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데이즈', 미드를 닮은 국산 스릴러의 미덕

김현록 기자 / 입력 : 2007.11.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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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고 감각적이다.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의 월드스타 김윤진이 주연을 맡은 탓일까? 스릴러 영화 '세븐데이즈'(감독 원신연·제작 프라임엔터테인먼트)는 잘 만든 한 편의 미드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세븐데이즈' 최대의 미덕이다.

우리 영화, 드라마와 전천후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드, 그중에서도 'CSI 과학수사대', '프리즌 브레이크' 등으로 대표되는 스릴러는 우리의 취약분야를 맹공해왔다. 그래서 '미드'를 닮은 스릴러 '세븐데이즈'가 더욱 반갑다. 영화는 빠르고 감각적으로, 근래 선보인 한국 스릴러 영화의 두가지 갈증을 해소한다.


복잡한 반전과 줄줄이 꼬인 수사과정과는 달리 '딸을 위한 불가능한 미션'으로 요약되는 줄거리는 단순하다. 승률 99%의 유능한 변호사 지연이 딸을 유괴당한다. 유괴범은 7일의 시간을 주겠다며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살인범을 무죄 석방시킬 것을 요구한다.

더욱이 유괴와 모성은 한국영화가 다루는 단골 주제다. 올해만 해도 '그놈 목소리', '밀양' 등 색깔은 달라도 비슷한 주제를 다룬 작품이 끊이지 않고 상황에서 새로울 것 없는 스토리를 볼만한 스릴러로 만드는 핵심은 속도감을 앞세운 탄탄한 구성과 호소력있는 연기다.

특히 속도감은 '세븐데이즈'의 큰 미덕이다. 효과적인 클로즈업과 초단위로 이어붙인 편집은 보는 이들의 호흡마저 가쁘게 만들 만큼 긴장감이 흐른다. 지나간 사건을 되짚어보기가 쉽지 않을 만큼 빠른 전개 덕택에 '갑자기 저 사람이 왜 저기 가있나' 식의 허점을 궁금해할 틈이 생기지 않을 정도다.


탄탄한 시나리오에 기반한 군더더기 없는 인물도 스피드를 더하는 요인이다. 관객을 헷갈리게 하느라 들여놓은 쓸모없는 인물따윈 없다. 지연 역의 김윤진 외에 박희순, 김미숙, 정동환, 오광록 등 낯익은 연기파들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비중과 연기를 선보인다.

미드를 닮은 스릴러 속에서 김윤진의 존재감은 더욱 빛난다. '쉬리'의 여전사 시절부터 김윤진은 한국에서 보기드문 파워를 지닌 여배우로 자리매김해 왔다. 미드 '로스트'를 거치며 내공을 쌓은 그녀는 더욱 파워풀해진 연기로 극을 이끈다.

순식간에 평정을 잃고 일그러지는 그녀의 얼굴은 자신만만한 변호사의 강인함과 딸을 볼모로 맡겨둔 어머니의 절박함을 동시에 그린다. 그같이 진폭 큰 감정과 표현의 기복이 극의 속도감과 정확히 맞물리는 느낌을 준다.

다만 편집 과정에서 빠른 전개를 위해 삭제된 듯한 설명 부분은 옥의 티다. 때문에 속도감을 지우고 찬찬히 뜯어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빠른 흐름에 2시간을 맡긴다면 '엇' 하는 사이에 그대로 지나갈 수도 있을 터. 오랜만에 맛보는 스릴러의 스피드를 즐기시라. 14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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