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를 품평하는 시상식 시즌이 모두 끝났다. 대선 탓에 유달리 빨리 끝나버린 올 영화 시상식은 칸국제영화제의 후광을 입은 '밀양'과 저주 받은 걸작 칭호를 안은 'M', 그리고 '우아한 세계'가 주거니 받거니 하는 형국이 됐다.
백상으로 시작해 대종상과 춘사영화제, 청룡영화상과 대한민국영화대상까지 잔치가 끝나고 보니 아쉬움이 남는다.
위기라는 파고를 넘어 올 한해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입증한 작품과 배우들이 '상'이라는 타이틀로 위로를 받지 못한 아쉬움이다. 특히 여배우들의 활약이 눈부셨던 올해, 무관이 아쉬운 배우들이 유독 눈에 밟힌다.
지난해 '타짜'로 스크린에 존재감을 과시한 김혜수는 올해 '바람피기 좋은날'과 '좋지 아니한가', '열한번째 엄마'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비록 흥행의 기쁨은 누리지는 못했지만 20년의 연기 경력에서 올해만큼 김혜수의 발걸음이 다양한 곳에서 총총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김혜수는 올해 무관에 그쳤다. 지난해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그녀지만 올해 여우주연상 또는 여우조연상은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강혜정 역시 올해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 한 해일 것이다. 2005년 부산영평상과 청룡영화상,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쓸고, 2006년 대종상에서 조연상을 받았던 그녀지만 올해는 무관으로 전락했다.
'허브'에서 강혜정이 선보인 정신지체 연기를 본 관객들이라면 올해 그녀가 하나의 상도 받지 못한 것을 놓고 안타까움을 느낄 만하다.
올해 인기상만 네 번 받은 김태희는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 같다.
김태희는 백상과 대종상, 청룡과 대한민국영화대상까지 인기상을 받았지만 정작 배우로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꼭 지난해 이맘때 개봉했던 '중천'처럼 12월 개봉하는 '싸움'이 '황진이'로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송혜교처럼 내년 김태희를 웃게 할지 기대된다.
상복 없는 것은 비단 배우들 뿐이 아니다.
올 한해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데 달군 영화는 뭐니뭐니해도 '화려한 휴가'와 '디 워'이다. 관객이 가장 사랑한 영화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영화는 상과는 거리가 멀다. '디 워'는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시각효과상을 받아 기술력이라도 인정받았지만 '화려한 휴가'는 몇몇 부문에 후보에 오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시상식에서 두 영화에 대한 푸대접은 '왕의 남자'와 '괴물'이 각종 상을 휩쓸었던 지난해와 달리 평단과 관객이 극명하게 갈린 올 한 해 한국영화계를 반영하는 또 다른 기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