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운명이다."
배우 김상경이 세종대왕이 되어 안방극을 찾는다.
그 무대는 내년 1월5일 방송될 KBS 1TV 대하사극 '대왕, 세종'(극본 윤선주ㆍ연출 김성근). 15일 오후 전라북도 부안에서 진행된 '대왕, 세종' 촬영현장에서 김상경을 만났다.
김상경은 지난 14일 경기도 용인 민속촌에서 첫 촬영을 마친 뒤 부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왕, 세종' 촬영에 돌입했다. 김상경은 '대왕, 세종'에 대해 운명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운명이다. 김성근 PD와도 인연이 깊다. 김 PD의 데뷔작을 함께 했고, 김 PD의 조연출 시절 드라마 '눈꽃'에서도 만난 사이다. 아주 오래된 가족같은 느낌이다."
어디 이 뿐이랴. 김상경은 '대왕, 세종' 출연 전 세종대왕에 관한 꿈을 꾸었던 사실을 공개했다.
"영화 '화려한 휴가' 촬영을 마치고 세종대왕 꿈을 꿨다.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용포를 입은 분, 세종대왕께서 인자하게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드셨다. 고개를 숙이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더니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라지셨다."
김상경은 이 꿈을 꾼 직후 우연한 자리에서 김성근 PD를 만났고, 김성근 PD가 '대왕, 세종'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접하게 됐다. 하지만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없지 않았다.
"사극에 출연하게 되면 사실 1년 정도의 긴 호흡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됐다. 또 위인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심리에 내가 미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앞섰다. 재미난 사실은 내가 출연한 영화가 잘 될 때마다 대통령이 꿈에 나타나셨다. 꿈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을 만나 악수를 나눈 적이 있다. 세종대왕의 꿈도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상경의 사극 출연은 '홍국영'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작품을 위해 세종대왕에 관련된 여러 편의 책을 읽고 드라마를 준비 중인 그는 생전 처음 말타기 등에도 도전했다.
"앉아있는 장면이 많을 줄 알았는데 사건이 터지면 날라다녀야 하더라.(웃음) 요즘 말타는 연습도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세종대왕의 새로운 면을 알게 됐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한글을 만드시고, 측우기를 만드는 등의 창조적인 업적 외에도 엉뚱한 면이 있으시더라. 유교시대에 불교를 받아들여, 궁안에 불당을 만들겠다고 했다가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그럼 궁을 옮겨라'고 하시는 재치있는 분이시더라."
충무로에서 잘나가는 배우로 통하는 김상경은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작품의 폭이 넓은 배우 가운데 한 명이다. 김상경은 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대부분의 배우가 영화가 안되면 드라마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나는 드라마 출연에 있어 불편함이 전혀 없다. 500만 관객이 동원된 작품 출연 이후 드라마 단막극에도 출연했다. 난 비주류를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까지 내 출연작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극장전'이다. '극장전'에서는 내가 놓치고 지나친 부분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애착이 간다."
'대왕, 세종'은 김상경의 결혼 이후 첫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김상경은 사적인 생활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최근 홍상수 감독님을 만나러 프랑스 파리에 갔는데 한국 거리보다 더 좋은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단 한 가지 부러웠던 것은 유명 배우들이 거리를 마음대로 활보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많은 분들이 배우의 사생활에 관심을 보이시긴 하지만 그냥 조용히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나 역시 그렇다. 많은 분들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김상경은 진솔한 인터뷰를 마친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대왕, 세종'의 촬영을 위해 현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