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일지매'의 한 장면에서 발견된 영문이 적힌 현대식 벽돌. 방송장면 캡처. |
드라마 제작진에게는 '옥에 티'가 창피한 실수이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운 드라마 감상의 번외편이기도 하다.
눈썰미가 남다른 시청자들은 웬만한 이라면 그냥 스쳤을만한 드라마 속 옥에 티를 찾아내 캡처 화면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사용자손수제작물(UCC)을 만들어 또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들도 이들의 촘촘한 레이더 망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옛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서 황당한 장면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25%가 넘는 시청률로 최고 인기드라마의 왕좌를 차지하고 있는 SBS '일지매'는 사극 장르인 탓에 현대적 상황이 등장하는 실수가 자주 나왔다.
지난 3일 14회 방송분에서는 용이(이준기)가 모퉁이에 숨어 있는 장면 중 벽돌에 찍혀 있는 영문 글씨가 네티즌들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한 네티즌이 이 장면을 캡처해 올린 사진을 본 이들은 "영문 글씨도 문제지만 벽돌 자체가 공장에서 만들어낸 것처럼 너무 현대적"이라며 "적나라한 옥에 티"라고 말했다.
↑SBS '일지매' 관련사진에서 발견된 '부탄가스' 옥에 티 |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엄연히 사극 드라마인 만큼 현대문물이 등장하는 것은 제작진이 꼼꼼히 챙겨 방지해야 할 부분이다. 조선시대에 부탄가스가 등장하는 대목에서는 제작진이 일부터 웃음을 의도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게 한다.
지난 7일 SBS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일지매 아지트에는 무엇이?'라는 제목의 사진들에서는 일지매가 비밀리에 사용한 물건들과 그림, 장식물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러나 도자기, 보석함, 비밀문서 등이 모여 있는 한 장의 사진 속에서는 뜻밖의 물건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휴대용 부탄가스다.
이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아지트에서 요리 해먹는 건가", "부탄가스 마시고 일지매로 변신하냐"며 애정어린 핀잔을 주기도 했다.
'일지매'와 같은 시간대에 방송되는 사극인 KBS 2TV '최강칠우'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옥에 티 상습 드라마'로 불린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장면이 그대로 나오고, 달리는 말의 눈과 털은 대충 봐도 모형 말인 것이 티가 났다.
한 장면에서 등장인물의 의상이 파란색에서 자주색으로 바뀌었고, 말 달리는 소리는 오토바이 소리라는 혐의까지 받았다.
절반 이상을 사전제작하며 완성도에 신경을 쓴 SBS '식객'도 미세한 부분에서 곧잘 잘못된 장면을 내보내기도 했다.
등장인물들이 닭 요리를 선보이는 상황에서 요리도구로 쓰이던 검은색 뚝배기가 갑자기 은색 스테인리스 냄비로 바뀐 장면이 네티즌들에게 캡처되기도 했다.
네티즌들은 드라마의 옥에 티를 더이상 불쾌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드라마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 커뮤니티를 통해 새로운 볼거리로 재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한 포털사이트에는 옥에 티 전용 게시판까지 마련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옥에 티 찾기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네티즌이 SBS '식객'의 옥에 티를 소재로 제작한 UC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