐인데, 롯데는 왜 열광했나... 사령탑 불펜 고민을 덜었다 [부산 현장]

부산=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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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진형(가운데)이 17일 키움전에서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켜내자 김민성(오른쪽)이 다가와 뜨거운 포옹을 해주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박진형(가운데)이 17일 키움전에서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막아내며 팀 승리를 지켜내자 김민성(오른쪽)이 다가와 뜨거운 포옹을 해주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원중 앞에 한 명만 더 있으면..."

5할 승률, 공동 4위로 올라서고도 사령탑은 밝게 웃지 못했다. 불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시즌 첫 등판에 나선 박진형(31·롯데 자이언츠)의 투구는 큰 힘이 됐다.


박진형은 17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서 팀이 7-1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 동안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9회 박진형이 오랜만에 1군 등판임에도 이닝을 깔끔하게 잘 막아줘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크게 앞선 경기에서 1이닝을 책임진 투수를 콕집어 칭찬했다는 게 다소 의아할 수 있지만 롯데의 불펜 상황을 보면 쉽게 납득을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롯데는 팀 타율 0.280으로 2위에 올라 있지만 팀 평균자책점(ERA)은 4.48로 7위다. 특히 불펜 ERA는 5.42로 더 좋지 않다. 마무리 김원중과 트레이드 후 13경기에 투입된 정철원, 15경기에 나서고 있는 정현수 정도를 제외하면 확실히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로 2+2년 총액 21억원에 계약을 맺은 구승민은 구속 저하 등의 이유로 2군으로 내려갔다. 팔꿈치를 다친 최준용은 이제야 하프피칭에 돌입했다.

박진형이 9회초 역투를 펼치고 있다.
박진형이 9회초 역투를 펼치고 있다.
구승민이 퓨처스리그에서 3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김태형 감독의 생각이다. 아직 원하는 만큼의 구속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구승민에 대한 질문에 "박진형을 올렸기 때문에 던지는 것을 보려고 한다. 상황을 보고 안 좋다 싶으면 그때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한다"며 "진형이는 구속이 조금 올라온 것 같다. 경기 경험이 많다.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면 여섯, 일곱명은 들어가서 이닝을 끌어줘야 되는데 1이닝을 못 채워주면 골치 아파진다. 사실 각 팀의 중간 투수들이 145㎞ 이상 못 던지면 타자를 이겨내기가 힘들다. 중간에 필승조들 올려놓고 잘 던지길 기도해야 한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은 상대적으로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경기였다. 타선이 초반부터 득점하며 점수 차를 벌렸고 선발 박세웅은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12개를 기록하며 6⅔이닝을 실점 없이 버텼다. 이후 송재영(⅓이닝)이 깔끔하게 7회를 막아낸 뒤 김강현(⅔이닝)이 1실점 한 뒤 8회는 김상수가 마무리했다.

9회에 올 시즌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박진형은 김태진을 2루수 땅볼로 돌려세웠고 어준서를 상대로 초구 147㎞ 속구를 던져 파울을 이끌어냈고 2구도 직구로 파울을 유도한 뒤 3구 낮게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송성문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장재영을 상대로는 3구 연속 포크볼을 던져 결국 헛스윙 삼진, 실점 없이 경기를 매조졌다.

역투하는 박진형.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역투하는 박진형.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불펜 운영 고민이 컸던 김태형 감독이었다. 경기 전 "사실 (김)원중이도 지금은 8회 1아웃, 2아웃에도 나가려고 대기를 시키고 있는데 그 앞에 한 명만 더 있으면 (좋겠다)"면서도 "앞에 더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나가서 막아 줘야한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활용 가능한 투수를 하나 더 얻었다는 건 그만큼 커다란 자산이다. 박진형은 경기 후 "평소에 긴장을 잘 안 하는데 군대 전역하고 지금이 제일 긴장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지난해와 달리 확실한 성과도 있었다. 박진형은 "작년부터 스피드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생각보다 잘 안 나와서 마음고생을 했다"며 "하지만 퓨처스에서 김상진 코치님, 문동환 코치님께서 많이 도와주셨고 상진 코치님께서 팔 스로잉부터 많은 부분을 신경써주셨다. 처음에는 적응이 잘 되지 않았지만 코치님을 믿고 따라가서 운동했던 부분이 스피드도 그렇고 큰 도움이 된 거 같다. 이영준, 장재영 트레이닝 코치님들도 신경 정말 많이 써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서 코치님들에게 감사한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희망적인 메시지를 발견한 만큼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생겼다. "그동안 성적이 안 좋아서 부모님께 죄송했는데 오늘 경기장에 보러 오셨는데 오랜 만에 사직에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또 팀 동료들, 프런트 직원분들 모두 다 세이브를 기록한 것처럼 기쁘게 맞아주셔서 행복하다. 이제부터 팀 승리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게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롯데 선수들이 승리가 확정되자 박진형에게 다가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롯데 선수들이 승리가 확정되자 박진형에게 다가와 함께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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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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