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방송 때문에 지상파 방송만을 시청할 선택권까지 사라지고 있다."
정연주 KBS 사장이 10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TV 수신료 인상안 기자회견'에 참석해 KBS의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연주 사장은 "산간 벽지 등 인위적 난시청 지역과 고층빌딩 등으로 인한 인위적 난시청 지역이 있다. KBS는 아날로그 방송 시스템 하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디지털 방송이 되면 이것이 획기적으로 상황이 좋아지지만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사장은 이어 "더욱이 다주택 아파트의 경우 하나인 공시청 안테나 라인을 케이블 방송에 잘라 연결하면서 지상파만 볼 수 있는 선택권 자체가 없다"고 주장하며 " 1500원 수신료가 인상되면 1차 과제로 수신환경을 개선해 공시청 선택권을 돌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수신료 인상은 국민의 부담이 되는 문제다.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며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은 값싼 대중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수단을 선택할 근원부터가 부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사장은 "KBS에서 방송한 BBC의 '플래닛 어스'의 한 편 제작비가 20억원, '프리즌 브레이크'의 편당 제작비가 30억원, 케이블에서 방송되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는 편당 115억의 제작비가 들었다"며 "여기에 비해서 KBS '불멸의 이순신'이 편당 2억6000만원, '대조영'이 2억3000만원, 미니시리즈 편당 직접제작비가 1억 남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혈을 기울였던 다큐멘터리 '도자기'의 제작비가 편당 1억7000만원, '차마고도'가 편당 2억원이다. '환경 스페셜'의 제작비가 편당 2000만원"이라며 "한류를 살리고 우리 문화의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제작환경으로서는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이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연주 사장은 "우리나라 TV 수신료는 연 3만원으로 연 2만8750원인 아프리카 나미비아보다 조금 높다"며 "월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리더라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보다 조금 높고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보다는 아래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의 연간 시청률은 모두 10만원을 상회한다.
정 사장은 "공영방송이라는 제도가 도입된 이상 뿌리내릴 수 있도록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우리의 경제적 수준과 사회적 성숙에 걸맞는 뒷받침이 필요하다. 또 다매체 다채널의 유료 방송이 범람하면서 상업주의가 판치는 상황에서 방송의 청정지역으로서 공영방송의 역할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수준에 있는 우리의 수신료를 이제는 우리 사회의 발전과 성숙도에 걸맞게 올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9일 KBS 이사회는 현재 월 2500원인 TV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승인한 바 있다. 이에따라 인상안이 방송위원회를 거쳐 국회 승인을 받을 경우 KBS의 수신료 인상이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