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에서 역대급으로 공 안 좋았다" 그래 놓고 79구 11K 환상투, 투수코치도 황당했다 "역대급이 그 역대급이었니"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 글자크기조절
KT 소형준이 19일 고척 키움전에서 승리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KT 소형준이 19일 고척 키움전에서 승리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역대급이란 말이 그런 의미였니?"

불펜에서 역대급으로 공이 안 좋다는 말에 걱정했던 제자가 단 79개의 공을 11개의 삼진을 잡아낸 걸 보면 누구나 제춘모(43) KT 위즈 1군 투수코치처럼 황당할 만하다. 돌아온 에이스 소형준(24)이 환상적인 투구 내용으로 KT의 연패를 끊어냈다.


KT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관중 8281명)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1-1로 승리했다. 이로써 2연패를 탈출한 KT는 11승 1무 10패로 5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키움은 8승 16패로 연승에 실패했다.

이날 선발 투수 소형준의 투구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소형준은 7이닝 동안 단 79개의 공을 던져 4피안타 무사사구 11탈삼진 1실점으로 2승(1패)째를 거뒀다. 비록 6회말 김태진, 어준서의 연속 안타와 송성문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1타점으로 무실점에는 실패했으나, 경기 내내 이렇다 할 위기가 없었다.

그런데 경기 후 만난 소형준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사실 불펜에서 던지고 올라올 때까지만 해도 이럴 줄 몰랐다. 불펜에서는 오늘(19일) 공이 역대급으로 안 좋아서 제춘모 코치님에게 '오늘 역대급 밸런스인데요'라고 할 정도였다. 불펜에서 워낙 안 좋아서 마운드에서는 한 가운데만 보고 계속 던졌다"고 뒷이야기를 밝혔다.


이어 "그랬는데 막상 올라가니까 공이 괜찮았다. 그걸 보시던 제춘모 코치님도 역대급 밸런스가 안 좋다는 게 아니라 역대급으로 좋다는 의미였냐고 농담하셨다"고 미소 지었다.

소형준이 19일 고척 KT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소형준이 19일 고척 KT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놀랍게도 이번 승리는 소형준이 2020년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이후 정규시즌에서 처음으로 키움을 이겨본 날이다. 소형준은 2021년 4월 16일 키움을 상대로 처음 등판해 이 경기 전까지 선발 5번, 구원 1번 등 총 6차례 등판해 승리 없이 3패, 평균자책점 8.22를 기록 중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2022년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된 바 있다.

소형준은 "오늘이 키움 상대 정규시즌 첫 승인지 몰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포스트시즌 때 한 번 이긴 것 같다"며 "(왜 키움 상대 승이 없었던 것 같냐는 질문에) 그동안은 메이저리거 두 명(이정후, 김혜성)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고 웃었다.

그 비결은 체인지업이었다. 소형준은 투심 패스트볼 25구, 커터 22구, 체인지업 24구, 커브 8구 등 총 79개의 공을 던졌는데 총 16차례의 헛스윙을 키움 타자로부터 끌어냈다. 그중 절반이 주 무기 투심 패스트볼이 아닌 체인지업이었다. 우타자 상대로도 체인지업이 잘 들어가면서 이날 소형준은 무려 5차례 이닝을 투구 수 12개 이하로 막았다.

소형준은 "오늘 전체적으로 체인지업도 그렇고 투심 패스트볼이나 커터 등 모든 구종이 스트라이크 존에 잘 들어간 것 같다. 내가 우타자 상대로 투심 패스트볼을 많이 던지는 걸 상대 팀도 아니까 체인지업을 써봤는데, 그게 잘 들어가서 (장)성우 선배님이 타자들 반응을 보고 적극적으로 사인을 내신 것 같다. 완투승은 아쉽지 않다. 5이닝 무실점하고 있을 때도 한 이닝만 생각하자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KT가 소형준에게 기대했던 모습이다. 첫해 신인왕을 차지한 소형준은 2023년 5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지난해 9월이 돼서야 복귀했다. 복귀 후 풀타임 첫 시즌인 올해,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1.44, 25이닝 4볼넷 25탈삼진,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8로 리그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KT 소형준.
KT 소형준.
이에 소형준은 "지난해 복귀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한 번도 안 던지고 올해 처음부터 다시 선발로 나간다고 생각했으면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지난해 불펜에서 던지고 프리미어12도 다녀오면서 야구선수의 삶에 익숙해진 상태로 오프시즌을 맞이했다. 그래서 더 편해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직 내 점수는 (100점 만점에) 45점이다. 앞으로 더 발전된 투수가 되려면 구속이나 커맨드가 더 좋아지고 정교해져야 한다. 그 부분이 지금 부족하다. 그래도 스트라이크 존에 형성되는 투구 비율이 높아지고, 타자들이 알고 치는데도 범타 유도가 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시즌 초반이라 좋은 지표가 나오는데, 앞으로 남은 경기만 더 생각하려고 해서 기록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올 시즌 초반 KT는 타선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선발 투수들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하면서도 많은 승리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이날 KT 타선이 모처럼 11점을 지원했음에도 여전히 9이닝당 득점 지원율은 5.7점으로 리그 꼴찌다.

소형준은 "타자 형들보단 코치님들이 미안하다고 많이 말씀해주시는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된다. 투수들이 잘 던지면 그냥 투수들도 좋을 뿐이다. 결국엔 다 페이스가 돌아오기 마련이라, 나는 믿고 기다리고 있다"며 "야구는 팀 스포츠라 점수가 많이 안 나면 투수들이 잘 막아주면 된다. 또 앞으로 120경기나 남았고 그러면 점수가 많이 나는 날이 분명히 있다. 그렇게 우리는 그동안 포스트시즌까지 갔다. 야수 선배님들도 노력하고 우리 투수들도 (득점이 안 나면) 더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좋은 밸런스가 맞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고 활짝 웃었다.

소형준이 19일 고척 KT전을 승리한 뒤 웃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소형준이 19일 고척 KT전을 승리한 뒤 웃고 있다. /사진=KT 위즈 제공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