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 적'이 히트하기는 했지만 시리즈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동료 형사의 자살이라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 영화의 문제의식이, 비리 형사 강철중이 악독한 공공의 적을 검거하면서 1편에서 이미 해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은 ‘히트 아이템’을 썩히기 아까웠는지 주인공 강철중의 직업을 검사로 바꾸며 시리즈로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이라고도 실패라고도 말하기 어려울 만큼 애매모호했다. 개인적으로 '공공의 적 2'는 실패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강우석 감독은 ‘1-1’이라는, 누군가가 뛰어내렸다는 마을버스 번호 비슷한 번호를 붙여가며 시리즈를 강행했다. 이처럼 복잡한 숫자가 붙은 것은 주인공 직업이 원래대로 돌아갔기 때문. 언뜻 무리수로 보였지만,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다. ‘산수’나 ‘용만이’ 같은 조연들의 매력적인 연기가 고스란히 살아 있으며 주인공 강철중 형사의 막무가내식 수사도 꽤나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다만 시나리오를 쓴 사람이 다름 아닌 장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강철중: 공공의 적 1-1'에서 ‘몹시 진지한 장면에서 몹시 감각적인’ 장진 특유의 유머를 맛보기는 쉽지 않다('기막힌 사내들'에서 등유를 끼얹고 자살하려 한 이에게 형사가 “니가 찝차냐?” 하고 쏘아붙이던 장면, '간첩 리철진'에서의 사투리 장면들, '박수 칠 때 떠나라'의 일본인 관광객 부부 심문 장면 등은 쉽게 잊히지 않을 만큼 재미있다).
그나마 악역 이원술이 태산과 1대1로 담판을 짓고 나오는 장면 정도일까. 나머지 장면에서 선보인 유머들은 나름대로 나쁘지 않지만 약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게다가 그건 '공공의 적'이라는 시리즈의 캐릭터들이 자아내는 유머일 뿐 장진의 유머는 아니다. 물론 시리즈에 맞춰 자신의 개성을 죽였다고 볼 수도 있지만, 강우석과 장진이라는 조합에서 사람들이 기대했을 만한 매력을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다. 장진은 그저 그런 장면과 대사는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뭔가 ‘폼’이 나는 설정, 대사들을 자주 구사한다. '강철중: 공공의 적 1-1'도 마찬가지다. 깡패 두목의 연설 장면, 독한 형사와 깡패 두목이 만나는 장면, 마지막 결투 장면 등에서 장진의 개성은 곧잘 드러난다. 감각이 잘 발휘되면 이런 식의 대사 처리는 대단한 장점이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차라리 아무 소리 않는 것이 나았으리라 여겨질 만큼 ‘억지’로 보이는 대사가 많다. 문수와 엄 반장이 마지막 결투 장면에서 내뱉는 대사들이 좋은 예다.
'강철중: 공공의 적 1-1'이 볼 만한가, 하고 물으면 나쁘지 않다고 대답하겠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강우석과 장진의 개성이 여기저기서 주머니 속 송곳처럼 튀어나와 시너지 효과까지 냈느냐, 하고 물으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까지는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만나는 문성근의 얼굴을 반가웠다. ‘누군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뭔가 대단히 위력적인 인물’로 그려지는 태산의 느낌을 그대로 전할 만큼 연기자로서의 역량도 여전했다. 스크린에서 배우는 등장인물일 뿐이다. 앞으로 문성근 특유의 ‘메마른’ 연기를 좀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김유준 에스콰이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