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잔뜩 움추렸던 한국영화계에 과연 봄바람은 불어오는가.
지난 10일 개봉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이 일주일 만에 100만 관객을 바라보고 있다. '우생순'과 같은 날 개봉한 '무방비도시'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50만명을 훌쩍 넘어서며 선전 중이다.
'우생순'과 '무방비도시'의 이 같은 선전은 한국영화가 최악의 시즌을 보낸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깜짝 놀랄만한 일이다. '우생순'이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하기까지 무려 7주 동안 할리우드 영화들이 스크린을 장악해 '가면','헨젤과 그레텔' 등 크리스마스 시즌이 끝난 뒤 개봉한 한국영화들까지 줄줄이 흥행에서 참패를 금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생순'은 '왕의 남자'처럼 흥행하기 힘들다는 요소를 고루 갖춘 영화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화계는 한층 반가운 표정이다. '왕의 남자'가 스타배우도 없고 흥행에어렵다는 사극이라는 장르의 한계에서도 성공을 거둔 것처럼 ‘우생순’ 역시 아리따운 여자배우도 없고 더욱이 성공하기 힘들다는 스포츠 영화였기 때문이다.
'우생순'의 흥행몰이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이 결국 위기설을 일축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인식을 다시 한번 갖게 했다. 또한 설 연휴를 앞두고 줄줄이 개봉하는 한국영화들에 가장 앞장 선 영화가 붐을 조성한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물론 '우생순'이 31일 개봉하는 다른 영화들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도 있지만 영화계에서는 할리우드 영화에 빠져있던 관객들에게 믿음을 실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봉을 앞둔 한 영화 관계자는 "'우생순'의 선전으로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다시 찾고 있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설 연휴는 한국영화들의 각축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배급사까지 포함해 배급 전쟁이 예상되지만 한국영화 산업 자체로서는 나눠먹기를 하더라도 '윈-윈'이 가능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설 연휴가 끝나고 찾아오는 2월 개봉작들도 만만치 않기에 한국영화 봄바람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생순'이 불러일으킨 봄바람을 설 영화들이 이어받고 '6년째 연애중'과 '마지막 선물'이 바톤을 터치한다면 전체 한국영화계에 신바람이 일 것이라는 장밋빛 예상도 있다.
개봉이 늦춰졌던 '바보'와 4월로 개봉이 확정된 '모던보이' 등 기대작들이 전통적인 비수기인 3~4월 극장가를 견인하면 5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공세를 충분히 견딜만하다는 견해이다.
'우생순'처럼 설 연휴를 선도하는 영화가 등장할 때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마땅한 외화가 없는 상황에서 수작들이 연이어 개봉하는 올 봄, 한국영화 신 르네상스는 아니더라도 춘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