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요계는 그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다. 톱스타들의 대거 복귀와 아이돌그룹의 맹활약은 각 연령대의 가요팬들의 신나게 했다. 하지만 일부 가수들의 불의의 사고는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2008년 각 월 별로 화제가 됐던 가수들 중심으로 올 한 해 가요계를 되짚어봤다.
# 1월 나훈아
"벗으면 믿겠는가?"
1월 가요팬을 넘어 온 국민의 시선이 '국민 가수' 나훈아에 집중됐다. 나훈아는 자신에 대한 악성 루머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언론과 국민 앞에 직접 나섰다. 1월 2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훈아는 '야쿠자의 신체 훼손설', '건강 이상설', '잠적설'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악성 루머들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특히 '신체 훼손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갑자기 단상 위로 올라가 허리띠를 풀며 "벗으면 믿겠는가?"라고 말하는 등 억울함을 강하게 호소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나훈아의 기자회견에는 무려 600여 명에 이르는 취재진이 모였고, 시종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선보였던 나훈아는 네티즌들로부터 '나본좌'라는 별칭도 얻었다.
# 2월 김동률-소녀시대
2월엔 가요계에 기쁜 일이 연이어 생겼다.
1월 25일 정규 5집을 발표한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은 발매 채 일주일도 안 돼 4만 장 돌파(이하 한국음악산업협회 집계 기준)에 성공하며 "좋은 음악은 된다"라는 정설을 판매량으로 입증했다. 2월에도 판매에 가속도를 붙인 김동률 5집은 결국 10만 장을 넘어서며 올 상반기 최다 판매 앨범이 됐다.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는 각 방송사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정규 2집 후속곡 '키싱 유'로 KBS 2TV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Mnet 'M! 카운트다운' 정상에 올랐다.
# 3월 쥬얼리-신화
3월은 원조 아이돌그룹의 맹활약이 돋보인 기간이었다.
지난 2001년 데뷔한 '언니 그룹' 쥬얼리는 5집 타이틀곡 '원 모 타임'으로 3월 한 달 간 지상파 3사의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싹쓸이 했다. 손가락을 맞대는 이른바 'ET 춤'도 큰 인기를 끌었다.
3월에는 남성 6인조 그룹 신화가 데뷔 만 10주년을 맞았다. 국내 가요계에서 단 한차례의 멤버 교체 없이 원년 멤버들이 10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이어간 아이돌그룹은 신화가 처음이었다.
신화는 데뷔 만 10주년을 기념해 3월 29~30일 이틀 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 만원사례 속에 대규모 기념 콘서트를 가졌다.
# 4월 거북이-먼데이키즈
4월 가요계엔 안타까운 일들이 연속으로 발생했다.
푸근한 인상과 개성 만점의 음악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혼성 3인조 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 임성훈이 4월 2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故 임성훈은 평소 앓아온 심근경색으로 갑작스레 숨을 거둔 것으로 밝혀졌다.
37세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졌기에, 많은 팬들의 그의 죽음에 크게 슬퍼했다. 이후 거북이의 여성 멤버들은 "터틀맨 없는 거북이는 의미 없다"라며 지난 9월 거북이의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남성 듀오 먼데이키즈의 김민수도 4월 29일 오전 서울 신림동 신림 중학교 앞에서 오토바이를 몰다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로 2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특히 김민수는 먼데이키즈 3집 '인사이드 스토리'를 발표한 지 얼마 안 돼 숨을 거둬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 5월 조용필
5월에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공연이 열렸다. '가왕' 조용필의 데뷔 40주년 기념 투어 '더 히스토리-킬리만자로의 표범' 첫 공연이 5월 24일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펼쳐졌다.
조용필은 이후 지난 6일까지 8개월여 간 대전, 대구, 창원, 울산, 여수, 광주, 안양, 안산, 전주, 수원, 인천, 천안, 포항, 목포, 의정부, 일산, 안동, 부산 등 전국 각지를 차례로 찾은 것은 물론 미국 LA와 뉴욕 등 해외에서도 콘서트를 열며 40주년 투어를 통해 21차례의 콘서트로 총 30만 2100명의 관객과 함께 했다.
이번 투어로 티켓 매출만 최소 200억 원을 기록한 조용필은 12월 27~28일 이틀 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서울 앙코르 공연을 갖는다.
