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쩐의 전쟁', 뜨는 이유는?

영웅부재 시대의 영웅신화

김태은 기자 / 입력 : 2007.05.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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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타짜'가 히트를 친 후 그 열기가 16일 첫방송된 SBS 드라마 '쩐의 전쟁'으로 옮겨온 듯 싶다. 이 같은 뜨거운 호응의 이유는 뭘까. 어떤 분야가 됐든 온갖 고난을 뚫고 최고의 자리에 오는 주인공이 영웅이 사라진 현 시대에 영웅신화를 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작품은 모두 고래로 가장 많이 회자되며 인기를 얻고있는 '검증'된 영웅신화의 서사구조를 따라가며 보는 이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한 인물이 소속된 공동체에서 배척당하고, 특정한 임무를 부여받고 길을 떠나며, 그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고초과 역경을 겪은 후 결국 임무를 완수해 귀환한다는 스토리다.

먼저 '타짜'. 가구공장에서 일하며 비루한 삶을 사는 고니(조승우 분)는 가난을 벗어나게 해줄 돈을 위해 사는 열혈청년이다. 그는 전문도박꾼 타짜들이 짜고 친 판에서 사기를 당하고 도박으로 시비가 붙은 한 창고에서 전설의 타짜 평경장(백윤식 분)을 만난다.

그를 따라 타짜의 길로 들어선 고니는 원정을 다니며 도박인생을 꾸려나가고 수많은 경쟁을 거쳐 결국 도박 세계의 최고봉을 차지한다.


'쩐의 전쟁'의 금나라(박신양 분) 역시 사채빚 때문에 집안이 풍비박산나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진다. 노숙자들이 모인 곳에서 이 세상 가장 부자가 사채업자 독고철(신구 분)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를 만나 혹독한 수련을 거치고 사채업자로 변신한다.

결국 사채업계에서 성공한 그는 홍길동처럼 돈의 원천을 찾아 그 근본을 해결해주는 방법으로 '좋은' 사채업자로 우뚝 선다.

이 같은 과정은 모든 영웅 전설의 반복이다.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소림사 고수를 찾아가 문전박대를 딛고 온갖 수련을 거쳐 결국 비기를 전수받는다는 점에서 고니와 나라는 같은 길을 간다.

여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스승' 평경장과 독고철이다. 고니와 나라에게 타짱이 되는 법과 돈 버는 방법을 가르쳐준 이들 '전설의 고수'들은 속세를 떠난 듯 유유자적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나름의 철학을 지니고 '제자'들을 조련시킨다.

영웅신화는 일인자가 되는 결과가 다가 아니다. 영웅이 겪는 고초를 딛고 성장해가는 과정이 없다면 재미가 없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임하는 그 한 단계가 한 단계가 있기에 영웅을 친근한 영웅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들이 다다르는 '경지'라는 것이 사회의 '음지'인 도박업계와 사채업계라는 점이다. 그러나 분야에 상관없이 최고는 통하는 법. 화투가 '아트'가 되고, 사채업이 노벨 평화상을 부르는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된다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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