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독립영화 전용관 인디 스페이스(서울 중앙시네마 3관)의 개관을 기념하면서 한국독립영화협회는 독립영화의 정체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또 "한국사회에서 묵인돼온 역사의 구멍을 메우는 毒이자 전해지지 않은 毒이다. 획일화한 주류 영화계에 다양성의 힘을 불어넣는 毒이자 치열하게 영화라는 매체를 고민하는 毒이며 한국사회와 영화를 위해 끝없는 해독작용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독립영화!
11월, 자본과 권력 등 창작을 방해하는 갖은 걸림돌에서 자유로운 독립영화가 몰려오고 있다.
인디 스페이스 개관을 기념하는 '독毒립영화', 서울독립영화제 2007 등의 영화제를 비롯해 매주 금요일 열리는 독립영화발표회 등이 열리고 여기에 독립영화 온라인 상영도 이어지고 있다. 또 TV와 영화관이 함께 하는 KBS 프리미어도 세계 각국의 독립영화를 위주로 시청자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색화동'(사진) 등의 영화도 개봉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아일랜드산 독립영화 '원스' 역시 1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하고 있다.
특히 극장가 비수기로 그 여느 해보다 관객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극장가에 이 같은 독립영화는 다양한 영화를 맛보게 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이 될 터이다.
그럼 왜, 지금 독립영화인가.
인디 스페이스의 김소혜 프로그래머는 독립영화 전용관 상영작 기준에 대해 "▶관객에게 주류 상업영화와 다른 시각적 경험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스타일 또는 도전적인 내용의 주제를 담은 영화 ▶노골적으로 상업적이지 않아서 경제적 리스크가 높아 마케팅이 곤란한 영화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 ▶자국 및 외국어 영화 중 주류를 겨냥하지 않은 영화여야 한다"고 밝혔다.
인디 스페이스측은 또 "우리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때로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때로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부른다"고 덧붙인다. "상업영화화는 다른 문법으로 전하는 이야기"라고도 설명한다.
한 마디로 주류 상업영화와는 달리 그 대중적 유통 경로인 멀티플렉스의 와이드 릴리즈 배급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래서 더욱 자유롭고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관객에게 다가가며 이를 위해 그 어떤 제약도 거부하는 영화, 그것이 '독립영화'라 할 만하다.
그 만큼 관객에게는 색다른 또 하나의 경험이 될 만한 공간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이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능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네티즌 등 관객의 취향과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또 다른 마당이 된다.
지금, 극장가는 비수기이다. 여느 해보다 관객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상황에서 영화계가 겪는 비수기의 체감적 힘겨움은 더욱 깊고 크기만 하다.
이 같은 힘겨움의 와중에 다양한 영화가 극장에 내걸리기란 더욱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장사가 될 만한' 영화를, 생산자와 소비자와 유통망이 선호하는 건 또 당연한 현상이다.
이처럼 힘겨운 현실적 제약에서 자유로운, 아니 이를 뛰어넘는 다양한 시선의 영화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한 일로 영화 관계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