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들 말하는 거 보면 깜짝깜짝 놀라요."
그룹 '소녀시대'의 두 재주꾼 유리와 수영이 손사래를 친다. 20대 젊은 성인들은 물론 막강한 아줌마 아저씨 팬들을 거느린 그녀들은 10대 스타들이 각광받는 요즘 시대의 아이콘. 이달 초부터 방송된 KBS 2TV 새 일일시트콤 '못말리는 결혼'(연출 이교육)을 통해 나란히 연기자로도 활동중이다.
소녀(小女), 키나 몸집이 작은 계집아이 혹은 결혼하지 아니한 여자가 윗사람을 상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다. 그 '소녀들의 시대'를 연 이들 두 10대가 철부지일 것이라는 선입견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두명의 '아줌마' 기자와 마주한 이들은 아줌마들의 예상을 단박에 뒤집고 '애어른'이라는 반전을 안겨줬다.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하다보니 세상에 대해 알아갈 때마다 실망할 때가 많아요"(수영) "저희가 드린 것도 없는데 조건없이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보며, 완벽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항상 유념하고 있다"(유리)는 그녀들. 6∼7년을 준비해 온 가수의 길도, 새롭게 들어선 연기자의 길도 모두 놓치지 않고 가보겠다는 유리와 수영은 야심차고 속깊은, 이 시대의 소녀들이었다.
-왜 아저씨 아줌마들이 '소녀시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지.
▶수영=딸같고 조카같아서가 아닐까. 이번에 이승철 선배님의 '소녀시대'를 리메이크한 게 효과가 컸던 것 같다. 너무나 감사한다.
▶유리=소녀시대만의 매력이 뭐냐고 하면 건강한 10대의 모습이라고 하곤 한다. 옛 리메이크를 보면서 30대나 40대들도 향수를 느끼시는 것도 같다. 홍삼, 가시오가피, 약수물 등 건강식품을 잘 챙겨주시는데, 정말 친언니같고 친척같고 그렇다.
그룹 '소녀시대'의 유리와 수영 ⓒ홍기원 기자=xanadu@ |
-3년 전부터 연기수업을 받았다는데.
▶유리=수영이는 그렇지만 전 1년 정도인데. 너무 부담된다. 연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양동근 선배랑 연기를 해보고 싶어서였다. '네멋대로 해라'를 얼마나 되돌려 봤는지 모른다. 자기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잡아나가는 것이 존경스러울 정도다. 얼마 전에 콘서트에서 양동근 선배를 보고는 너무 쑥스러워서 딴 말은 못하고 CD만 전해드렸다. (웃음)
▶수영=양동근 선배님이 무뚝뚝하지 않나. 그러고 나선 '여기 여기' 하면서 유리한테 본인 CD를 주시는 거다. 유리는 '이야아'하고 좋아했는데, 주고받은 대화는 그게 다였다.(웃음)
저는 같이 연기하고픈 분이 너무 많다. 송강호, 최민식, 설경구 빅3은 물론이고 조승우 주진모 공유 감우성 선배님…. 감독님 욕심도 큰데, 이명세 이재규 봉준호 한지승 감독님 등등.
하지만 '소녀시대'는 연기를 하기 위해 지나가는 코스가 아니냐는 댓글에는 큰 상처를 받았다. 절대 그렇지 않다. 원래 가수가 꿈이었지만 연기를 3년간 배우면서 너무 좋아져서 어느 하나를 놓칠 수 없게 됐다.
-또래 친구들의 자유가 부럽지는 않나.
▶수영=너무 부럽다.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한 고3 수험생의 사연이 왔다. 졸업을 앞두고 수학여행, 야자시간 땡땡이 같은 추억을 쓴 거였다. 그런 여고시절이 낳나테는 없는거다. 중학교 다닐 땐 나도 졸린 눈 비벼가며 학교 가는 게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그런 일이 갑자기 그리워진다. 나도 평범한 고3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요새 하곤 한다. 학교 가려고 대문 나설 때의 찬 공기가 너무 좋다.
▶유리=일본에서도 활동했던 수영이와 달리 저는 너무 평범하게 학교를 잘 다녔다. 떡볶이도 먹고, 땡땡이도 쳐 보고. 데뷔 준비를 하느라 친구들에 비해 못한 게 많긴 하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학교에서의 추억이 많다.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요즘도 친구들을 자주 만나 수다를 떨곤 한다.
-원더걸스와 자주 비교를 당한다.
▶수영=라이벌 구도로 봐주시는 게 솔직히 기쁘다. 이 시대 여성그룹이라고 하면 저희 둘이 생각나신다는 게 아닌가. 기쁘고 영광이다. 원더걸스가 저희에게 좋은 자극제가 된다고들 하시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 서로 없으면 안될 존재고, 또래도 비슷하니까 앞으로 친해졌으면 좋겠다. 사실 아직은 안 친하다. 사실 원더걸스의 선예는 저랑 (소녀시대) 태연이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녔다. 서로의 쌩얼을 보다가 방송국에서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웃음)
-'소녀시대'는 언제까지 '소녀시대'인 걸까?
▶수영=결혼하기 전까지는 소녀시대이지 않을까? 예전부터 결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길가다가도 '결혼은 저런 사람이랑 해야지' 하는 사람을 마주치곤 한다. 키크고 멋진 사람보다는 수더분한 남자가 좋다. 친구같고, 재치있고. 잘생기지 않아도 된다.
▶유리=수영이란 스타일이 다르지만 이건 비슷하다. 결혼하면 괜찮을 것 같은 사람은 따로 있다. 그런 느낌이 있지 않나. 자상하고 따뜻하고. 저는 하고싶은 게 너무 많다. 운동을 좋아하는데 예전엔 수영선수를 할까 생각하기도 했고 발레도 하려다 말았을 정도다. 지금은 가수고 연기자지만 나중에 이런 저런 하고싶은 일을 다 하고나서 나∼중에 결혼하려고 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