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의 모습은 데뷔 때의 심은하를 떠올리게 할 만큼 고전적이며 여성적이다. 맑고 순수하며 착하고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엄지원. 또 너무 여리고 약해 보여서 팬들이 늘 보호해 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든다.
엄지원은 발랄하고 건강해 보이며 정형화된 요즘 미인들과는 다른, 단아하고 얌전한 이목구비가 청초한 동양적인 미인의 상을 지녔다. 선이 굵지 않은 둥근 얼굴에 창백한 피부와 부드러운 코, 짙은 눈썹, 넓은 이마가 반듯한 인상을 주며 맑고 슬퍼 보이는 눈은 나이보다 성숙해 보이게 한다.
이런 인상 때문에 엄지원은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와 '매직'에서 청순한 눈물연기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표정으로 시청자들의 눈물을 자아내는 등 착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여인 역을 줄곧 맡았다.
그러나 최근작 '주홍글씨'에서는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순한 눈매에서 뿜어 나오는 분노의 모습으로 순종적이고 아름다운 여성과 절망에 찬 여인의 두 얼굴을 가진 신비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첼리스트 '수현'이 돼 손마디에 피가 날 정도로 첼로를 배우기도 했다는 엄지원의 배시시 웃는 얼굴 뒤에 그토록 무섭고 차가운 섬뜩함이 숨어 있었을 줄이야….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섬세한 차분함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절망에 가득 차 처절하도록 외로운 여인, '수현'이야말로 엄지원만의 표정과 분위기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신세대의 감각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엄지원. 단순히 예쁜 얼굴만 내세우는 게 아닌, 진지하고 깊이 있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천지훈 성형외과 원장 www.noonp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