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 "고2때 故김현식 전화받고 작곡가 데뷔"(인터뷰)

[강태규의 카페in가요]

강태규 / 입력 : 2009.08.05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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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생명력은 끊임없는 성찰과 새로운 창작물의 변모를 통해 이어진다. 한때의 폭발적인 인기가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진리를 일찍 깨닫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 틀을 깨고 진지한 변화와 진화를 모색하는 일은 운명적인 숙제지만 본능적으로 지금의 인기에 안주하려 한다. 달콤한 순간이 지나면 견디기 힘든 찬 서리가 고개를 내밀고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그때가 되면 뒤켠으로 잊혀진 존재가 된다. 그것은 냉정한 현실이다.

윤상. 그는 미련없이 떠났다. 적어도 한국의 대중음악계에서 안주할 수 있는 이름 석 자를 화석처럼 새겨넣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유학길로 오른 지 6년. 버클리 음대를 거쳐 뉴욕대학교 대학원 톤나이스터 석사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그가 지난 6월 중순 내한했다. 그리고 6집 음반 '그땐 몰랐던 일들'로 우리가 몰랐던 그의 음악적 행간을 펼쳐놓았다. 지난 7월 초 LG아트센터에서 열린 윤상 콘서트는 오직 윤상만의 섬세한 색채와 사운드를 표방함으로써 그가 한국 떠나 음악적 모색을 했던 이유를 온전히 설명하고 있었다.


-강태규=개인적으로 이번 6집 음반보다 LG아트센터 단독 공연을 통해 먼저 윤상씨를 만났습니다. 다수의 관객들은 공연 중반부에 펼쳐진 연주곡 'El camino'(엘까미노), 'Noodle express'(누들익스프레스), 'Ni volas interparoli'(니발라스 인터파롤리)를 통해 윤상의 음악적 내공을 직접 만끽하기에 충분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스케일이나 섬세한 조합들은 흔히 접할 수 있는 연주가 아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대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소통할 기회가 없다는 것은 정말 애석한 일이기도 합니다. 지난 7월 초순에 있었던 내한 공연(?)의 그러한 평가들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윤상=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라이브 경험이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내 입장에선 음악감독으로 뮤지션 정재일씨를 초대한 게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합니다. 공연의 질감이 더욱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특히 언급된 연주곡들은 앨범과 다른 라이브형 편곡이었기 때문에 말씀하신 대로 어쩌면 앨범 버전보다 더 좋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강태규=특히 유학 이후 많은 팬들은 윤상의 음악적 변화에 대해 집중적 관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뭔가 '센 음악 한방'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가령, 전혀 다른 차원의 음악 화법과 사운드라던가... 그렇게 될수록 대중성에서 더 멀어지고 마니아 팬들에게는 더 큰 음악적 기대감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상대적으로 음악적 부담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러한 괴리감에 대한 고민은 없는가요?


▶윤상=그런 고민은 작년 말까지 계속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텟의 1집 음반이 완성되고 '누들로드'의 마지막회 방송이 끝나는 순간 이번 6집 앨범은 실험보다는 친근감을 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모텟 같은 경우는 몇년 동안 저의 관심사였던 소리 자체의 에너지를 표현하는데 충분했다고 느껴집니다. 누들로드 사운드트랙 또한 귀에 남는 멜로디보다는 화면과 어울리는 소리를 고민한 부분이 컸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험에 대한 욕심은 해소되었다고 봅니다.

-강태규=국악 사운드는 7년 전 4집 음반 '이사'에서도 등장하면서 몽환적 사운드를 연출했습니다. 스트링, 전자음악의 앙상블 속에 국악 사운드가 대두되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포진되어 있는가요?

▶윤상=특별히 국악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국악기를 함부로 도용하는 것 같아 약간의 쑥스러움은 있지만 한국대중음악가로서 연주곡과 같은, 특히 가사가 없는 음악을 만들 땐 국악기의 소리들이 한국 대중음악가의 특징을 드러내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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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규=유학 이후에 동화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이번 6집 음반에 수록된 곡들 중에 반영된 음악들이 있는지요? 또한, 향후에 그러한 창작물을 기대할 만한 계획이 갖고 계신지요?

▶윤상=글쎄요…이번 6집에는 '그땐 몰랐던 일들'의 아이들 버전이 동요스럽다는 생각입니다만. 음… 제가 기억할 때 동화 같은 음악으로 추천해 드릴 수 있는 것은 저의 버클리 졸업작품인 'play with me' 정도가 아닐까요.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만을 위한 사운드트랙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강태규=지난 인터뷰를 들춰보면 스스로 보컬에 대해 자신이 없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희열의 '토이'처럼 객원보컬을 기용하는 형태는 아닙니다. 본인이 노래를 꼭 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요?

▶윤상=지금까지 제 솔로앨범의 패턴을 보면 제 보컬들로만 채워져 있는 앨범, 그리고 객원가수를 초대한 앨범들이 어떤 패턴을 가지고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제가 소화할 수 있는 곡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 없다는 것은 평소 노래하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니기에 소심함에서 나온 표현이었구요. 앞으로도 제 앨범에 제 목소리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어울릴만한 곡이 만들어지면 계속 객원 가수를 초대하고 싶은 생각입니다.

