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강민호(왼쪽)가 13일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 수상자로 올라 LG 박동원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강민호(39·삼성 라이온즈)의 수상 소감에 야유가 쏟아졌다. 그의 말과 달리 다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강민호는 누구보다 진심이었고 그만큼 후배에게 아낌없이 축하해줄 준비도 돼 있었다.
강민호는 13일 서울시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포수 부문에서 191표, 득표율 66.3%로 박동원(34·LG 트윈스·30.9%)를 큰 차이로 제치고 2024년 최고의 포수로 등극했다.
2008년을 시작으로 강민호는 7번째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모두 포수로만 수상하며 이 부문 최다 양의지(8회)의 뒤를 바짝 쫓았다. 역대 최다 수상자는 이승엽(10회) 두산 감독이고 양의지(9회)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시상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박동원은 "(강)민호형은 정말 좋은 선수다. 정말 훌륭한 민호 형과 함께 언급됐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며 "'혹시 공동 수상은 없을까'란 생각도 했다. 규정 이닝이 안 돼 후보에도 못 들어갔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정말 힘들었는데 이제는 후보로 거론돼 정말 감사하다. 열심히 박수 치다가 가겠다"고 말했다.
강민호가 수상자로 발표되자 무대에 올라 꽃다발을 전달했고 강민호는 후배를 진한 포옹으로 맞이했다. 마이크를 잡은 강민호는 "상을 받을 것을 생각 못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다가 받게 돼 기분이 좋다"고 말해 아유를 받았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강민호(오른쪽)와 박동원(가운데)이 시상식 전 나란히 자리를 잡고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박동원 또한 130경기에서 944⅔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끼고 타율 0.272 20홈런 80타점 58득점, OPS 0.810, 실책 4개, 포일 6개, 도루저지율 0.250으로 활약했다. 팀은 3위.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타격 생산력에서 근소우위와 팀 성적 프리미엄 등으로 인해 더블스코어를 기록한 강민호가 최종 승자가 됐다.
최고 포수 양의지(두산)가 포수 소화 이닝을 채우지 못해 후보에서 빠진 가운데 박동원의 수상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았지만 결국 강민호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다.
강민호는 시상식 후 취재진과 만나 "오기 전에 동원이에게 시상식에 갈거냐고 물으며 '나는 네가 받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해 줄 건데 같이 가서 누가 받든 진심으로 축하해 주자'고 했다"며 "동원이가 와서 축하해 주고 꽃다발도 전달해 줬다. 멋있는 후배"라고 말했다.
강민호(왼쪽)가 자신을 축하해주러 무대에 오른 박동원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
시즌 중에 한 약속도 있었다. 박동원에게 '한국시리즈 진출은 자신이 , 너는 골든글러브를 가져라'라고 한 것. 강민호는 "진심이었다. 골든글러브보다 한국시리즈에 가는 게 더 중요했다. 결론적으로는 골든글러브도 제가 받고 한국시리즈도 제가 가게 됐는데 그땐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고 전했다.
박동원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줄 용의가 충분히 있었다. 박동원의 성장은 그 또한 기다렸던 것이기 때문이다. 강민호는 "너무 잘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떻게 보면 (양)의지랑 저 말고는 이제 다음 포수의 성장이 더뎠다"며 "그런데 박동원 선수가 많이 치고 올라오고 있는 것 같고 그 밑에 김형준 선수나 좋은 포수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것 같아 포수 선배로서는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포수로만 7번째 수상이다. 양의지의 포수 최다 수상(8회)에 한 걸음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강민호는 "아마 마지막 수상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면서 "내년에 또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후배와 경쟁을 해야 되는 입장이다. 열심히 경쟁하면서 시너지를 받아 또 다시 골든글러브 자격이 된다면 다시 한 번 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강민호가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하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