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꽃남'은 내 인생의 전환점"(인터뷰)④

'꽃남' 김준 ⓒ홍봉진 기자 hongga@

KBS 2TV '꽃보다 남자' 속 김준은 무겁진 않지만 듬직한 무게를 가진 극중 F4의 실질적 리더로 등장한다. 그가 맡은 송우빈은 가벼운 듯하지만 F4의 사이를 정리해주는 것은 물론 다양하게 전개되는 극 속의 내용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종영을 앞둔 최근 김준을 만났다. 극중 F4의 빠질 수 없는 취미인 포켓볼, 김준의 실제 포켓볼 실력을 얼마일까. 궁금증을 풀어보자.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지만 공통점을 찾아야 떠들 텐데 할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애들(F4)과도 처음에는 되게 어색했다가 초반에 해외 촬영(뉴칼레도니아)을 다녀오고 나서 급속히 친해진 것이다."


오죽했으면 별명이 애늙은이일까 싶다. 원래 별명이라는 게 과장이 섞인다는 것을 감안하고 보면 '어른스럽다'는 말은 달고 살았을 듯한 그의 모습은 성숙미가 느껴졌다. 캐릭터보고 캐스팅한다는 '꽃남'에서 '실질적 리더'인 송우빈으로 출연한 것만 봐도 그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풍기는 무게의 한편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약자, 완벽한 사람)스러운 가능성은 다수에게 인증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런 그도 당구대 앞에 서자 조금씩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잘 못친다"고 손을 내젓더니 멋지게 당구대 끝에 쵸크 칠을 하며 "칠 줄은 알지만 자잘한 손놀림 정도"라고 웃었다. 그것도 잠시, 승부욕이 발동하자 슬슬 감춰뒀던 모습을 공개하며 이리저리 시원스레 공을 쳐내기 시작했다.

'달콤살벌'이라는 말이 딱 이런 거구나 싶다.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했던 그의 모습에 잠시 '눈이 즐겁구나~'하며 속으로 즐거워했지만 그 달콤함 이면에 감춰뒀던 승부욕이 전면으로 나오자 게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물러선 채 질문 하나 던지는 것도 분위기를 살펴야 했다.


그러나 김준은 "내가 하고자하는 것에 있어서는 욕심도 내고 강한 승부욕을 보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크게 주변 상황이나 이기고 지는 것에 영향 받질 않는다"며 "게임은 승부도 재미고, 재밌자고 이기려고 하는 것 아니겠냐"며 웃었다.

이어 "그건 나뿐만 아니라 다른 F4멤버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다들 노는 것을 워낙 좋아하고 게임이 나 운동을 좋아한다"며 "이 공통점 덕에 더 친해졌다. 감독님으로 농담으로 '제어가 안 된다'고 할 만큼 축구 같은 건 아무리 힘들어도 더 뛰어 다닌다"고 말했다.

'꽃남' 김준 ⓒ홍봉진 기자 hongga@

함께 울고 웃다보니 F4를 비롯한 '꽃남' 출연진들은 다들 끈끈한 우정을 쌓게 됐다. 김준이 제일 기억에 남는 촬영을 꼽기도 했던 최초 촬영의 친근하게 어울리며 밥 먹는 장면에서는 "지금 봐도 어색하다" 며 쑥스러워 할 만큼 어색했다지만 이어진 뉴칼레도니아의 로케이션은 모두를 실제 F4급 '절친'으로 만들어줬다. 숙소가 있어도 씻는 용 정도로만 활용되고 음식이 안 맞아 고생하면서도 물가가 비싸 사먹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던 극강 촬영의 힘이다.

김준은 "처음으로 연기를 한거라 주위에서는 힘들었을 거라고들 하는데 나는 힘든지 뭔지 모르고 했다"며 아무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시에 "우리도 그 스케줄이 힘들다고 하며 다녔는데 쭉 현장에 찾아왔던 팬이 있어 기억이 남는다"며 "짧은 시간이나마 보겠다고 와주는 친구들이 너무 고마웠다"고 팬들을 챙긴다.

김준은 최근 극중 F4의 아지트에서 마지막으로 포켓볼을 치는 장면을 촬영했다. 세트 촬영으로는 마지막이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종영일이 새삼 와 닿는 순간이었다.

"아직은 남은 촬영이 많고 방송 전까지 계속 촬영하게 될 것 같아 끝나기 전까지는 어떤 기분일지 확실히 모르겠다. 지금은 몇 개월간 쉴 새 없이 했으니 끝나면 시원할 것 같지만, 막상 끝나면 섭섭할 것 같다. F4들과도 나이 터울이 있어도 친구처럼 지내면서 드라마 촬영을 했기에 끝나면 한동안 각자 활동에 바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섭섭할 것 같다"

다사다난했던 힘든 촬영이었지만 정이 담뿍 든 작품을 떠나는 게 아쉬운 것은 당연한 일인가 보다. 김준에게는 "내가 '꽃남'을 하려고 했던 것은 분명 욕심을 낸 것 이었다"며 "'꽃보다 남자'는 내게 전환점과 같은 존재다. 내 인생의 전환점 같다. 연기로는 첫 작품이기도 한 다시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다"고까지 의미 부여를 할 만큼 특별한 작품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김준은 "'꽃보다 남자' 이후 다들 '꽃보다 남자'의 F4 속 김준으로 보신다. 김준이라는 이름보다 우빈으로 더 많이 알아보신다"며 "나는 똑같은데 '꽃보다 남자' 출연 이후 나보다 주변인들이 많이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꽃보다 남자'가 끝났다고 억지로 극중 캐릭터의 모습을 벗어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 그렇게 노력할 것이고 지금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 비슷한 가운데서도 다른 점들을 선보여 지겹지 않도록 하겠다"며 "가수면 가수에 맞게, 연기할 때면 주어진 모습에 맞춰 그때그때에 충실하겠다. 주어진 것, 하고자 하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늘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꽃남' 김준 ⓒ홍봉진 기자 hong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