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진 기자 |
최은경 전 아나운서는 요즘 새로운 별명이 생겼다. '아줌마 구준표'. MBC 일일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연출 전진수)에 매회 출연할 때마다 어이없는 엉터리 속담을 자랑스레 늘어놓는 것이 유독 사자성어와 속담에 약한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과 닮아서다.
최은경은 그 말고도 또 하나 별명이 생겼다. '제 2의 오영실'. SBS '아내의 유혹'에서 '고모의 유혹'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활약중인 선배 아나운서 오영실처럼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있어서다. 있는 척, 배운 척 온갖 폼을 잡다 늘 신수를 저지르는 모습에서 '아나운서 최은경'의 옛 모습을 연상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최은경은 '제 2의 구준표', '제 2의 오영실'이란 별명에 활짝 웃음을 지으면서도 "아직 부족한 내게는 너무나 벅차는 별명"이라고 겸손해했다. 그녀는 보다 가깝게 시청자에게 다가가고 싶을 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나운서 영역 파괴의 중심이 된 느낌이다.
▲영역 파괴는 예전부터 해 오신 분들도 많았었다. 작정하고 영역을 파괴하고 막 도전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하지 않으려고 생각하면서 시트콤에 도전하게 됐다. 앞으로 진행자나 MC로서도 얻을 수 있는 게 많으리라 생각했다. 잘하든 못하든.(웃음)
임신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그러면서 저 스스로는 조금 더 나은 방송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더욱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니까. 모든 것이 내게는 무척 큰 공부가 될 것이다. 나이 들어 이런 기회를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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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출연하는 박미선, 김희정, 정선경, 홍지민씨와 무척 친한 느낌이다.
▲맨 처음에 우리가 '소녀시대'의 '지' 춤을 같이 추지 않았나. 방송 경력 십수년만에 그런 경험은 모두가 처음이었다. 너무 황당한 거다. 그렇게 수다를 떨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그것이 바로 언니들의 힘, 아줌마의 힘, 여성의 힘인 것 같다. 정말 '태혜지'에 나오는 아줌마들 같다.
정말 연예인 친구가 단 한명도 없었다. 친한 연예인을 불러내는 프로그램은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4년을 같이 방송한 박수홍과도 말을 못 놓는 사이인데. 사람들은 내가 붙임성 좋은 줄 아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요즘 사람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앞으로 연기 도전 욕심이 있는지?
▲처음에 시작할 때부터 그런 욕심은 없었다. 정극 도전 아직 생각도 안해봤다. 다만 내가 조금 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두 팔을 걷어붙였을 뿐이다. 내게는 새로운 곳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다.
-드라마에서처럼 극성 엄마인가?
▲사실 극성 엄마가 되는 건 쉽지가 않다. 일하는 엄마가 극성 엄마가 되는 건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대신 아들과 놀아줄 때는 아주 잘 놀아준다. 목숨 걸고.(웃음)
-명색이 아나운서 출신인데 무식한 모습이 종종 등장해 부담은 없나.
▲그런 것 없다. 사실 난 굉장한 덜렁이다. 매일 핸드폰 잃어버리고, 신발 떨어뜨리고 지나다니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 다 아는 걸 나 혼자 모를 때도 많다. 무식하다면 무식하죠. 망가지는 거 겁 안난다. 오히려 지금껏 사람들이 잘 몰랐던 최은경의 모습을 이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것 같다.
-화려한 패션이 화제다.
▲녹화날 거의 가출하다시피 한다. 발이 커서 구두가 협찬이 안 되기 때문에 집에 있는 온갖 구두를 싸들고 온다. 잠깐 나왔다 들어가기 때문에 화려해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지 모른다. 예쁜 옷 입어 좋지만, 살짝 스트레스도 받는다.
-줌마테이너로서의 책임감 내지 부담도 있겠다.
▲예전부터 아줌마는 늘 아줌마라는 단어는 언제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대게 희화화 됐던 것이 사실이다. 예전엔 아줌마 하면 구세대란 느낌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지금 우리가 또 아줌마가 되었다. 늙어가며 모두가 아줌마가 되는 거다.
줌마테이너 붐이 반가운 것은 내가 이 분위기를 타고 반짝 성공을 거둘 것 같은 기대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며 인정받는 모든 아줌마들에게, 모든 선배들에게 후배로서 박수쳐주고 싶다. 아줌마들의 힘이 지속됐으면 좋겠다. 오래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