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미쓰 홍당무'에 출연한 공효진 |
'예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 공효진을 보면 떠오르는 글이다.
지난 4일 오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 7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영화 '미쓰 홍당무' 공효진이 여우주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날 무대에 오른 공효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상을 받는다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 많이 했지만 막상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촬영하면서 개봉하면서 그리고 길에서 빨간 얼굴의 포스터를 보게 된 순간들, 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는 꼭 상을 받고 싶다는 이유가 컸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상을 받고 싶어 연기했다"는 그의 수상 소감은 역대 어느 배우의 소감보다 솔직해 보였다. 배우에게 상이란, 누군가는 안 받아도 그만이라며 "배우는 연기로만 승부해야지. 상 따위에 연연해야"라며 쯧쯧 거린다. 하지만 그 누군가에겐 절실할 수도 있음을 공효진은 스스로 고백했다.
큰 키와 마른 체구, 김태희 성유리 만큼 예쁘지 않은 그는 데뷔 초에 그렇게 눈에 띄진 못했다. 잘생긴 남자 배우 중 누구는 "얼굴이 잘생기면 오히려 연기를 못해 보인다. 때로는 얼굴이 평범하게 생긴 배우가 부럽기도 하다"라며 투정부리기도 했다지만 여자 배우에겐 다른 의미다.
아직도 우리에겐 얼굴이 예쁜 여자 배우가 주연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며 얼굴이 예쁜 여자 주인공이어야만 '영화의 꽃'이라 부르며 찬양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공효진의 성장은 더욱 어려웠다.
그런 이유로 공효진은 예쁜 역을 맡아본 적이 없다. 그는 지난 2001년 '화려한 시절'에서 질겅질겅 껌을 씹던 버스안내양으로 등장, 류승범과 호흡을 맞추며 얼굴을 알렸다. 그가 이 역할을 너무 잘 소화했던 탓일까. 그 후 그가 주로 맡았던 대표적인 역할은 불량 여고생으로, 영화 '품행제로', '화산고', '긴급조치 19호'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를 채우고 있다.
그런 이미지 탓에 그는 오락 방송에 나와서도 엉뚱하고 날라리 같은 역할을 주로 맡았다. 그런 그에 대해 친구였던 가수 성시경은 방송에서 "(공)효진이 자꾸 그런 역을 맡아서 그런데 원래는 생각이 깊은 진지한 친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효진ⓒ임성균 기자@ |
그랬던 그가 2003년 드라마 '눈사람'을 통해 형부와의 애틋한 사랑을 그려내면서 그만의 색깔을 뿜기 시작했다. 형부와 처제의 사랑이라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공효진은 특유의 발랄하면서도 안타까운 눈빛으로 연기, 서글픈 사랑을 아름다운 시선으로 조명했다.
그의 '눈사람' 연기는 호평을 받았고 이 후 그만의 독특한 매력을 뿜기 시작했다. 털털하면서도 여성스럽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지적인 캐릭터. 공효진은 '상두야 학교 가자'와 '건빵선생과 별사탕'으로 대체될 수 없는 배우임을 증명해냈다.
그리고 지난해 드라마 '고맙습니다'로 그는 '예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진리를 알려줬다. 에이즈에 감염된 딸을 가진 미혼모 연기를 가슴 '저림'이 아닌 가슴 '울림'으로 소화한 그는 눈물로 범벅될 수밖에 없는 신파 드라마를 그만의 호흡으로 따사로운 느낌으로 그려냈다.
그래서 더 슬프게 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수발을 드는 엄마가 아닌 때로는 에이즈에 걸린 초등학교 1학년생인 딸에게 위로를 받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는 친구 같은 엄마로 등장해 그 만의 사랑스런 캐릭터를 창조했다.
그리고 2008년 영화 '다찌마와 리-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에서 여성 스파이 '연자요원'으로 코믹한 연기를 소화했으며 이번 여우주연상을 받게 한 '미쓰 홍당무'에서 양미숙 역을 맡아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홍조증의 29살 노처녀로 열연했다.
공효진이 수상 소감에서 "너무 힘들고 창피했을 때 그리고 사람들이 못난 양미숙을 손가락질 할 때도 '꼭 좋은 상 받아야지'라고 생각했다"는 것처럼 '미쓰 홍당무'에서 '이보다 더 망가질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 정도로 그는 못난이 역할을 사랑스럽게 소화했다.
'그래 나 안 예쁜 배우다. 하지만 예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그녀의 외침이 그의 수상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