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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오명진이 27일 경기 후 자신의 데뷔 첫 홈런볼을 든 채 기뻐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오명진은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 6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장, 4타수 3안타(1홈런) 6타점 1볼넷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두산은 13-4로 승리하며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오명진의 날이었다. 이날 4회말 두산의 공격. 선두타자 김인태의 볼넷과 제이크 케이브의 우전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잡았다. 양석환은 3루수 직선타 아웃. 여기서 롯데 선발 박진이 내려간 뒤 좌완 송재영이 마운드에 올랐다. 김재환, 오명진으로 이어지는 좌타 라인을 봉쇄하기 위한 송재영의 투입이었다.
하지만 송재영은 김재환에게 볼넷을 헌납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다음 타자는 오명진. 여기서 오명진은 송재영의 초구 슬라이더(129km)를 공략,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타구 속도는 162.1km. 발사각은 30.2도. 비거리는 116.9m였다.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연결한 건 KBO 리그 역대 19번째이자, 베어스 구단 역사상 3번째였다. 앞서 베어스 선수로는 송원국(2002년 6월 23일 잠실 SK전)과 최주환(2012년 6월 14일 사직 롯데전)이 각각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한 바 있다.
오명진은 팀이 11-4로 앞선 7회말 쐐기 타점을 올렸다. 2사 만루 기회에서 롯데 불펜 박시영을 상대로 2타점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뽑아내며 13-4를 만들었다. 오명진이 3안타-6타점 경기를 완성한 순간이었다.
오명진은 경기 후 "맞자마자 홈런이라 생각했다. 벤치에서 감독님께서 믿어주셨고, 박석민 타격코치님이 슬라이더를 한번 노려보라고 했는데 그랬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1군에서 못했지만, 그래도 감독님께서 저를 계속 믿어주셨다. 2군에서도 이도형 타격코치님이 '너 스윙이 이렇게 왜 자신을 못 믿냐'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그래서 한 번 저를 믿어보자 했고, 제가 아닌 투수와 진짜 싸워보자고 생각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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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오명진.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그런 오명진은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부문 깜짝 1위로 등극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시범경기에서 오명진은 9경기에 출장해 타율 0.407(27타수 11안타) 2루타 2개, 3루타 1개, 5타점, 4득점, 1도루(1실패) 3볼넷, 출루율 0.467, 장타율 0.556, OPS(출루율+장타율) 1.023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무엇보다 최근 활약이 좋다. 지난 23일과 24일에는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2경기 연속 2안타 경기에 성공했다. 이어 25일 롯데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26일 롯데를 상대로 다시 2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날 만루포 포함, 3안타로 화룡점정을 찍었다. 콜업 후 5경기 동안 타율은 무려 0.500(18타수 9안타)에 달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은 강승호가 3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꾀했다. 이에 2루수 자리가 공석이었는데, 현재로서는 오명진이 그 자리를 잘 꿰찬 모양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지난 10일 좀처럼 타격에서 제 모습을 찾지 못하며 타율이 0.111까지 떨어지자, 이튿날 2군행 통보를 받은 것. 퓨처스리그에서 오명진은 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00(10타수 2안타) 3볼넷 4삼진 2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다시 23일 1군으로 콜업됐고, 그날 곧바로 멀티히트 경기에 성공했다.
사령탑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27일 경기를 앞두고 오명진에 관한 질문에 "퓨처스리그를 한 번 다녀온 뒤 지난 22일부터 꾸준하게 활약을 펼치고 있다. 조금씩 더욱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26일 경기(잠실 롯데전)에서는 변화구도 잘 공략해 안타로 연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5일 수비에서 실수가 있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며 힘을 불어넣었다.
이어 이 감독은 "조금씩 더 경험이 쌓이면서 진짜 1군 무대에서 뛸 수 있는 선수로 올라오고 있다. 이제 상대 팀에서도 오명진에 대한 데이터가 있을 것이다. 약점과 강점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선수 본인과 타격 코치, 데이터 팀과 잘 협업해야 한다. 그러면서 약점을 극복할 수 있다면 더욱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젊은 선수이기 때문에 성장 속도는 빠를 것이다. 또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모를 정도로 무섭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 본다"며 믿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만루포로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한 오명진. 이 감독은 27일 승리 후 "오늘(27일)은 단연 오명진의 날이었다"면서 "팀 동료들과 팬들이 바라던 첫 홈런을 결승 만루홈런으로 때려내며 담대함을 보여줬다. 이후에도 들뜨지 않고 꾸준히 적시타를 때려낸 점도 칭찬하고 싶다. 첫 홈런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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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오명진.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