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만 '롯데빵', 아쉬운 통합 마케팅... 모기업의 '야구단' 관점 비즈니스 필요하다 [류선규의 비즈볼]

류선규 전 SSG 랜더스 단장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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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내 10개 구단 알림판. /사진=KBO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 내 10개 구단 알림판. /사진=KBO
2025 KBO리그는 118경기를 치른 22일까지 총 200만 5371명(평균 1만 6995명)의 관중을 유치했다. 역대 최소경기 한 시즌 200만 관중 돌파다. 지난 4월 6일 60경기 만에 100만 명을 넘어 종전 최소였던 2012년의 65경기를 13년 만에 경신했는데, 200만 명 기록 역시 2012년 126경기를 8경기 단축했다. 지금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산술적으로 시즌 최종(720경기) 1223만 명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다 관중 1088만 명을 넘어서는 것이다.

프로야구 열기에 편승해 야구 굿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들어 구단들과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다양한 기업과 컬래버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야구팬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제품은 단연 '크보빵'이다. '크보빵'은 롯데 자이언츠를 제외한 9개 구단이 협업한 베이커리 제품으로 출시 3일 만에 100만 봉, 10일 만에 300만 봉을 판매했다.


'크보빵'에 롯데 자이언츠 빵만 빠져 있는 건, 롯데그룹 계열사에 식품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롯데 계열 식품회사가 '롯데빵'을 만들어 5월 2일 일반인들에게 판매한다. 때마침 롯데 자이언츠가 최근 상승세라 롯데빵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점쳐본다. '크보빵'은 9개 구단 빵과 띠부씰이 랜덤하게 배치돼다 보니 빵과 띠부씰의 팀이 동일한 경우가 드문데, '롯데빵'은 띠부씰이 모두 롯데 자이언츠 선수라는 점이 장점이다. 롯데 팬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크보빵'과 '롯데빵'이 따로 판매되는 건, 사실 'KBO 통합 마케팅'이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KBO리그 구단들은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고는 모기업이 존재하고, 모기업 대부분이 수십개의 계열사로 구성된 대기업이다. 이는 야구단 입장에서 든든한 재정적 지원을 받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모기업이 대기업인 점이 거의 유일하게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이 'KBO 통합 마케팅'이다.

크보빵.  /사진=KBO
크보빵. /사진=KBO
자이언츠x세븐일레븐 롯데 팬 시그니처 상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자이언츠x세븐일레븐 롯데 팬 시그니처 상품.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매년 KBO는 많은 기업으로부터 마케팅 제안을 받는다. 지금과 같은 호황일 때는 기업들의 마케팅 제안서가 담당자 책상에 쌓여있을 것이다. KBO는 이 중 선별해 회원사인 구단들에게 마케팅 참여를 제안한다. 그러나 10개 구단 모두가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KBO 통합 마케팅을 희망하는 기업이 야구단 모기업인 대기업의 수십개 계열사와 업종이 겹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이때 해당 구단은 통합 마케팅 사업에서 빠지는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가 '크보빵' 뿐 아니라 '홈런볼 KBO 에디션', '하늘보리 KBO 에디션' 모두 참여하지 않은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만 있다. 해외 프로 스포츠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다. 필자는 프로야구단 프런트로 26년간 근무하면서 KBO 통합 마케팅이 무산되는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KBO리그가 10개 구단으로 구성돼 있고 구단들이 '10인 10색'이다 보니 통합 마케팅 사업마다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크보빵'과 '롯데빵'처럼 모기업과의 관계가 이유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구단들이 단기적인 이해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이유가 있다.

필자는 구단들이 조금씩 양보해 통합 마케팅 열차에 동참하고, 전 구단이 안 된다면 일부라도 참여하는 단계별 통합 마케팅 방식을 선호했다. 그러면서 통합 마케팅이 성공하면 참여하지 않던 구단도 결국에는 합류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기대에 빗나간 게 이번 '롯데빵'이다. KBO가 통합 마케팅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개별 구단이 독자적으로 동일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프로야구 마케팅은 성격에 따라 구단이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있고, 리그 전체적으로 통합해 실시하는 마케팅이 있다. 지금처럼 프로야구가 호황일 때 통합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성공 사례를 꾸준히 남긴다면 구단들은 자연스럽게 수입이 올라가고 자생력이 강화된다.

현재 대부분의 구단 모기업들은 야구단의 자생력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모기업이 '야구단' 관점에서 야구 비즈니스를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만 모기업의 야구단 자생력 강조는 야구단 입장에서는 앞뒤가 안맞는 주문이 될 것이다.

류선규 전 단장.
류선규 전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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