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SBS 최기환 아나운서, KBS 이선영 아나운서, MBC 오상진 아나운서 |
아나운서들의 입담 대결이 가열됐다. 시청자 접근도가 가장 높은 예능 프로그램과 토크쇼 등으로 지상파 방송3사 아나운서가 대거 투입되면서 어지간한 연예인 못지 않은 '끼'와 장기를 쏟아내고 있다.
이같은 트렌드는 KBS가 주도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로그램 제작비와 아나운서 개인의 특기를 적극 부각하는 분위기가 맞물렸다.
올 봄철 방송 프로그램 개편에서 아나운서를 각 프로그램 MC로 전면 배치, 주목받은 KBS는 아나운서만 나오는 토크쇼를 선보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UCC를 활용, 매회 아나운서 6명이 출연하며 유려한 화술로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발굴한 대표적 ‘인재’가 전현무 아나운서다. 동영상 벌칙으로 코믹한 분장을 한 채 ‘비호감 댄스’를 선보이며 ‘개그맨보다 더 재밌는 아나운서’라는 눈도장을 받아냈다.
오락 프로그램 뿐 아니다. 통계추리 토크 프로그램 ‘대한민국 퍼센트%’도 아나운서를 적극 활용한다. 안전 버라이어티 ‘위기탈출 넘버원’, 랭크 프로그램 ‘오천만의 일급비밀’ 등에도 한석준, 박지윤 등 아나운서를 연예인과 함께 내세우며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심지어 이선영 아나운서는 ‘한국사 전(傳)-새로운 조선을 꿈꾸다, 소현세자빈 강씨’에서 주인공 '강빈' 역을 맡아 토크를 넘어 연기로까지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연예인 MC와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기용해온 SBS도 봄 개편을 기점으로 자사 아나운서를 예능 프로그램에 앞다퉈 출연시키고 있다. 지난 3월 아나운서들과 예능 PD들이 ‘아나운서의 프로그램 참여 제고’를 논의한 후 감지되고 있는 뚜렷한 변화다.
최기환 아나운서가 ‘작렬! 정신통일’, 김주희 아나운서가 ‘일요일이 좋다-옛날TV’를 진행하며 주말 버라이어티쇼를 장악했다. 콩트로 이뤄진 ‘헤이헤이헤이2’에 고정 출연하는 박찬민 아나운서는 여장까지 수용해가며 코믹 연기에 물이 올랐다.
↑아나운서들만 출연시킨 UCC활용 토크쇼 KBS '유유자작' |
윤현진, 이혜승, 김일중 아나운서도 예능 프로그램 패널 자리를 꿰차며 프로그램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아나운서 특집’이 평균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사실이 이들 아나운서의 '상품성'을 방증한다. 타사에 비해 경량급인 아나운서실 규모가 시청자 기호에 맞춘 실시간 변신을 수월케 하는 등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나운서의 품위와 규율을 유독 강조하는 MBC도 최근 생각을 바꿨다. 뉴스나 시사 프로그램을 맡은 아나운서를 스타로 만드는 데 힘써온 전통에서 탈피, 예능전문 아나운서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성경환 아나운서국장은 최근 머니투데이 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변웅전 선배 이후 MBC에는 예능·오락전문 아나운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며 오상진 한준호 서현진 등 ‘끼’ 많은 아나운서들을 예능전문 MC로 육성할 것이라고선언했다.
방송3사의 이러한 경향은 소수 MC가 쥐락펴락 중인 TV 프로그램 판도 자체를 재편성할 전망이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지적에 수긍하면서도 새 MC를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말을 정확히 잘 하는 데다 적당한 무게감을 갖췄다는 것이 아나운서들의 공통점이다. 여기에 각 아나운서 앞에 타고난 저마다의 특장점을 펼 수 있는 멍석이 깔린다면, 아나운서가 연예인 MC를 능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