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에 실제모델' 서희태 교수 "실제 성격은 안그래요"

오수현 기자 / 입력 : 2009.06.0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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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균 기자


지난해 안방극장을 달궜던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이하 베바)가 종영한 지 7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음악감독을 담당했던 지휘자 서희태 씨에게 베바의 감동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자신이 음악감독으로 있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클래식 공연장, 야외무대, 대학교 등 장소를 불문하고 관객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감동적인 음악을 선사한다. 강마에와 석란시향이 '베바 시즌 1'의 주인공이었다면, 서 감독과 밀레니엄 심포니는 '베바 시즌 2'의 주인공인 셈이다.


◇ 강마에는 서 감독의 창조물

사실 베바의 주인공 '강마에'는 서 감독에 의해 창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탤런트 김명민은 서 감독의 헤어스타일과 말투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강마에라는 인물에 녹여냈다. 서 감독은 촬영 기간 내내 하루에 서너 시간씩 김명민 뒤에 서서 그의 팔을 붙잡고 지휘 동작을 하나하나 가르쳤다. 강마에는 서 감독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 '강마에'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한 거죠.


▶ 본격적으로 베바 촬영 들어가기 3개월 전 김명민 씨가 우리 집에 찾아왔어요. 명민 씨가 저를 보자마자 "감독님 헤어스타일로 해야겠네요"라고 하더군요. 그때 명민 씨 머리는 꽤 짧았는데, 3개월 간 계속 머리를 길러서 강마에 헤어스타일을 만들더군요. 말투도 제가 화났을 때 약간 딱딱해지는 말투가 있는데, 그걸 잡아내서 강마에의 말투로 삼더군요.

- 강마에는 굉장히 권위적인 지휘자인데요. 감독님의 실제 성격도 그런가요.

▶ 지휘하는 모습만 닮았지 오케스트라를 대하는 태도는 저와 많이 달라요. 요즘에는 강마에 같은 성격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게 불가능해요. 명민 씨는 17~18세기 고전주의 시대의 음악가의 모습을 강마에라는 인물을 통해 구현해 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고집불통에 신경질적인 그런 음악가 말이죠. 극중 김명민 씨가 늘 받쳐 입었던 조끼랄지 괘종시계도 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장치였던 셈이죠.

- 비전문가인 배우들과 함께 음악 드라마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 소리가 잘 맞지 않아 어려웠어요. 예를 들어 선율은 활기차게 움직이는데, 첼로 연주자는 활을 계속 끌고 있거나 하는 모습 말이죠. 이런 부분들을 하나하나 맞춰 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운지는 틀리더라도, 활이나 손가락의 움직임은 음악과 함께 가야했거든요.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에 참여한 밀레니엄 심포니 단원들이 배우들에게 1대1로 붙어 매일 서너 시간씩 연습을 시켰어요.

- 동료 음악인들의 시선도 부담스러웠겠습니다.

▶ 방영 초기에 베바 게시판에 올라온 비난 글 중 상당수가 음대생들이 올린 거였어요. 하하. 많은 음악인들이 이 드라마를 보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대충대충 넘어갈 수가 없었죠. 다행히 연출자인 이재규 감독이 음악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 땐 언제든지 촬영을 중단시켜도 좋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촬영 중에 이건 아니다 싶으면 제가 계속 중단을 시키고 지적을 했어요.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동료 지휘자들로부터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 전문 음악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가 상당했었습니다. 원작인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교가 되기도 했었는데요.

▶ 예산 문제로 단 한 번도 풀(full) 오케스트라로 녹음한 적이 없었어요. 가요 녹음을 할 땐 피아노, 기타, 드럼, 가수 모두 따로 녹음을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절대 그렇게 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도 우리 연주자들은 파트별로 따로 녹음실에 들어가 녹음을 했어요. 콘트라베이스 주자가 먼저 녹음을 하면 그 다음에 첼로 주자들이 들어가서 녹음을 하고…. 플루트가 2대일 땐 플루트 연주자 한 명이 두 번 녹음을 했죠. 이런 식으로 악기별로 따로 녹음을 해서 덧입히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이런 제작환경에서 '노다메 칸타빌레보다 잘하는지 보자'는 식의 반응이 부담스럽더군요.

- 차선책으로 기존 오케스트라의 연주음원을 가져다 쓰면 쉽지 않았을까요.

▶ 베바는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오케스트라가 '강마에'라는 특별한 지휘자를 만나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에요. 따라서 너무 완벽한 음원을 가져다 쓰면 말이 안되는 거죠. 실제로 방송 1회 때는 기존 음원을 가져다 썼는데 정말 어색하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엉성한 느낌을 내기 위해 틀리게 연주를 해서 기존 음원에 덧입혀 보기도 했는데 이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 출연 배우 중에는 누가 가장 음악성이 뛰어나던가요.

▶ 첼로 연주자 역할을 맡은 송옥숙 씨였어요. 옥숙씨는 말 그대로 첼로의 '첼'자도 모르는 분이셨거든요. 피아졸라의 '리베르 탱코'를 첼로로 연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녹화 며칠 전 제게 리베르 탱고 연주 DVD를 빌려달라고 하더군요. 그러더니 집에서 DVD를 보며 연주가의 손 모양이 바뀌는 부분을 악보에 일일이 색연필로 표시 해놨더라고요. 실제로 녹화할 때 옥숙 씨의 손동작은 곡의 리듬과 거의 일치했어요. 비록 운지는 틀려도, 리듬에 맞게 손이 움직이니깐 실제로 연주하는 느낌이 나더군요.

- 지휘자 서희태에 대한 얘길 나눠보죠. 어떤 음악을 추구하나요.

▶ 관객들이 듣고 싶어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싶어요. 우리가 늘 결혼식에서 듣는 멘델스존의 '축혼 행진곡'의 원곡을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원곡은 3관 편성의 오케스트라 곡인데, 정말 감동적이에요. 이런 음악을 기존 오케스트라에선 잘 안들려줘요. 오히려 브루크너나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죠. 이런 대곡을 연주하면 연주자는 음악적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러나 자기 성취를 위해 관객의 음악적 선호는 뒷전으로 미루는 셈이죠.

- 하지만 음악인으로서 대곡에 도전하고자 하는 욕구도 있을 텐데요. 쉬운 음악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요.

▶ 도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밀레니엄 심포니도 얼마 전 '멘델스존 기념음악회'를 할 때 멘델스존 심포니를 여러 곡 연주하기도 했어요. 다만 제 역할은 클래식을 좀 더 관객들이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돕는데 있다고 생각해요. 쉬운 음악 한다는 걸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더 잘못된 거죠.

- 지휘를 할 땐 악보를 외워서 하시나요?

▶ 암보로 하려고 노력해요. 악보를 보면서 지휘하면 잡념이 생겨서 집중이 잘 안되거든요. 최근에는 음악회를 많이 갖다보니 레퍼토리가 늘어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악보를 보고 지휘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 닮고 싶은 지휘자가 있습니까.

▶ 평생 어느 악단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지휘활동을 한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음악적으로 가장 존경합니다. 카라얀도 좋아해요. 어떤 사람들은 카라얀이 음악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비판하지만, 카라얀이 없었다면 고전음악이 이정도로 현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까요. 카라얀의 엔터테인먼트적인 능력은 지휘자로서 요구되는 능력이기도 해요.

<대담=김관명 머니투데이 연예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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