-강태규=작곡가로서 다른 가수들에게 많은 곡을 주었고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가수에게 주는 곡과 본인이 노래하는 곡의 선정 기준이 있는가요?

▶윤상=저에게 작곡을 의뢰해오는 사람들은 저의 곡으로 어느 정도 히트를 기대하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요? 특별한 선정 기준은 없지만 “이런 곡은 다른 가수에게 들려주었을 때 혹시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곡은 모두 저의 앨범에 담고 있습니다.

-강태규=지난 1월에도 스페셜음반 '송북'을 발표하고 경희대학교에서 공연을 했고, 이번 LG아트센터 공연도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또, 앵콜 공연을 계획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근래 윤상씨가 발표한 음반 사운드를 공연에서 구현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제약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다양한 악기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얽혀있고 음반 작업 자체도 '가내 수공업'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음반으로 구현된 사운드가 오히려 공연에서 반감될 우려는 없습니까?

▶윤상=말씀하신 부분 때문에 제가 처음으로 단독공연을 갖기까지는 데뷔 이후 9년 동안의 망설임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앨범과 똑같은 사운드를 기대하는 대신 라이브에서만 들을 수 있는 형태로 꾸준히 편곡을 변화시켜 보고 있습니다.

-강태규=최근 공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윤상씨에게 공연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윤상=어차피 스튜디오 뮤지션으로만 평생을 살 수 없다면 이제부터라도 다른 가수들과 차별되는 저만의 라이브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은 이런저런 이유로 저 스스로도 보컬에 큰 점수를 주고 있진 못하지만 , 라이브로 듣는 저의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팬들을 통해 힘을 내고 있습니다.

-강태규=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7년 그러니까 윤상씨가 19세였지요? 지금은 고인이 된 김현식씨가 부른 '여름밤의 꿈'을 작곡하면서 데뷔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작곡한 시기는 19세 이전이었다는 계산도 나옵니다. 당시 곡을 쓰고 주게 된 사연이나 알려지지 않은 일화를 좀 소개해주시죠? 제가 알기에는 당시 김현식씨가 좋은 곡을 보면 막무가내로 빼앗아 갔다고 하던데요? 하하.

▶윤상=‘여름밤의 꿈’은 제가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전에 이런 저런 습작이 있었지만 아마 처음으로 끝까지 완성했던 곡인 것 같습니다. 87년도에 제가 몸담고 있던 그룹 '페이퍼모드'가 멤버들의 군대 문제로 해체 되었을 때 당시까지 제가 만들었던 몇 곡의 노래들을 데모테이프로 준비했었는데 그 테이프를 들은 김현식 선배가 친히 저에게 전화까지 해서 불러주셨으니 저로서는 큰 영광이었죠.

-강태규=요즘 가요계가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음악이 소중하지 않는 시대라는 한탄도 한쪽에서는 들리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중음악이 상업성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지만, 음악적 다양성이라는 점에서는 상당한 문제점으로 대두될 수 있습니다. 작금의 대중음악계를 어떻게 관망하십니까? 혹시 아이돌 그룹 중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팀이 있나요?

▶윤상=현재 소비되는 음악의 패턴이 단순화 된 것에는 저도 동의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아이돌 자체에 대해 특별히 부정적인 생각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그 아이돌들에게 입혀지는 음악의 옷이 서글퍼 보일 때는 있지요. 일단 제작을 하는 사람들이 보다 많은 고민을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강태규=그냥 훌쩍 유학을 떠났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유학을 떠나면서 정작 힘들었던 것은 학생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고 하셨어요. 그곳에서 음악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치열함이 수반되나요? 그곳에서의 음악 공부란 무엇인지 참 궁금합니다.

▶윤상=상상을 초월하는 치열함이라기보단 와이프와 수많은 한국 학생들이 저의 성적표를 보고 있단 생각을 하면 부모님의 잔소리보다 더 무섭단 생각이 들 수 있지 않을까요? 공부하는동안 떠나기 전 궁금했던 많은 부분들이 해소되기도 하였고 또 어떤 부분들이 공부만으로 해결되지 못하는가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강태규=이번 6집 음반을 통해서 하고 꼭 싶은 말이 있었나요?

▶윤상=작사를 하지 않은 입장에서 음악적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저와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에게는 쉽게 나이든 티를 내지 맙시다이고, 저보다 어린 연배의 사람들에게는 젊다고 다 세련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강태규=언제 출국합니까?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향후 계획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요?

▶윤상=일단 다음 학기가 논문학기여서 소심한 저로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번 학기에 논문이 통과되는 것을 목표로 힘내겠습니다. 하하.

-강태규=참, 마지막 질문입니다. 뮤지션 윤상은 끊임없는 음악적 변화를 통해 뮤지션이 존경하는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윤상의 오랜 팬들조차 쉽게 대면하기 어려운 음악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붙습니다. 대중음악이라는 견지에서 대중성으로부터 다소 멀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은 없습니까?

▶윤상=이번 6집은 그런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저만의 고민이 가득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일단 열심히 이번 앨범으로 활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편집위원. www.writerkang.com)

*문화전문계간지 '쿨투라' 가을호에 게재될 글을 미리' 머니투데이 스타뉴스'를 통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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