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우성, 부드러운 외모에 비수를 숨기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입력 : 2007.12.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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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srbs23@>
감우성은 부드러운 외모 속에 비수를 숨긴 배우이다.

그는 환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다른 남자 배우들 마냥 멜로영화에서 물컹거리는 연기를 했던 기억이 거의 없었다. 대중에게 박혀있는 감우성의 이미지는 마시멜로처럼 부드럽다. 하지만 '왕의 남자' '알포인트' '결혼은 미친짓이다' 등 그의 대표작을 보면 감우성은 늘 하나로 정의되지 않았던 것을 알 수 있다.


감우성은 까다롭다. 배우로서도 까다롭고, 작품 선구안도 까다롭다. 그렇기에 감우성을 보러 극장을 찾지는 않지만 감우성이 출연한 작품이기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다.

감우성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영화가 잘돼야지 내가 잘된다고 생각해요. 나를 선택하려는 작품들 속에서 내가 최대한 나와 적합한 작품을 고르는 것도 그 때문이죠."


감우성이 크리스마스를 앞둔 19일 개봉하는 영화 '내 사랑'(감독 이한ㆍ제작 오죤필름)에 출연한다. 초대박이 난 '왕의 남자' 이후 '쏜다'로 쓴 맛을 봤던 터라 고르고 골랐을 작품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감우성의 비중은 결코 크지 않다. 각기 다른 커플들의 사랑을 날줄과 씨줄로 얽은 작품이기에 영화의 키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주연'은 아니다.

감우성은 바로 그래서 이 작품을 택했다고 말했다.

"각 커플들이 고르게 나오는 게 중요해요. 또 너무 가볍지 않아서 좋아요. 단지 시즌에 맞춘 작품이었으면 출연 안했을 거에요."

감우성은 '내 사랑'에서 20대와 30대를 넘나들며 첫 사랑과 그 추억에 발목 잡힌 현재를 연기한다. 학창시절 늘 타던 지하철 2호선에서 사랑을 키우고, 그 사랑을 못잊어 2호선 기관사가 된다.

그의 동안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 영화에는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감우성은 "이 영화에서만큼은 내 어려보이는 얼굴이 도움을 주겠지만 사실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젓살이 빠지지 않은 모습에 자칫 캐릭터에 사람들이 몰입하지 못할까 남모른 고민을 많이 했다는 것이다. "'왕의 남자' 때도 카메라 테스트를 해보고 난 다음에 하자고 했어요. 작품에 민폐를 끼치면 안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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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tjsrbs23@>
감우성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배우이다. 스스로도 돌이켜보면 즐거운 추억보다 힘든 기억이 많다고 말한다.

20대 한창 인기가 많았을 무렵 입대를 앞두고 남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생리대 광고를 찍은 적이 있다. 당시 지하철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떼어 갈 정도로 큰 화제였다. 군대로까지 재계약을 하자는 연락이 왔었다.

그 시간을 뒤로 하고 제대한 뒤 여러 작품에 소비됐다.

"드라마 5편을 하면 그 중에 하나 정도 성공하죠. 그러면 한 3년 그 성공 덕에 가죠. 요즘은 1년을 가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항상 좋은 작품을 하려 힘쓰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왕의 남자'의 흥행은 좋은 작품을 하면 관객이 알아준다는 확신을 감우성에게 준 계기이기도 했다.

감우성은 "마케팅이 아무리 좋고, 메이저 배급사가 배급을 맡아도 영화가 힘이 없으면 안돼요. '내사랑'은 좋은 영화에요. 힘이 없어 보이지만 관객은 알아줄거에요"라고 강조했다.

감우성은 완벽을 추구한다. 능력이 모자라다고 판단되는 감독에게는 들이대기도 하고, 아니다 싶은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올 해 내 기사를 검색해 보면 모두 결혼 이야기"라고 말하면서도 "더 이상 사생활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인 즉슨, 관객들이 감우성의 사생활을 머리에 가지고 영화를 본다면 그 배역에 몰입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불혹(不惑)을 2년 앞둔 감우성은 그 나이가 되면 흔들리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영화사 법인을 차렸으며 영화 제작을 본격적으로 할 생각이다. 결과를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용조용 준비하고 있지만 영화로 할 이야기가 있기에 연출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감우성은 일단 검증되지 않은 사람에게 돈을 투자할 사람이 없기에 감독보다는 제작에 전념하겠다고 한다.

대학에서 전공한 미술도 전시전을 기획 중이다. 일본에서도 전시를 하고 싶다는 의뢰도 받았다.

감우성은 말한다.

"인간 감우성은 무난하게 사는 게 목표에요. 배우 감우성은 현실을 잊을 만큼 연기에 미치는 게 목표고.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만들려고 하는 내가 있죠. 오십이 되고 육십이 됐을 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려 하나하나 준비하고 있는 겁니다."

밀크티 같지만 알고보면 원액 100%인 에스프레소 같은 남자 감우성. 그는 그만의 선구안으로 '내 사랑'을 선택했고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선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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