# 6월 원더걸스
6월은 지난해 하반기 '텔 미'로 국민적 반향을 일으켰던 걸그룹 원더걸스가 그 인기와 인지도를 한 단계 높이는 시간이 됐다. 원더걸스는 5월 말 발표한 세 번째 프로젝트 음반 타이틀곡 '소 핫'으로 6월 가요계를 장악했다.
특히 원더걸스는 '소 핫'을 부를 때, 표범 무늬 의상을 입고 섹시함도 뽐내는 등 새로운 매력도 선보였다. '소 핫'은 온라인 음악 사이트인 KTF도시락 집계 결과, 2008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받은 곡으로도 기록됐다.
# 7월 이효리
7월엔 '가요계의 섹시 지존' 이효리의 화려한 컴백이 빛났다. 이효리는 7월 말 솔로 3집 '유-고-걸'을 발표하며 섹시미는 물론 깜찍한 매력까지 발산했다.
'연예계의 대표적 트렌드세터'로도 꼽히는 이효리는 '유-고-걸' 패션과 춤까지 유행시키며, 최고의 여성 솔로 가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효리는 3집 앨범 발매 당시 "이번 앨범이 성공하면 연말에 단독 콘서트를 가질 것"이라 밝혔고, 그 약속을 지켰다. 이효리는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핑클 멤버로 가요계에 데뷔한 지 10년 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연다.
# 8월 빅뱅
베이징 올림픽 개막 당일인 8월 8일 발매한 빅뱅의 세 번째 미니앨범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올림픽만큼이나 뜨거웠다.
빅뱅은 지드래곤이 직접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하루하루'를 단숨에 인기곡에 올려놓으며, '거짓말'과 '마지막 인사'에 이어 3연속 히트에 성공했다.
빅뱅은 KTF도시락의 2008년 음원 판매 조사에서 세 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모두를 100위 안에 진입시키는 진기록도 세웠다.
# 9월 서태지
9월은 '90년대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실험성이 돋보인 기간이었다. 7월 말, 4년 6개월 만에 새 음반을 낸 서태지는 9월 27일 클래식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서태지는 이날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영국 클래식의 거장 톨가 카쉬프 및 로열 필하모닉과 함께 대중음악과 클래식이 결합된 콘서트를 열었다.
3만 관객이 함께 한 이날 콘서트에서 서태지는 총 판매량 15만 장을 돌파한 새 싱글 타이틀곡 '모아이'의 오케스트라 버전 등을 선보여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 10월 비-보아
내년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영화 '닌자 어쌔신' 해외 촬영을 마친 비는 10월 가수로 국내 팬들 곁으로 돌아왔다. 10월 15일 정규 5집을 발표한 비는 수록곡 '레이니즘', '온리 유'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명불허전'을 실감케 했다.
특히 이번 앨범은 비가 음악 스승인 박진영 곁을 떠난 이후 처음 선보인 음반이었기에, 그 성공 여부에도 적지 않은 관심을 쏠렸다. 새로운 도전을 성공리에 마친 비는 내년에는 해외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 한 명의 국제적 스타 보아는 10월 본격적인 미국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보아는 10월 말 미국 데뷔곡인 '잇 유 업'을 현지에서 디지털 싱글 형태를 발표했다. 이 곡은 12월 20일자 빌보드 '핫 댄스 클럽 플레이 차트' 27위에 오르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 11월 김종국
11월에는 '돌아온 발라드 가수' 김종국의 저력이 발휘된 한 달이었다. 2년여의 공익 근무를 마친 뒤 지난 10월 새 음반을 낸 김종국은 5집 타이틀곡인 미디움 발라드 '어제보다 오늘 더'로 11월 여러 가요 프로그램 정상에 올랐다.
올 한 해 가요계는 아이돌그룹들과 댄스곡이 주를 이뤘기에, 발라드를 내세운 김종국의 성공적인 복귀는 히트곡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 12월 동방신기
12월 동방신기에겐 희소식과 아쉬운 소식이 동시에 전해졌다.
12월 들어 동방신기는 지난 9월 발표한 국내 정규 4집이 46만 장(소속사 집계 기준)을 넘겼다는 소식을 접했다. 또한 일본 최고 권위의 연말 가요 행사인 NHK '홍백가합전'에도 한국 그룹 사상 처음으로 출전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보건복지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로부터 타이틀곡 '주문-미로틱'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가사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이번 4집은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결정됐다.
이에 동방신기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12월 15일 서울행정법원에 청소년보호위원회의 결정과 관련, '집행정지 신청' 및 '청소년 유해 매체물 결정 고시처분 취소 소송'을 정식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