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는 예쁘다'의 표민수 PD.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
표민수 PD가 돌아왔다. 대작 드라마의 틈새에서 조용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KBS 2TV 수목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는 '넌 어느별에서 왔니' 이후 약 1년 반만의 신작. 고등학교 시절 실수로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다녀온 주인공 인순이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4회가 방송된 지금 시청률은 한자릿수에 불과하지만 감성을 울리는 전개와 대사에 빠져든 이가 적지 않다. 그리고 몇몇 표민수 PD의 팬들은, 아직 성급할지 모른다면서도, 그의 '귀환'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표민수 PD는 1998년 '거짓말'로 한국 최초의 드라마 폐인을 만들어낸 연출자다. 사랑과 불륜이란 뻔한 소재를 얽히고 설킨 사람들의 관계 속에 절절하고 사려깊게 그려낸 '거짓말'은 현재까지도 마니아들의 모임이 지속될 만큼 신선하고 빼어난 수작이었다. 이후 '푸른안개', '바보같은 사랑', '슬픈 유혹', '고독' 등 휴머니즘과 마이너리티 감성이 조화된 그의 작품들은 '표민수 월드'를 구축하며 소수 팬들의 진한 애정을 받았다.
그러던 그가 2004년작 '풀하우스'를 기점으로 '변했다'. 따스하게 상처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던 표민수 PD가 인기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미남미녀 톱스타 비(정지훈 분)와 송혜교를 캐스팅해 말랑말랑한 트렌디 드라마를 만든다니. 시청률이 급등하고 인기가 치솟았지만 팬들은 작가가 시장과 손을 잡았다며 '변화'가 아닌 '변절'로 치부했다. 뒤이어 만든 사랑이야기 '넌 어느 별에서 왔니' 역시 그같은 '변절'에서 벗어나지 않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드라마 '인순이는 예쁘다'. |
그러나 설정부터 가볍지 않은 '인순이는 예쁘다'는 두 전작과 확실한 차이가 감지된다. 혼혈가수 '인순이'의 이름에서 따온 주인공의 이름, 전과자라는 주홍글씨에서부터 이 드라마가 마이너리티의 이야기임을 숨기지 않는 표민수 PD는 예의 사려깊은 연출력으로 상처입은 인순이 뿐 아니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진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역시 "위로받는 기분"이라며 열띤 환호 대신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괜찮아 인순아. 난 예뻐, 난 착해, 난 사랑스러워, 난 훌륭해"처럼 특히 종종 등장하는 주인공 인순이의 독백에서 주인공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난다. 출생의 비밀마저도 드라마 초반에 남김없이 풀어놓을 만큼 담백한 진행, 생활인의 냄새가 뚝뚝 묻어나는 김현주의 의상 등도 공감을 더하는 요소다.
표민수 PD는 새 작품에 대해 옛 작품과 마찬가지로 '휴머니즘'이 그 바탕이 될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드라마를 통해 사람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을 배웠고 그것이 작업의 모토 내지 덕목이 됐다"며 "무엇보다 사람이 예쁘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이 당신은 예쁘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겠느냐"며 우회적으로 연출의 변을 밝혔다.
그러나 표 PD는 완전한 복귀라는 평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워하는 눈치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정유경 작가와 다시 손잡은 점에서도 그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표민수 PD는 "'넌 어느 별에서 왔니'보다 심리나 배경에 더 많은 것을 담고 싶었다"며 "정극과 코미디 사이를 좀 더 활발히 소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